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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자투와 울트라 vs 쿰구와 울라리, 본격 줄임말 근본력 대결

신호현 기자

기사등록 2024-07-07 14:00:55 (수정 2024-07-07 14: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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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비디오 게임은 비교적 폭넓은 세대를 손쉽게 아우를 수 있는 문화 콘텐츠 중 하나입니다. 해당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사이에서는 소통을 빠르고 편하게 하기 위한 다양한 줄임말 신조어가 생기기 마련이죠.

간단한 예시를 들자면 '화가 나는 상황'을 3040세대의 게이머들은 당시에 "짱난다"라고 표현했지만 1020세대의 게이머들은 "킹받네"라고 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뜻은 공유하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식과 어원의 근간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표현하고자 하는 뜻이 무엇인지 정도는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왜 그런 용어로 함축하는지까지는 공감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근본력이 부족하다'는 대결 구도로 이어지는 도화선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번 조선통신사의 주제는 바로 게임과 관련된 줄임말 신조어의 대결 구도입니다. 과연 옛날 게이머와 요새 게이머는 어떤 내용으로 근본력 대결을 하고 있을까요?

​■ ROUND 1, 자투 vs 쿰구

자쿰은 메이플스토리 역사를 논한다면 빼놓고 말하기 섭한 '최초의 레이드 보스'로 유명합니다. 스펙 인플레이션이 엄청나게 진행된 지금이야 발에 채이는 잡몹 내지는 전투력 측정기 신세지만 당시에는 엄연히 최종 보스로 분류되고 있었기 때문에 잡기도 굉장히 힘들었을 뿐더러 자쿰을 처치하여 드롭되는 고유 전리품들 또한 엄청난 값어치를 하며 착용하는 것만으로 뭇 유저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엔 충분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전리품은 '자쿰의 투구'입니다. 착용 레벨대에 맞지 않는 높은 능력치를 제공할 뿐더러 획득 시 귀속으로 거래 불가 그리고 착용한 것만으로 그 어려운 자쿰을 클리어했다는 증서가 되어줄 수 있어 무형의 가치도 대단했던 아이템이었죠. 자투를 먹기 위해서는 원정대에 돈을 내고 들어가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현역으로 쓰이던 당시의 임팩트가 엄청났기에 이 아이템은 누구나 가지고 싶어하는 워너비 아이템 '자투'로 불리던 시기도 있었습니다만, 지금에 와서는 줘도 안쓰는 지나가는 잡템 취급입니다.

다만, 옛날 메이플스토리의 게임환경을 그대로 구현한 '메이플랜드'에서는 예전의 위상을 고스란히 되찾은 상황인데요. 희한하게도 다른 건 다 그대로인데 '쿰구'라는 줄임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자투파와 쿰구파가 신나게 치고 받는 중이라고 합니다. 좋은 게 좋은거지라고 하기에는 옛 게이머들에게는 추억보정이 워낙 강하게 걸려 있는 아이템이다 보니 신규 유입 유저들은 왜 긁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지만 말이죠. 

​아마도 옛날 메이플스토리 관련 줄임말은 대체로 각 어절의 첫글자만 따오는 것이 이용자간에 일종의 불문율로 작용하다 보니 벌어진 상황으로 보이는데요. 비슷한 위상을 가지고 있던 아이템인 '혼테일의 목걸이' 통칭 '혼목' 또한 나중에 메이플 랜드에 나오게 된다면 '테걸'로 바꿔부르는 메이플랜드 2차 근본 대전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올 정도이니 이 이슈는 두고두고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ROUND 2, 울트라 vs 울라리

앞서 소개한 자투 vs 쿰구 논쟁이 있기 전에 가장 유명했던 이슈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서는 가히 민속놀이의 영역에 들어선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관련된 소재다 보니 더욱 그렇습니다.

​사실 이 이슈는 첫 단추만 잘 꿰멨다면 논쟁 축에도 들어가지 않을 문제였습니다. 민속놀이를 현역으로 즐겼던 올드 게이머들은 당연히 어절의 앞부분 또는 일부분만을 줄여서 부르는 게 대세였던 불문율을 지키고 있었지만, 리마스터 판으로 게임을 처음 접해본 뉴비들에게는 해당 불문율을 누군가가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자쿰의 투구' 사례처럼 각 어절의 첫 글자를 사용하여 줄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프로세스고 '울트라 리스크 동굴'이라는 정발 번역명에 맞춰 '울리'라고 부르는 것 또한 합리적인 사고였으니까요.

2021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누군가 별다른 생각 없이 울리라고 부른 댓글에 대해 올드 게이머들은 그 어느때보다도 격노하여 근본 없음을 지적하며 투기장이 열려버렸고 이를 지켜보던 불특정 다수의 유저들은 긁혀버린 올드 게이머들을 더욱 놀리면서 즐기기 위해 '울리'라는 줄임말 사용을 적극 밀어주는 한편 변형판인 '울라리'를 시작으로 '히라리', '뮤라리' 같은 단어까지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뮤탈리스크는 이름에 '라' 음절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놀리기 위해 만들어냈다는 게 명백하죠.

​결국 노익장들은 젊은 게이머들과 분탕러(?)들의 지속 화력을 이겨내지 못한 탓에, 지금은 울라리가 평범하게 혼용되는 것은 물론 울트라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캐릭터 또는 상품을 울라리로 역치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에 이르렀습니다. 

다만, 스타크래프트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황신께서 20년 스타 인생에서 그런 말은 처음 들어본 것 같다고 황당해하는 반응을 보여주셨기 때문에 이 논쟁은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는 예송 논쟁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다만, 스타크래프트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황신께서 20년 스타 인생에서 그런 말은 처음 들어본 것 같다고 황당해하는 반응을 보여주셨기 때문에 이 논쟁은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는 예송 논쟁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 ROUND 3, 쿠샬 vs 크샬

앞선 사례들과는 다르게 게이머들끼리 신조어를 직접 만들고 정착시키는 과정이 아닌 게임사의 공식 한글화 정책의 변경으로 인해 올드 게이머와 뉴비들의 소소한 충돌이 발생한 내용입니다.

​지금이야 대부분의 대작 패키지 게임이 완전 한글화를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경우에는 정식 발매 여부와는 별개로 한글화는 되던 작품도 있고 안되던 작품도 있기 때문에 번역 기조가 좀처럼 일관적이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몬스터 헌터 G(2005년),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2008년), 몬스터 헌터 4(2013년)에서 볼 수 있듯이 한글화가 된 작품들은 시리즈 간의 간극이 매우 길었던 탓에 구작을 즐겨본 사람들과 신작 위주로 게임을 한 사람은 당연히 사용하는 용어에 괴리가 생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초심자의 길라잡이로 유명한 대형 몬스터 '얀선생'님만 해도 몬헌G 기준으로는 '얀쿡쿠' 몬헌프 기준으로는 '얀쿡'이었으며 4 이후로는 '얀쿡크'로 명칭이 3번이나 바뀌었으니 말이죠.

이 부분에서 가장 많이 충돌이 생긴 내용은 아마 고룡종 중에서 시리즈 최초로 간판 몬스터가 된 '강룡 크샬다오라'입니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에서 '간판 몬스터'라는 타이틀이 가지고 있는 위상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데다가 전작까지는 정체불명의 존재로 일컫어지던 일부 대형 몬스터를 '고룡종(古龍種)'으로 분류하게 된 첫 타이틀의 몬스터였고 결정적으로 고인물의 영역에 발을 들이자마자 처음 만나는 '크샬'은 당연히 문득 새삼 대단할 것 도 없이 많은 훈타들의 뇌리에 남게 됩니다.

​당연히 이 크샬다오라를 어느 시기에 처음 접헀냐에 따라 줄임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게 됐고, 비교적 예전부터 프론티어 및 그에 영향을 받은 비공식 번역판 위주로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들은 번역 지침이 바뀐 지금도 '쿠샬'이라는 줄임말을 고수하고 있으며 4 이후 유입된 사람들은 '크샬'이라는 줄임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논쟁 사례와 비교하면 서로가 무슨 뜻인지 그리고 왜 그렇게 부르는지 정도는 거의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며 온건하게 넘어가는 정도지만 완벽하게 봉합된 갈등은 아니기 때문에 번역 지침 관련하여 이름이 크게 바뀐 '쑨 vs 크툰'과 비슷한 휴전 상태로 봐도 무방합니다.


■ BONS ROUND, 미아 vs 미아

번외편에 해당하는 본 용어는 발음 방법 자체는 동일 하나 어원에 대한 논쟁 사례가 발견되어 특별히 싣게 되었습니다. 바로 '미아'라는 용어인데요. 일반적으로 미아는 '길을 잃은 아이(迷兒)'라는 뜻으로 통용되고 있지만, AOS-MOBA 장르의 게임에 한해서는 교전 또는 대치 중인 상대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 팀 단위로 해당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MIA(missing in action) 콜이 잘못된 용례로 정착하여 논쟁의 대상으로 자리 잡게 됐죠.

​'MIA'라는 줄임말은 사실 어원에 맞게 정확한 방법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엠.아이.에이로 읽어야 합니다만 미아라고 읽어도 '상대가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없다는 뜻' 자체는 동일하기 때문에 소통에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고 있죠. 그래도 올드 게이머와 신규 게이머 간 갈등이 불거진다면 심심찮게 튀어나와서 상대를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되곤 합니다.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는 유저 가운데 한국 정식 론칭 이전부터 북미 서버에서 게임을 즐기던 올드 게이머들은 나름대로 원산지 줄임말인 LOL(ㅋㅋㅋ) WTF(이런 젠장) 등을 제대로 익히고 사용해왔기 때문에 '머리에 피도 안마른 고얀 것들!'이라는 뉘앙스로 미아의 뜻을 설파하고 있으며 신규 유저들은 '뜻만 통하면 되는거 아니냐'면서 반격하는게 주된 패턴이죠.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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