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국제전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의 10번째 대회 '2025 MSI'의 본선에 해당하는 브래킷 스테이지의 5일차 일정에서 LCK의 티원(T1)과 LPL의 비리비리 게이밍(BLG)이 격돌하게 됐다.
T1와 BLG는 한국과 중국 리그를 대표하는 팀답게 꾸준히 최정상의 자리를 두고 다투는 라이벌리다. 그동안 MSI에서는 꾸준히 BLG가 성적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었지만 월즈(롤드컵) 무대에서는 T1이 결정적인 순간마다 BLG에게 패배의 쓴 잔을 마시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형성된 막상막하의 상대전적 때문에 경기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특히 이 경기에서 T1이 승리할 경우 LCK는 이번 2025 MSI 결승전에 최소 한 팀을 올려보내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2025시즌 월즈의 4번째 티켓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며 그동안 한번도 이루지 못했던 MSI 결승전에서의 LCK 내전 또한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 1세트

도란(최현준)이 2라운드 경기처럼 1레벨부터 적극적으로 상대의 정글링을 견제하는 플레이를 시도했지만 이를 나이트(줘딩)에게 읽히고 추격당했고 이 과정에서 1레벨에 망자의 진을 찍으며 겨우 생존한 탓에 불리하게 라인전을 시작하게 됐다.
다만 이를 통해 확실하게 베이촨(양링)의 동선을 읽으면서 오너(문현준)가 적극적으로 카운터 정글링을 시도하며 상대를 밀어낼 수 있었고 뽀삐의 갱킹에 취약한 초반 구간을 무사히 넘긴 페이커(이상혁)가 서서히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박빙에 가까웠던 경기 구도를 바꾼 것은 14분에 보여준 페이커의 드리블이었다. 페이커가 탑 라인을 절반 이상 넘어가며 공격로 압박을 진행하던 와중에 빈(천쩌빈)이 베이촨을 데려와서 양각으로 페이커를 노렸지만 페이커는 본인에게 구체를 붙인 상태에서 발동한 영거리 충격파로 빈과 베이촨의 타겟팅을 흔들고 주요 스킬을 대부분 피하면서 유유히 빠져나갔으며 재빠르게 달려온 케리아(류민석)과 오너의 지원을 받아 상대를 밀어내는데 성공한다.

손해를 보기 싫었던 것인지 BLG는 전 병력을 투입하여 싸움을 크게 키웠지만 엘크(자오자하오)와 온(러원쥔)이 지나치게 깊숙히 빨려들어가면서 나이트까지 함께 사망하는 대형사고가 일어났고 그 사이에 도란은 묵묵히 바텀 라인을 푸시하여 막대한 운영 측면의 이득을 팀에게 안겨줬다.
구마유시(이민형)의 진과 페이커의 오리아나를 필두로 장거리 지원과 기동전 측면에서 상대보다 확실히 우위를 점한 T1은 단독 공격로를 압박하면서 들어오는 상대의 노림수를 제때 받아쳐서 갚아주는 플레이를 반복하여 스노우볼을 굴렸고, 25분에 나온 내셔 남작을 손쉽게 사냥한 뒤 BLG의 넥서스로 진격하여 1세트를 가져갔다.
■ 2세트

BLG가 드래프트 과정에서 블루 팀의 이점을 살려 초반부터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면서 대치전 상황에서 먼저 상대를 걸어 넘어뜨릴 수 있는 픽을 다수 가져간 반면, T1은 오른과 빅토르를 중심으로 확실히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중반 이후부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후반 밸류 조합을 채용했다.
초반부터 라인 스왑을 통한 심리전이나 강제 4인 다이브를 통해 도란의 오른이 3데스를 누적하긴 헀지만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아이템만 두르는 탱커에게 가장 중요한 레벨링까지 밀리지는 않았고 도란을 집중 견제하기 위한 BLG의 무리한 플레이를 T1이 응징하면서 어느정도 추격하는 구도로 게임이 진행됐다.
특히 초반 플레이 메이킹의 주역이었던 나이트에게 걸린 현상금을 페이커의 빅토르가 먹으면서 성장속도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고 23분 아타칸 교전에서 오너가 스틸에 성공하고 대승을 거두며 격차가 확실히 좁아졌다.

BLG가 탑에서 라인을 압박하던 페이커를 잡아내기 위해 과감하게 4명의 인원을 투입하지만 중간에 허리를 자른 오너가 상대를 최대한 물고 늘어지며 지저분하게 죽었고, 제때 도착한 도란과 케리아가 앞라인을 잡아주는 사이에 페이커가 적절한 카이팅으로 교전을 대승으로 이끌며 나이트의 애니를 상대로 골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결국 바다용만 3개를 획득하며 드래곤의 영혼을 채워넣은 T1의 앞라인은 오른의 걸작 아이템까지 확보하고 나니 죽을래야 죽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2세트까지 승리까지 가져갔다.
■ 3세트

1레벨에 페이커가 상대 진영 깊숙히 들어가서 시야를 잡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지만 나이트의 아리가 매혹을 찍은 탓에 오히려 페이커가 라인 푸시 주도권을 잡으며 편하게 성장했고 구마유시의 바루스는 쏘는 족족 맞히는 꿰뚫는 화살의 높은 적중률을 기반으로 라인전 페이즈 내내 엘크를 수시로 집으로 보내며 강력한 체급으로 BLG를 압박했다.
덕분에 오브젝트 생성 타이밍마다 T1은 먼저 스왑을 걸며 바텀의 힘을 바탕으로 오브젝트를 독식해나갔고 아리와 바이의 강제 연계 조합으로 킬스코어 자체는 BLG가 앞서나가고 있었지만 글로벌 골드 격차는 거의 나지 않는 대등한 게임 구도를 유지했다.
결국 이른 타이밍에 드래곤 스택을 3개까지 쌓아둔 T1의 판단이 BLG의 목을 확실하게 조르는 결정타가 됐다. 25분 첫 내셔남작 생성 타이밍에 4번째 드래곤이 생성되고 BLG가 드래곤의 영혼 획득을 의식하여 아래쪽으로 조금 몸이 쏠리는 모습을 보이자마자 페이커의 공간 왜곡을 타고 T1 전원이 바론 둥지로 날아가 버스트에 성공했다.
뒤늦게 달려온 빈의 암베사가 구마유시의 바루스에게 공개처형을 걸어봤지만 이미 밤의 끝자락으로 스펠 실드를 보유한 상태였기 때문에 제대로 제압이 걸리지 않아 바루스는 체력 손실 없이 카이팅 하며 팀원들과 함께 고립된 암베사를 잡아냈고, 앞라인은 오너가 단단하게 붙들어둔 뒤 암베사를 잡고 추격을 시작한 아군들과 함께 나이트를 제외한 전원을 우물로 돌려보냈다.


바론 파워플레이로 5천 이상의 골드를 벌며 대지 드래곤의 영혼까지 완성한 T1은 어느 정도 라인 상황을 좋게 만든 다음 도란을 제외한 4명이 공간왜곡을 타고 둥지로 날아가서 바론 도적질을 시도하는 듯한 액션을 보였다.
마음이 급해진 BLG가 급하게 바론 쪽으로 뛰는 사이에 혼자 암흑시야를 뚫고 뒤를 잡은 도란이 정확하게 나이트를 물어버리면서 나이트의 아리가 선채로 사망했고, 그대로 T1이 본진을 밀어버리며 강적 BLG를 3:0으로 셧아웃시켜버렸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