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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번쩍거리고 청량감 넘치는 신전기 어반 판타지 '젠레스 존 제로'

신호현 기자

기사등록 2024-07-04 11:03:16 (수정 2024-07-04 10: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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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하는 오타쿠 '호요버스'의 신작이자 전작들과는 전혀 접점이 없는 독립된 세계관의 어반 ARPG '젠레스 존 제로'(이하 ZZZ)가 드디어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ZZZ는 2022년 첫 공개 이래 꾸준하게 개발 진척도 발표와 이퀄라이징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이용자들의 신뢰를 얻었고 게임을 가다듬은 결과 사전 예약자 수가 4천만명을 넘는 등 2024년 하반기의 포문을 여는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미디어 프리뷰를 통해 제작진은 '액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모두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목표로 ZZZ을 개발을 진행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ZZZ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과연 기대치에 걸맞는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었을까?

게임조선에서는 정식 출시된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보고 그 감상을 공유하고자 한다.

■ 최후의 도시 '뉴 에리두'에서 펼쳐지는 마냥 어둡지는 않은 어반 라이프

게임의 배경이 되는 것은 '공동'이라는 현상에 침식된 세계에서 문명의 손길이 아직 남아 있는 '뉴 에리두'다. 이유 없이 갑작스레 찾아온 범세계적 재앙과 그 재앙으로 인해 발생한 에테리얼 괴수 및 침식된 인간이라는 설정은 ZZZ가 전작인 붕괴 시리즈와 직접적인 연결 고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붕괴 현상과 붕괴 에너지, 붕괴수, 망자라는 단어로 치환한다면 아주 손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정적이고 익숙한 맛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이 세계관의 인간들은 이미 공동과 함께 어우러져 가는 삶을 택했기 때문에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배경이지만 마냥 게임의 분위기가 마냥 어둡고 비관적이지는 않다. 이미 정부는 공동의 에너지 '에테르 자원'을 활용하는 방법을 이미 상용화하였고 전문 조사관을 파견하여 채굴을 진행할 정도로 체제가 안정화된 상태이며 공동에 휩쓸린 사람들을 구출할 수 있는 전문구조원 '로프꾼'들이 존재하므로 하루가 멀다하게 희생자가 발생하는 생지옥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호요버스 작품 중에서는 서구 판타지나 엄청난 과학 기술력의 시대가 아니고 가장 현대적인 모습으로 생활상과 즐길거리가 보존되어 있기 때문에 독특한 생활상을 가진 곳에서 어반 라이프를 즐긴다고 상상한다면 꽤나 즐겁게 몰입할 수 있다.

점심 즈음에 되서야 눈을 비비며 기상하고 6단지에 위치한 쵸퍼 대장의 '비단잉어 국숫집'에 방문하여 라멘으로 허기를 채운 뒤 '아우 가판대'와 그 주변을 배회하는 고양이를 곁눈질하다가 '갓핑거' 오락실에서 짤막한 한판 승부를 벌인 다음 '코프 카페'의 명물 민트 에스프레소를 테이크 아웃하여 '랜덤 플레이' 비디오 대여점으로 출근한다고 상상해보자.

우리는 그야말로 뉴 에리두에서의 완벽한 하루를 보낸 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 호요버스가 처음 선보이는 대유쾌 마운틴식 사이다 스토리

호요버스는 전작들에서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는 과정 중 '먹는 것과 동료밖에 모르는 유쾌발랄 바보', '주정뱅이와 빚쟁이 그리고 은둔형 외톨이 지도자', '중증의 쓰레기통 애호가' 등 웃을 수 있는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심어두거나 쉬어가는 지점을 두며 분위기를 환기하는 장치로 사용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역경을 극복하는 '인간찬가'라는 일관된 주제를 강조해왔던 만큼 대체적으로 어둡고 무겁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경향이 있는 편이었다.

그에 반해 ZZZ의 스토리는 놀라울만치 가볍고 유쾌하며 시종일관 즐거운 기조를 유지한다. 주인공인 로프꾼 남매는 대체로 매사에 냉정침착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선을 정확하게 긋지만, 속정이 깊고 주변 분위기에 맞춰 가벼운 농담도 곧잘 건네는 등 평판이 좋은 호인으로 통하고 있으며 그들이 초반에 만나는 세력인 '교활한 토끼굴' 또한 위법 행위를 가볍게 여기는 흥신소지만 실은 무법자 코스프레를 하는 선인 집단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바보같이 착한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이 게임의 초반부는 마치 한 편의 시트콤을 본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웃으며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틈만 나면 개그를 연발하고 클리셰를 박살내며 때로는 제4의 벽을 넘으면서까지 배꼽에 벨튀를 가하고 있는데다가 분위기가 조금 무거워지려고만 하면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손쉽게 해결해버리는 전개 덕분에 근래의 호요버스 게임 중에서는 제일 청량하다.

물론, 극적인 반전을 노릴 수 있는 기존의 고구마 전개도 나쁘지 않지만 역시 최근 트렌드는 빠르고 통쾌한 사이다 전개가 대세 아니겠는가? 그런 측면에서 ZZZ는 호요버스가 기존과 다른 방식과 관점으로도 스토리를 맛있게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좋은 선례로 볼 수 있다. 차후 스토리 전개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바뀔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시작은 굉장히 좋은 느낌을 주고 있다.

■ 어떻게든 탈출만 하면 OK! 공동 탐사

게임 내에서 메인 스토리와 서브 스토리는 '공동' 현상이 발생한 구역의 미궁 탐색 형식으로 진행된다. 물론 미궁이라고 해봐야 대부분의 공동은 형태와 풀이법이 고정되어 있으며 진행과 관련하여 충분한 힌트가 주어지기 떄문에 어렵지 않게 공략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힌트에 의존하지 않고 공동을 탐색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주된 재미 요소가 될 수 있다. 전투를 최소화하는 루트를 발굴하여 시간을 절약하면서 공략하는 것도, 모든 구역을 샅샅히 뒤져가면서 모든 보상을 긁어 모아 나가는 것도 이 게임을 온전히 즐기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엔드 콘텐츠인 '제로 공동'의 경우 이러한 재미가 더욱 극대화된다.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진짜 미궁에 각종 효과 기물, 퍼즐, 전투가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느낌을 주며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선 로프꾼들을 시험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선택을 하든 공동을 돌파하기만 하면 그것이 정답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깊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달콤한 보상과 함께 불이익이 주어지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들이밀더라도 그것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실력이 있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으며 능동적으로 퍼즐을 풀고 앞길을 막아선 피할 수 없는 적만 물리친다면 으레 출구는 열리기 마련이다.

■ 그 액션, 가볍고 속도감 있지만 심지어 멋있기까지 하다니

호요버스 측에서 미디어 프리뷰 행사 당시에도 강조했듯이 '웰메이드 어반 ARPG'를 표방하고 있는 게임인 만큼 ZZZ의 액션성은 두말할 것 없이 합격점이었다.

원신과 같은 오픈월드가 아니라 붕괴 3rd와 같은 스테이지 전투로 플레이 방식이 회귀하면서 팀 구성은 3인으로 축소됐으며 무장인형 포지션에 해당하는 전투용 방부(BANGBOO) 한마리를 포함하여 최대 3+1의 스쿼드로 플레이어는 공동 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모든 캐릭터는 일반 공격, 회피, 특수 스킬, 콤보 스킬, 궁극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캐릭터별 특수 자원이나 핵심 패시브에 따라 운용법에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공격 일변도의 빠른 템포로 전투가 이뤄진다.

특히 전작들이 시공단열/시공봉인/시공감속을 비롯한 각종 상태이상이나 조건부가 강하게 체결되어 있는 QTE나 원소 반응을 통한 유리한 전투 환경 조성을 위해 일종의 셋업 무브가 강제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ZZZ의 액션은 단순함의 극치를 지향하고 있다.

캐릭터별 속성이나 특성 그리고 세팅에 따른 유불리는 있지만, 어떻게든 적을 두들기다 보면 그로기 수치를 가득 채워 행동 불능 상태에 빠뜨릴 수 있으며 팀 내 모든 캐릭터가 강력한 콤보 스킬 한사발 돌려주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전투 메커니즘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캐릭터 교대에 해당하는 지원 버튼이 상대의 공격이 들어오는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사용하면 패링기로 작동하고, 상대의 공격에 뜨거나 넘어진 상태에서는 긴급 탈출 겸 구조기로 작동하며 일부 지원 캐릭터의 채널링 기술 시전 중에는 후딜레이를 제거하고 연계를 이어나가는 징검다리가 되는 등 만능성을 지닌 마법의 버튼으로 지정되어 있는 것이 꽤 인상적이었다.

물론, 연속 사용 가능 횟수가 제한되어 있고 쿨타임도 있지만 흔히 말하는 '딸깍'만 잘해도 적의 공격을 흘려내고 연계하며 실수를 최소화하는 멋들어진(AWSOME)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작과 확실한 차별화가 이뤄진 셈이다.

■ 파면 팔수록 한계가 보이지 않는 게임의 깊이

하지만 이 게임 깊이 파보려고 한다면 한없이 땅을 파내려나갈 수 있는 호요버스 게임의 전통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적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그로기가 핵심인 만큼 그로기를 확실하게 그리고 빨리 열기 위해서는 적과 상대의 속성 우열 그리고 캐릭터의 특성에 대한 사전지식이 필요하며, 장비를 세팅하는 단계에서 이 부분을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전투의 난도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스전에서 선봉으로 나서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받는 것은 높은 충격력과 쉴 틈 없는 스킬 연계로 그로기 유발에 특화된 '격파' 특성의 캐릭터일 것이고 그로기가 열린 직후부터는 콤보 스킬을 필두로 높은 수준의 화력 투사가 가능한 '강공' 특성의 캐릭터가 활약하게 된다.

플레이어의 성향과 전략에 따라 '지원' 특성의 캐릭터를 투입하여 팀 전체에 버프를 주거나 적의 저항을 깎거나 '이상' 특성의 캐릭터로 지속적인 이상 상태를 유발하여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으며, 불리한 싸움을 묵묵히 버텨내며 기회를 노려 클리어만을 바라보는 '방어' 특성 캐릭터를 넣는 등 자유롭게 변조를 줄 수도 있다.

만약 컨트롤에 자신이 있다면 강공 캐릭터들만 투입하여 지속딜을 넣다가 그로기가 열린 타이밍에 캐릭터를 스왑해가면서 단숨에 고위력의 특수 스킬을 마구 꽂아 넣는 로망 플레이도 가능하고 연소, 침식 등의 간접 피해를 주는 이상 캐릭터들로 히트 앤 런을 하는 것도 유효하며 높은 충격력 스탯을 확보한 격파 캐릭터들로 상대를 정신 못차리게 하는 것도 방법론에 입각한다면 결코 오답은 아니라는 것이 하나의 재미요소라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하드코어 난이도의 존재는 이 게임을 하는 사람 그리고 플레이하는 것을 보는 사람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요소라 볼 수 있다. 일반 난이도로 클리어하더라도 보상 자체는 하드코어 난이도와 동일하기 때문에 누군가 나서서 '왜 굳이 하드코어 난이도에 도전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원래 그러한 별다른 이유 없는 '도전' 콘텐츠의 존재 그리고 이를 멋지게 클리어하여 남에게 보여주며 '자랑'하는 것이야 말로 인간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근본이다.

클리어한다고 떡 하나 더 주지도 않은 시절부터 우리는 '성취감'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얻기 위해 게임을 플레이해왔고 '원코인', '1레벨 고정', '기술 사용 불가' 등 온갖 제약을 걸어왔기 때문에 ZZZ는 어찌보면 파도파도 고갈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무한한 자원의 보고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 총평

ZZZ를 플레이한 소감은 한 줄로 요약하자면 '2000년대 초반 유행하던 신전기류 라이트 노벨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였다.

초자연적인 재앙이 찾아온 비일상의 세계, 그럼에도 마을은 평범한 모습으로 굴러간다는 일상의 세계가 적절하게 배합되어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으며 개성 있고 매력 넘치는 등장인물들과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은 '어반 판타지(Urban Fantasy)의 정수 그 자체였다.

더군다나 전작들은 '인간찬가'라는 공통 주제를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등장인물들에게 시련이 주어지고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생각된 요소들이 각 챕터의 마지막에 가서야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여운을 남기는 등 대체로 90년대 소년만화스러운 테이스트가 강했는데, 호요버스가 드디어 다른 방향으로도 완성된 작품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ZZZ는 큰 의미가 있는 셈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텀이 꽤 길어 이용자들을 지치게 한다는 기존의 단점 또한 제로 공동을 비롯한 로그라이트와 고난도 의뢰 콘텐츠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 극복하고자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며. 결정적으로 다소 가벼운 느낌은 있지만, 온갖 색깔로 번쩍거리는 화려한 아트 스타일만큼 액션이 펑키하기에 생각보다 쉽게 질리지 않는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에서도, 액션에 대한 접근에서도 독특한 맛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 대해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다면 '젠레스 존 제로'는 누구에게라도 추천 한번쯤은 해볼 수 있는 안정적인 맛의 요리라는 점일 것이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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