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조선에서 창간15주년을 맞아 게임의 현 위치에 대해 재고했다.
최근 게임은 산업적 가치를 넘어 예술적 가치에 다가섰다는 평가가 많고 그 접근의 시도도 활발하다.
이전까지 한국 사회에서 게임으로 예술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예외적 시각이었다. 게임은 산업으로만 보았을 뿐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는 게임을 하나의 문화, 예술로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는 추세다.
지난 2011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게임관련법 선언문을 발표하며 '게임은 예술이다'라고 규정해 게임의 예술성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당시 선언문에는 "개발자들은 예술인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이런 선언문 외에도 게임을 예술로 지정하는 미술관이 등장하는가 하면, 게임 OST가 그래미 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 게임은 이미 예술로 인정받았으며 그 영역을 점점 넓혀가는 중이다.
이러한 게임을 예술적인 시작으로 접근하는 변화는 국내 역시 변하는 추세다. 그동안 게임은 문화론적, 예술적인 접근보단 산업적 접근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게임이 단순한 오락물이 아닌 예술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움직임, 게임을 하나의 예술, 미학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게임예술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해외와 국내에서 시도된 사례들을 살펴보고 게임을 예술적으로 접근하는 방향에 대해서 살펴보자.
◆ 게임은 예술이다 - 해외 사례
해외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게임을 예술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시도가 있었고 최근에는 예술로 완연하게 인정하는 분위기다.
게임을 예술적 관점으로 접근한 초기의 사례는 1980년대 후반 미술관들이 1세대와 2세대 게임들을 전시한 회고전에서 시작했다. 1989년 뉴욕 동영상 박물관에서 기획하고 전시한 '뜨거운 회로: 비디오 아케이드(Hot Circuits : A Video Arcade)'에서 큐레이터는 게임을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업들로 바라보고 전시를 시도했다.
여기서 발전된 전시전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에 본격화 되었다. 1998년 워커 아트센터의 '인터페이스를 넘어서(Beyond Interface)'부터 2000년 캘리포니아 대학 벨 센터에서 열린 '쉬프트-컨트롤(Shift-Ctrl)' 행사가 그러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006년 프랑스의 문화부 장관은 게임을 문화적 생산물 그리고 "예술적인 표현의 형식"으로서 최초로 공식화했다. 그리고 이들 산업에 세금 지원을 승인하고, 두 프랑스 게임 디자이너 미셀 앙셀과 프헤데힉 헤이날과 일본 게임 디자이너 미야모토 시게루에게 문화예술 공로훈장을 추서했다.
2011년 2월, 게임 음악으로는 최초로 문명4의 OST '바바예투'가 전미국레코드예술과학아카데미(NARAS)가 주최하는 미국 음반업계 최고 권위의 상 그래미 상을 수상하면서 게임 예술이 본격적으로 사회적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바바예투의 그래미 상 수상 이후 다양한 게임 음악들이 그래미 상 후보에 오르기 시작했고 이러한 변화는 게임 음악 더 나아가 게임 예술이 단순하게 게임을 보조하는 콘텐츠가 아닌 게임의 메인 콘텐츠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2011년 미국 국립예술기금은 2012년도에 예술 프로젝트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분야에 "상호작용 게임"을 포함하기도 했다. 같은 시기, 미 연방대법원은 2011년 6월 브라운 v. 엔터테인먼스 상인연합회 사건과 관련된 판결문에서 게임의 표현은 다른 예술 형식들처럼 보호받아야 한다고 법적으로 규정했다. 뉴욕현대미술관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예술로 게임들을 컬렉션에 선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해외지역 특히 서구 사회가 게임을 하나의 예술형식으로서 바라보고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게임 예술은 더 발전된 모습과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로 이뤄지고 있다.
기존에 활동하던 유명 뮤지션이 게임 음악 제작에 참여하는 것도 그런 시도 중 하나라다. 가장 최근에는 비틀즈의 멤버 폴 메카트니가 번지의 신작 게임 '데스티니'의 테마곡을 직접 제작했으며 싱글 앨범으로도 발매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폴 메카트니는 게임 데스티니에서 영감을 얻어 테마곡을 작곡했으며 풀 오케스트라로 녹음해 게임 출시와 함께 앨범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여기서 게임이 가진 특유의 콘텐츠성, 게임의 스토리와 분위기가 뮤지션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었다는 점, 예술적인 측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게임은 예술이다 - 국내 사례
국내에서도 '게임을 예술이다.'라는 시각으로 접근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지난 2012년 넥슨이 기획한 '게임을 하나의 아트로~! 마비노기 기획전'이 좋은 사례 중 하나다.
이전까지 게임은 게이머들만의 공유물이었다면, 이런한 예술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문화행사를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 전시회에서 넥슨 자신들의 게임 '마비노기'를 소재로 예술적 접근을 시도했다.
마비노기라는 게임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예술 장르로 접근을 시도해 게임의 산업이 아닌 예술적인 측면을 조명시켰다. 마비노기 기획전에서 선보였던 작품들은 게임 속 디지털 이미지들을 활용한 예술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제시했다.
게임 콘텐츠를 단순히 전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파티라는 형태로 소통과 상호 작용 측면의 접근도 있었다. 2012년 블레이드앤소울이 시도했던 '소울파티' 행사다. 블레이드앤소울의 소울파티는 게임과 문화의 만남을 환상적인 모습으로 보여줬다.
CBT 일정과 신규 캐릭터 발표 등 사업적인 내용도 포함되었던 행사였으나 사전에 모집한 팬아트, 조형물, 클레이 인형부터 3D 애니메이션 이미지 등 유저가 직접 제작한 작품을 현장에 전시함과 동시에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를 현장에 초대해 다양한 공연을 접목하면서 관객이 쉽고 재미있게 예술 작품을 접하고 예술을 몸으로 체험하며 교류하는 그야말로 '파티'를 통해 보다 대중적인 게임 예술을 선보였다.
2012년 경기도미술관에서 개최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는 '바츠 해방전쟁'을 주제로 예술제를 마련했다.
바츠 해방전쟁은 리니지2라는 게임에서 2004년 6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약 4년간 게임에서 진행됐던 게임과 게이머의 상호 작용에 의한 인터넷 전쟁을 서사해 전시했다.
게이머가 게임 내 강력한 집단을 형성하면서 의미와 가치를 넘어서 권력과 지위를 내세워 바츠 서버를 장악했고 이런 폭거에 게이머들이 연합 전선을 구축에 이에 맞섰던 바츠 해방전쟁 새로운 형태의 전쟁으로 기록되었다. 당시 이 전쟁에 참여한 게이머는 연인원 20만 명에 달했다.
바츠해방전쟁은 리니지2의 전성기를 이끌었으며 다른 게임에도 지대한 향을 미쳐 게임 속 게이머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쟁과 전투가 게임 속 중요한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예술계에선 리니지2에서 발생했던 바츠해방전쟁을 유저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스토리텔링으로 인정하며 예술적 가치를 인정했다.
여기에 433은 회색도시와 윤종신의 만남을 전시회를 통해 구현해 게임의 예술적 가치의 재고에 대한 생각을 넓혔다.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닌 귀로 듣는 예술적 접근, 게임 OST가 타 장르와 결합하는 시도도 있었다.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은 다양한 음악 장르 접근을 통해 OST를 제작해 왔으면 6번째 정규 앨범까지 발매했다.
2008년에 발매한 아이온 OST 1집은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 협연과 양반언이 참여하면서 완성도를 높였고 이후 앨범에선 유명 오케스트라단과 협연,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구성하는 등 다양한 장르로 OST앨범을 시도했고 가수 아이유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테마곡을 만드는 등 게이머는 물론이고 일반 대중에게도 음악을 통해 접근을 시도했다.
지난 6월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역시 OST 앨범을 통해 대중에게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전하는 상호작용성 접근을 시도했다.
게임 속 음악들이 게임 밖으로 나와 게임이 가진 문화성을 대중에게 드러냈던 행사가 지난 5월에 있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시 청년창업기업 ‘개울에서 바다가’의 주관으로 마련된 게임 OST 플래시몹 오케스트라 무대 행사에선 게이머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게임 음악을 통해 게임의 문화, 예술성을 전달했다.
또 지난 8월 28일 넥슨 직원들로 구성된 '더놀자 밴드'가 창단 2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선보였다. 게임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제작자가 직접 콘서트를 통해 게임 음악 예술을 현실로 끌어올린 것.
더놀자 밴드의 콘서트는 넥슨 임직원은 물론이고 오프라인으로 일반인 관객을 신청받는가 하면,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콘서트를 공연해 게이머와 관객에게 문화적 소통을 시도했다. 또 콘서트를 통해 게임과 게임 음악이 문화적 콘텐츠로의 역량이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 게임을 예술적으로 접근하기, 상호작용과 소통
무엇을 예술이라고 할까? 예술은 명확하게 정의하기 힘든 어떠한 사회적 행위다. 그리고 그 예술이라는 행위에는 사회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고유함과 저항력을 가지면서 예술로 인정받았다. 이것을 예술의 자율성이라고 부른다. 게임 역시 이러한 고유함과 저항력, 예술의 자율성을 가지면서 예술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특히 게임의 특징 중 하나인 2.0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새로운 형태의 예술성을 부여하고 있다. 게임을 기획자와 개발자가 가상의 공간에 캐릭터와 배경 등을 설정하는 기술적, 산업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학, 미술, 음악, 동작(퍼포먼스) 등의 예술적인 요소를 게임 제작자가 가상의 공간 속에 구성하면서 지휘자가 되며 게임 플레이라는 일종의 '쇼'를 통해 관객(게이머)에게 어떠한 메시지와 영감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예술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게임 예술의 특징이자 전통 예술과 차이점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게임은 가상의 공간 속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성을 기반으로 제작자는 게이머(관객)에게 미적 체험을 전달한다. 게임이 보여주는 예술은 그림이나 조형물처럼 하나의 완결된 예술품이 아니며 문학작품이나 연극, 영화처럼 스토리텔링 방식의 접근도 아니다. 그러나 바둑 등 고전 게임은 물론이고 현시대 온라인게임까지 게임은 '놀이'로서 본질을 간직한 해 상호작용적인 공간으로 존재했고 공간 참여자(게이머)의 자유로운 선택과 행동으로 공간이 변하는 다양한 상호작용성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최근 게임과 예술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전통 예술이 작가가 자기 생각을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 해답을 제시하는 단방향 커뮤니케이션 형태를 보였다면, 게임 예술은 특유의 상호작용 예술성을 통해 대중과 게임을 연결시켰으며 제작자가 창조한 놀이 공간 안에서 게이머와 상호작용을 통해 무수한 답을 찾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형태를 보이고 잇다. 여기에서 더 발전해 게이머에게 재미와 몰입감을 제공하고 게이머가 체험을 통해 어떤 의미와 가치, 성취감을 얻게하면서 더 창조적인 작품으로 예술의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게임의 상호작용성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게임을 예술적으로 접근하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전영진 기자 cadan@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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