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오딧세이'를 시작으로 현재에도 새로운 기종이 선보이는 게임기는 게임소프트를 구동하는 하드웨어를 지칭한다.
또 게임기는 40여년의 세월을 거쳐 TV와 연결해서 즐기던 가정용 게임기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든지 들고 다니며 즐기는 휴대용 게임기로도 발전했고 롬카트리지로 시작된 게임소프트 역시 CD, DVD, 블루레이, 다운로드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게임조선은 창간 15주년을 맞아 게임 업계의 트렌드를 조명하기 위해 지난 30년간 게임 하드웨어의 역사를 되살펴봤다.
* 편의상 구입 난이도가 높은 1, 2세대 게임기와 현재진행 중인 7, 8세대 게임기, 거치형이 아닌 휴대용 게임기는 제외했다.
◆ 3세대 '패밀리컴퓨터'와 '세가마크3'
1) 패밀리컴퓨터(1983)
닌텐도의 첫 게임기인 '패밀리컴퓨터(이하 패미컴)'은 게임소프트 품질을 고려하지 않고 소프트 개수 늘리기에 급급해 자멸해버린 아타리쇼크의 전례를 겪지 않게 철저한 서드파티(소프트 제조사) 관리로 차별화를 꾀했다.
패미컴 초반 소프트는 인기 아케이드(오락실) 게임을 이식하는 것에서 그쳤으나 이후 '슈퍼마리오'나 '젤다의전설' '드래곤퀘스트', '파이널판타지' 등 패미컴에서만 즐길 수 있는 오리지널 소프트를 선보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울러 패미컴은 미국에서는 NES(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란 이름으로 선보여 판매됐고 국내는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서 '현대컴보이'란 이름으로 정식 발매했다. 또 복제 기기가 수십년간 꾸준히 출시 돼 지금도 저렴한 가격으로 가장 손쉽게 플레이 가능한 게임기로 손꼽힌다.
▲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
그 밖에도 높은 단가의 롬카트리지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디스크를 게임으로 구동 가능한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을 주변기기로 출시 했으나 용량 제약이나 수익 구조 문제 등으로 인해 반응은 좋지 못했다.
2) 세가마크3(1985)
세가의 게임 컴퓨터 'SC-3000'을 가정용 게임기로 새롭게 탄생 시킨 '세가마크3'는 롬카트리지 외에도 저가형 롬카트리지 '마이카드'도 지원한다.
성능은 같은 8비트 게임기인 패미컴보다 성능은 좋았으나 다수의 서드파티를 거느린 패미컴보다 세가 혼자 자체적으로 소프트를 공급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소프트 수가 우위인 패미컴 만큼 파급력을 보이지 못했다.
국내는 후속모델 '세가 마스터시스템'이 삼성전자에 의해 '삼성겜보이'란 이름으로 정식 발매 됐다.
◆ 4세대 'PC엔진'과 '메가드라이브' '슈퍼패미콤'
1) PC엔진(1987)
패미컴 등장으로 가정용 게임기 시장은 다시 한번 부흥을 끌게 되고 NEC(일본전기)도 이에 힘입어 'PC엔진'을 제작,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당시 패미컴의 첫 서드파티였던 '허드슨'은 패미컴의 영광을 또 한번 얻기 위해 PC엔진 하드웨어 및 게임소프트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또한 PC엔진은 8비트와 16비트의 과도기적 위치에 있던 게임기인 만큼 전체적인 성능 역시 CPU 및 그래픽 성능이 그 중간 단계에 머무르며 게임소프트는 세가마크3의 마이카드와 흡사한 카드형 카트리지 '휴카드'를 사용했다.
아울러 PC엔진의 가장 큰 업적은 게임기 최초로 CD롬을 지원한 점이 눈에 띈다. 비록 광매체 특성상 데이터를 읽는 로딩이 있었지만 당시 롬팩은 상상도 못할 만큼 대용량을 가진 매체인 만큼 CD음질의 사운드와 고퀄리티 비주얼을 강조한 게임들이 대거 선보여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 PC엔진 셔틀
단 CD롬 확장 장치와 PC엔진과 CD롬 일체형 모델이 타 콘솔보다 고가였기 때문에 보유자도 적었고 그 것이 게임기 대중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참고로 현재도 고가에 거래 되고 있다.
PC엔진은 국내에 대우전자(현 동부대우전자)가 '대우재믹스PC셔틀'이란 이름으로 'PC엔진셔틀'을 정식 발매한 바 있다.
2) 메가드라이브(1988)
반쪽짜리 16비트 성능을 가진 PC엔진과 달리, 게임기 최초로 16비트 성능을 가진 세가의 '메가드라이브'는 16비트 CPU를 적극 활용해 인기 아케이드게임을 대거 이식 했다.
또한 별도의 주변기기 메가어뎁터를 이용해 세가마크3 게임소프트를 구동 가능케 했으며(메가드라이브1 이후 모델은 불가) 슈퍼마리오보다 더욱 빠른 초음속 고슴도치 '소닉 더 헤지혹'을 출시해 16비트의 신세계를 유저들에게 경험하게 했다.
허나 이전 세가마크3 때보다 나아지긴 했으나 서드파티 영입은 닌텐도보다 적었고 아래에 소개할 닌텐도의 16비트 게임기보다 CPU 정도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인 성능이 떨어져 3세대 게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2인자에 머무르게 됐다.
이후 CD롬 확장기기 '메가CD'와 32비트 확장기기 '슈퍼32X'를 출시해 수명연장을 모색하지만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다.
3) 슈퍼패미콤(1990)
패미컴의 대성공에 힘입어 출시된 후속기 '슈퍼패미컴'은 메가드라이브보다 16비트 게임기 시장 진출은 늦었으나 패미컴부터 이어진 대표게임 후속작을 하나둘 선보여 인지도를 빠른 시간 안에 확보해나갔다.
또 깔끔한 그래픽과 확대 및 축소 기능, 별도의 음원칩을 이용한 미려한 사운드로 메가드라이브와 다른 16비트 게임기의 절정을 보여줬다. 비록 메가드라이브보단 CPU 성능이 낮아 아케이드게임 이식이 적었으나 대신 높은 CPU 성능을 요구 하지 않은 당시 트랜드 RPG를 대거 보유한 슈퍼패미컴에게는 그다지 문제 되는 사항은 아니었다.
아울러 슈퍼패미컴은 현대전자가 슈퍼컴보이란 이름으로 정식 발매 했다.
한편 16비트 게임기 시장 말기에 소니와 함께 CD롬 주변기기를 개발하려고 했으나 여러 난항으로 개발이 취소 되고 32비트 게임기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 5세대 '세가세턴'과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64'
1) 세가세턴(1994)
16비트 게임기 때와 달리 32비트 게임기는 3D와 고용량을 내세운 게임들이 각광 받는다. 세가도 이에 편승해 '세가세턴'을 출시하며 32비트 게임기 시장을 겨냥하게 된다.
세가세턴은 아케이드로 먼저 선보였던 대작 3D게임 '버추어파이터' 등을 이식해 초반 이슈몰이에 성공했고 이전과 달리 서드파티 영입하는 것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 3, 4세대 때와 다른 초반 행보를 보여줬다.
허나 세가세턴은 3D게임이 트랜드였던 시대에 2D와 3D의 사이를 갈팡질팡하는 기기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 수록 3D에 특화된 소니의 게임기보다 빈약한 3D 성능을 보여줬고 어중간한 방향성 등으로 인해 자국인 일본은 물론, 해외에서도 실패하게 된다.
그래도 3D에 특화된 소니 게임기보다 2D도 고려한 게임기답게 깔끔한 2D게임이 대거 마련된 점이 인상 깊다. 또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삼성세턴으로 출시했다.
2) 플레이스테이션(1994)
슈퍼패미콤의 CD롬 확장기기로 출발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은 사업 결렬로 독자적인 게임기로 나서게 되고 소니는 이 것을 시작으로 게임기 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소니가 게임기 브랜드에 처음으로 뛰어들다 보니 자사의 대표 게임 시리즈 부재와 기기 초중반 모델들은 일정 이상 사용하면 기기 결함이 잦았지만 안정적인 서드파티 확보와 완성도가 높아진 후속모델을 출시하면서 플레이스테이션은 점점 자리를 잡게 된다.
또한 닌텐도 진영의 대표 타이틀 '파이널판타지7'과 '드래곤퀘스트7'이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발매가 결정 되고 '철권'이나 '투신전' 등 세가세턴의 '버추어파이터' 아성에 도전할만한 대작 게임들이 출시 되면서 플레이스테이션은 세가세턴을 치고 빠른 시간 안에 우위를 정하게 된다.
아울러 기존 게임은 저장 데이터를 배터리에 백업하는 방식이었으나 플레스테이션은 플래시 메모리를 이용한 저장장치 '메모리카드'를 선보여 반영구적으로 저장 데이터를 자유롭게 관리 가능한 것이 강점으로 회자된다.
3) 닌텐도64(1996)
세가와 소니와 달리 2년이나 늦게 5세대 게임기 전쟁에 합류한 닌텐도는 그들보다 상위인 64비트 게임기 '닌텐도64'를 선보이게 된다.
허나 광매체를 이용한 세가세턴과 플레이스테이션과 달리, 롬카트리지를 고집했고 덕분에 앞서 나열한 게임기들에 비해 용량 및 개발에 대한 제약이 심했고 덕분에 패미컴 때부터 같이 해왔던 대표 서드파티들도 떨어져나가게 된다.
위와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64DD'라는 고용량 디스크 시스템을 1999년에 선보이게 되지만 이미 게임기 시장은 6세대로 넘어가고 있었다.
물론 닌텐도64는 광매체 특유의 로딩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강점과 깔끔한 3D 그래픽을 볼 수 있다는 강점은 존재한다.
한편 닌텐도64는 현대전자에 의해 현대컴보이64라는 이름으로 출시 됐다.
◆ 6세대 '드림캐스트'와 '플레이스테이션2' '게임큐브' 'XBOX'
1) 드림캐스트(1998)
연이은 게임기들의 실패로 세가는 '드림캐스트'를 통해 또 한번 도전을 하게 된다. 드림캐스트는 세가세턴의 단점이었던 3D 성능을 향상 시키고 2D 성능 역시 극대화까지 올리게 된다.
또한 아케이드 기판인 'NAOMI'를 사용해 아케이드 게임 이식을 곧바로 가능하도록 준비 했으며 내장모뎀을 탑재해 온라인대전 가능, 1GB용량을 가진 독자규격의 광매체 GD롬을 사용, 액정게임기를 연상 시키는 비주얼메모리 등 여느 때와 다른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허나 이러한 공세에도 불구, 킬러 소프트 부재와 아래에 소개할 소니의 신기종으로 인해 드림캐스트는 말 그대로 꿈만 보여주다가 끝났다.
2) 플레이스테이션2(2000)
플레이스테이션의 성공에 힘입어 소니는 후속기 '플레이스테이션2'를 선보이게 된다. 플레이스테이션2는 게임기를 뛰어넘어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강조해 당시 떠오르는 미디어매체인 DVD 플레이어 기능을 기본 탑재하고 또 플레이스테이션 하위호환을 지원해 초반 소프트 부족의 단점을 극복했다.
또한 DVD를 게임매체로 사용해 CD에서 문제로 지적 됐던 로딩을 어느 정도 극복했고 고용량이기 때문에 일정 구간마다 CD를 교체할 필요가 없어졌다. 드림캐스트 GD롬이 1GB였다면 DVD는 약 4배 정도 되는 용량이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2는 국내에 진출해 국내 게임기 시장의 부흥기를 이끈 바 있고 전 세계 1억 5천만대 이상 팔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가정용 게임기로 평가 받는다.
3) 게임큐브(2001)
롬카트리지를 끝까지 고집하다가 실패한 닌텐도64를 교훈 삼아 닌텐도는 후속기 '게임큐브'에서는 DVD를 사용하게 된다. 물론 기존 DVD과 규격이 8cm 광디스크이지만 말이다(일반 DVD 1/3 정도의 용량).
아울러 닌텐도는 닌텐도64 때 놓친 서드파티도 복구 못하고 승승장구하던 플레이스테이션2보다 1년 늦게 발매하는 등 악조건 속에 게임큐브를 선보여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조용히 끝났다.
그래도 슈퍼마리오 시리즈나 젤다의전설 시리즈 등 닌텐도 기종에서 즐길 수 있는 닌텐도 대표작들과 당시 독점으로 출시되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를 게임큐브에서만 즐길 수 있는 강점 아닌 강점이 있다.
4) XBOX(2001)
소니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도 'XBOX'를 통해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 진출 했다. XBOX는 윈도우 OS를 기반으로 내장 하드까지 보유한 게임기이며 가장 늦게 나온 6세대 게임기답게 성능이 가장 뛰어났다.
단 서양인의 손에 맞춘 거대한 컨트롤러와 투박한 디자인, 소프트 라인업 등 아시아권에서는 먹힐만한 요소가 거의 없었고 또 당시 플레이스테이션2 천하였기 때문에 어느 기종이 나와도 선전하기는 힘들었다.
허나 첫 기종임에도 불구 기기 자체의 내구력은 호평 받았고 'Xbox Live'를 통한 온라인 플레이 등 향후 'XBOX360'가 만들어지는데 큰 기여와 역할을 했다.
[이동수 기자 ssrw@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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