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종사자는 쉽게 말해 '게임'을 매개체로 먹고사는 이들이다.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사가 있고 이를 유통하는 퍼블리셔가 있고 관련된 소식을 전하는 매체인 게임 전문지도 있다. 넓게는 모바일메신저 업체와 투자사부터 PC 및 각종 하드웨어 관련 직군까지 포함한다.
이들은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로 게임을 좋아하고 어릴 적부터 게임과 함께 성장해온 게임키즈도 적지 않다. 게임 웹진 게임조선의 상황도 비슷하다. 게임에 게임애(愛)를 가진 그들에게 창간 15주년을 맞이해 물어봤다.
당신에게 있어 '게임은 무슨 의미인지' '인생 최고의 게임은 무엇인지'를. 이 이야기에는 그들의 꿈과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편집자 주]
어느덧 게임조선이 15살이 됐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중학생의 나이입니다. 기자는 중학생 시절, 아니 그 이전부터 참 많은 게임을 플레이 했었는데요. 그 때를 떠올려보면 참 많은 게임들을 했었고 재밌게 즐겼구나 하며 감상에 젖고는 합니다.
게임 얘기를 하던 도중 '추억 돋는' 게임이 우연히 겹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참 반갑게 느껴지고 호감도 가는데요, 그래서 기자는 이번에 여러분과 더 가까지기 위해 인상 깊게 즐겼었던 '추억 돋는 게임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 '패미컴' 시리즈
아주 어릴적, 게임광이던 외삼촌이 가정용 게임기인 '패미컴'을 물려 주셨었습니다. 명작들이 가득하기로 유명한 패미컴 안에서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3'나 '록맨', '열혈 시리즈', '서커스 찰리'는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슈퍼패미컴과 달리 패미컴은 세이브 기능이 없어 각 게임의 1 스테이지를 수천번씩 플레이 했었던것 같네요.
그리고 그 패미컴은 버튼을 너무 누른 나머지 A버튼이 고장나 저와 작별을 해야 했었습니다. 정말 슬펐어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3, 서커스 찰리, 열혈 축구 등등...]
◈ PC방 대장, '스타크래프트'
친구의 손에 이끌려 PC방에서 처음 플레이 했던 '스타크래프트'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게임은 패미컴의 8비트 화면이 전부였고 명절날 큰 집에 있는 컴퓨터를 만져본 적은 있었지만 컴퓨터로 게임을 해본 것도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매우 직관적인 조작 방식과 부드럽게 움직이는 유닛들이 뿜어내는 마력은 다들 잘 알고 계시겠죠.
집에 PC가 없었던 터라 틈만나면 PC방을 다녔고 500원을 내고 30분씩 연장을 하거나 돼지 저금통의 배를 가르기도 했었습니다. 컴퓨터를 상대로 AI전만 했는데도 왜 그리 재밌던지..
◈ 포트리스, 마지막 왕국, 워바이블, 라그나로크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당시 PC방에서는 이런저런 국산 온라인 게임들이 유행이었습니다. 포트리스를 선두로 MMO 장르의 마지막 왕국, 워바이블, 레드문 등이 유행이었습니다. 리니지와 디아블로2가 본격적으로 유행한것은 이들 다음이었습니다. 적어도 저희 PC방에서는요.
마지막 왕국을 가장 열심히 했었는데 사냥터로 가기 위한 명령어인 '@이동 터'라던지 전직을 하기 위해서 채팅창에 입력해야 했던 '기사 시켜 주세요' 같은 몇몇 게임 명령어는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상용화가 되기 전, 오픈베타 게임이었던 '라그나로크'는 집에서 즐길 수 있었는데요. PC가 구식 모델이라 메모리가 64MB였고 로딩속도도 어마어마하게 길었는데 친구의 새 PC에서 30초가 채 걸리지 않는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친구의 PC 메모리는 256MB 였었죠.
[독탱, 방구탱, 돌탱, 빨콩 등등... 밸리 맵은 캐논이 최고였어요]
'@이동 터', '@이동 아놀드' 명령어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 '마지막 왕국'
[경찰로 전직한 유저가 PK범을 감옥으로 보낼 수 있었던 워바이블]
['복사촌'이나 '호드밭'이 유행했었던 라그나로크]
◈ 내겐 너무 비쌌던 게임, 리니지와 디아블로2
PC방의 대장격 게임들인 리니지와 디아블로2는 저에게는 너무 비싼 게임이었습니다. 리니지를 먼저 시작했는데 월 요금인 29700원은 거대한 벽이었습니다. 평상시에는 PC방을 다니다 용돈이 떨어지면 3일 무료 계정을 만들어 요정의 숲에서 엔트를 때리며 아데나를 모았었고, 명절에 큰 집에서 받은 용돈으로 계정비를 마련했었습니다. 화전민 마을에서 오크를 때려잡으며 고군분투 끝에 국민 세트였던 '6일도에 4뼈셋과 4티셔츠'를 장만했었는데 일주일도 채 안되 '버그베어 PK'로 검을 떨궈버리고 실의에 빠진 채 게임을 접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실의를 메꿔준 것이 바로 '디아블로2' 였는데요. 엄청난 속도감과 포스 넘치는 바바리안, 영어여서 알아듣긴 힘들지만 무언가 심각한 분위기는 6일도를 잃어버린 충격을 잊게 해줬습니다. '렐름 서버 다운'과 함께 올라가는 PC방 요금이 인상 깊었습니다.
[계정비가 부담됐던 그때는 3일 계정으로 엔트를 때리며 돈을 모았었습니다]
◈ FPS를 만나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역대 플레이 해왔던 FPS 게임중 가장 오래했던 것은 카운터 스트라이크였습니다.'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에서도 유명한 '더스트', '더스트2', '아즈텍'등의 맵이 유행했었고 동네 카스 대회가 자주 열리기도 했었습니다.
총기 명칭이 이상하게 나오거나 틴 버전을 원래 버전으로 되돌리기 위해 국내 카스 커뮤니티였던 '나리카스'에서 신세를 많이 졌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이 때 게임 커뮤니티라는 것을 처음 배우게 됐습니다.
[스팀 버전이 되기 전 카스의 메인 메뉴는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 게임은 하루 2시간만, 마비노기
울티마 온라인에 있었던 생활형 콘텐츠와 가위바위보의 개념을 활용한 전투, 하루 2시간이라는 제한된 플레이는 많은 게이머들을 불타오르게 했습니다. 라비 던전 하급의 보스인 서큐버스를 카운터 어택으로 잡아야 했던 이유는 다들 잘 알고 계시겠죠. 던전 안에 들어가면 플레이 타임이 끝나도 종료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클리어를 하고도 나오지 않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2시간이 지나도 던전 안에 숨어있으면 나오가 잡아가지 않았어요]
마비노기 이후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이나 애쉬론즈 콜 등 북미 게임을 오가던 도중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오픈베타가 시작됐습니다. 서버 오픈과 동시에 엄청난 인원들이 몰려 퀘스트 아이템 루팅을 시도하면 아이템이 줏어지지 않고 시체가 사라질 때 까지 무릎을 꿇고 있는 일명 '모내기 렉'이 끊이질 않았고 렙업이 불가능 할 정도로 치열했던 힐스브래드 구릉지도 떠오릅니다.
이후 등장한 불타는 성전과 리치왕, 대격변 등의 확장팩도 꾸준히 즐겼기에 개인적으로도 참 애착가는 게임입니다.
[모내기, 퀘스트 줄서서 깨기 등등... 와우는 좋은 술 안주거리죠]
글을 쓰다 보니 정말 많은 게임을 플레이 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은 즐기고 있을 때 보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떠올렸을때가 더 재밌게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 앞으로도 더 많은 게임을 찾아보고 플레이 할 생각입니다. 여러분의 추억이 잔뜩 묻은, '추억돋는' 게임은 무엇이었나요?
[이준목 기자 sutag@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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