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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왜 '제도기'로 분류되는가? '도란'이 보여준 탑솔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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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는 MSI 진출팀을 가리는 선발전 'Road to MSI(이하 RtM)'의 취재를 위해 부산을 다녀왔었다.
 
초여름에 접어들며 날씨가 급격하게 습하고 후덥지근해진 것도 모자라 호우경보와 함께 물폭탄이 떨어지면서 현장 취재 과정이 결코 녹록지 않은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막상 경기를 시작하니 기자이기 이전에 e스포츠의 팬으로서 도파민이 마구마구 터질 수 밖에 없는 장면들을 연거푸 맞이하면서 아쉬움이 전혀 남지 않는 일정을 보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도란' 최현준 선수가 있었다. 첫날 젠지 이스포츠가 패배의 문턱까지 밟았다가 패패승승승으로 리버스 스윕을 기록하는 드라마틱한 승리도 분명 굉장히 자극적인 맛이었지만 진짜 간지가 철철 넘쳐 흐르는 도황만큼은 아니었다. 돌거북한테 처형당하 탑솔러가 어떻게 수많은 팬들과 같이 경기를 뛰는 선수들을 감동시키는 감동란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일까?
 

도황 진짜 간지나네
 
사실 이번 RtM에서 보여준 충격적인 캐리쇼 이전에도 필자는 쭉 도란의 팬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항상 '스포츠에 과몰입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영 좋지 않다'고 이야기하며 '한화 이글스'를 응원하는 아버지의 사례를 들었던 만큼 그 어떤 스포츠에서도 최애 팀을 따로 만들고 있지는 않았으며 좋아하는 선수 몇명 정도만 눈여겨보고 응원하는 정도였다. 
 
도란은 그 중에서도 유별난 선수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주사위 밈이 붙을 정도로 팀이나 시즌을 가리지 않고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도깨비같은 경기력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들 하지만, 필자가 주목한 것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풀스윙을 휘두를 수 있는 용기와 결단력이었다. 
 

룰러를 용의 분노로 차날리며 크랙 플레이를 선보인 도란은 이듬해 룰러와 같은 팀이 됐다
= LCK 공식 영상 갈무리
 
지금이야 탑 솔로 라이너의 캐리력이 엄청나게 올라오면서 강력한 탑 라이너가 게임을 주도하고 철저히 이를 중심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이 젼허 어색하지 않은 환경이 됐지만, 전통적으로 탑 솔로 라이너의 덕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던 것은 비교적 적은 자원투자가 이뤄지고 많은 희생을 요구하더라도 묵묵히 버티고 인내하며 라인전 단계를 넘기고 한타가 시작하면 교전을 열어주는 선봉장의 역할이었다.
 
그리고 도란은 데뷔 초기를 제외하면 항상 그런 역할을 능히 해내는 선수였다. 수많은 선수들이 선택의 기로에서 '할까?'와 '말까?'를 고민하고 있을 때 '필요하면 한다!'를 외치듯이 미움받을 용기와 함께 총대를 메는 것은 늘 도란이었고 이는 '젠지 입단킥'으로 널리 알려진 21시즌의 리 신 플레이나 이번 RtM 이전까지 도란의 최고점 플레이를 논할 때 심심찮게 등장하는 23시즌의 '도라가스'와 같이 숱한 증거들을 남기고 있다.
 

영감 특성의 '비스킷'과 그라가스의 패시브 '서비스 시간'을 활용하여 극한까지 배를 짼 멋진 플레이
= LCK 공식 영상 갈무리
 
누군가는 '제도기'라는 현 시점 LCK 최강의 탑솔을 트로이카로 묶을 때 '도란'이 같은 급으로 놓을 수 있냐고 의문을 품기도 한다. 물론 그것이 진지하게 지표와 성적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플레이 평균이 아니라 팀을 이적함에 따라 함께 움직이는 팬심의 유동성 영향을 크게 받는 느낌이 있지만, 결국 가장 많이들 가져오는 논리는 'LCK 올프로에서 퍼스트를 수상한 적이 없고 국제전 성적이 아쉽다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LCK 우승컵을 6개나 들었던 '칸(김동하 선수)'은 은퇴하기 전까지 국제전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지만 그는 여전히 최강의 탑솔러 후보를 뽑으라고 하면 심심찮게 이름이 거론되고, '우지(젠쯔하오 선수)' 또한 끝내 롤드컵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음에도 전설의 전당에 헌액되며 그가 당대 최강의 원딜이었음에 이의을 제시하는 의견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커리어 만능주의가 얼마나 허상에 가까운지를 말이다.
 

KT 시절 나르를 플레이하며 보여준 '부메랑 백샷'에 버금가는 기막힌 오브젝트 스틸이었다
= LCK 공식 영상 갈무리
 
작정하고 투자했을 때의 퍼포먼스가 생각만큼 높게 찍히지 않고 이따금 게임이 안좋게 굴러갈 때에는 파멸적인 저점을 보인 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항상 철옹성같이 견고한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튀어나오는 22시즌 스프링 결승전의 아크샨이나 국제전에서 유독 '빈(천쩌빈 선수)'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면 그런 평가가 나오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는 도란이 출전한 경기를 제대로 보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 수많은 월드 클래스 선수들이 도란을 상대로 서열정리를 당하며 미끄러진 사례가 적지 않으며 그 희생양에는 함께 제도기 라인으로 묶이는 '제우스(최우제 선수)'와 '기인(김기인 선수)' 또한 포함되어 있다.
 
심지어 이번 RtM의 경우 그 제우스를 상대하며 다리를 걸고 넘어가는 평소대로의 클러치 플레이 패턴으로 넘긴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힘으로 압살하여 사이드 스플릿 운영으로 멋진 한판승을 따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모두가 구마유시를 보고 있을 때 그는 묵묵히 상대의 주요 딜러 둘을 상대했고 끝내 한명을 처치하는데 성공했다
= LCK 공식 영상 갈무리
 
저점과 고점의 차가 극명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저점이 현재 최강의 탑솔러를 논할때 그의 이름을 배제할 정도로 낮지는 않으며 한계를 모르는 성장성과 고점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높다는 것이 도란의 특장점이다.
 
도란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사소한 플레이 하나하나가 나비 효과를 일으키며 말도 안되는 수준으로 차이가 벌어지는 탑 라인의 일상 그 자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솔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탑신병자와 다르게 도란은 남탓을 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으며 팀이 필요로 한다면 몇번이고 클러치를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도란의 플레이를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프로 선수이기 때문에 들어가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들어가서 싸워야만 하는 것이 탑솔이고 그렇게 팬과 안티를 미치게 하는 탑솔의 정수는 바로 슈퍼스타 '도란'에게 있다"
 
참고로 도란 선수의 아마추어 시절 시그니처 챔피언은 '클레드'였다
 

신호현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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