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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젠 '테르비스' 출시 연기, 남 탓 말고 게임에 대한 애정부터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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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젠 서브컬처 신작 '테르비스'가 7월 2일 공식 사이트를 통해 정식 출시 연기 소식을 전했다. 예정된 수순이다.

지난 6월 10일부터 16일까지 7일간 진행한 클로즈 베타 테스트 이후 약 보름 만의 결정, 이는 테스트 결과가 상상 이상으로 참담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결정이며, 지스타 2024, AGF 2024, 일본 코믹 마켓 등 서브컬처 행사에 꾸준히 참석하며 반은 기대감, 반은 자부심을 보였던 것에 비하면 뼈아픈 결정이다. 지금도 포털에 노출된 테르비스 공식 사이트를 누르면 이미 끝나버린 CBT 모집 공고를 방치하고 있으니 만든 사람조차, 아무도 관심이 없거나 생각보다 충격이 더 큰가 보다.

'테르비스'가 웹젠 자체 개발 신작임에도 기대작 라인업이 아니었던 이유는 웹젠이 이에 앞서 2024년 여름 즈음에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 '라그나돌', '뮤오리진' 등 자사 게임에 대해 떼죽음식 서비스 종료를 감행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Pay to Love를 지향해야 하는 서브컬처 분야에서 유저들 눈치도 안 보는 그런 행보는 자사의 서비스 타이틀에 애정이 있다고 보기 힘드니까.

다른 유저들의 테스트 결과가 어떠했는지 "~에 따르면"이 아니더라도 기자가 직접 플레이해본 '테르비스'는 냉정히 말해 철 지난 기획의 산물이었다. 개발의 퀄리티가 낮지 않고, 디테일한 면을 보면 오히려 괜찮다. 애니메이션 퀄리티는 심지어 수준급.
 
검증도 안 받은 테스트 빌드에 풀더빙까지 한 것은 이해 안 가는 선택이었지만 유저 입장에서 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 괜찮다. 문제는 무매력이다. 1차 CBT였는데 너무 박한 거 아니야? 응, 아니, 사실상 거의 다 완성되어 나왔었으니 충분히 이 정도는 평가할 수 있는 빌드였다. 아마 게임사 측도 그걸 알기 때문에 '출시 연기' 공지도 냈을 테니까.

서브컬처 분야, 이 중 캐릭터 수집형 RPG는 굉장히 정직한 장르다. 어떻게 뭐라 말로는 표현할 수 없어도 누구나 다 아는 '맛'이 확실히 있어야 한다. 이 게임은 그런 매력이 전무하다. 

서브컬처를 지향하는 게임이 받아선 안 될 가장 심각한 평가는 "유사 10덕, 혹은 10덕 코스프레한다-"는 평가다. 돈이 되는 장르라고 대충 흉내 내서 만든 것 같다는 것. 애정할 만한 요소, 몰입할 만한 요소가 없는 서브컬처 게임을 즐겨야 할 이유는 없다. '테르비스'는 그런 고민이 약했고, 결국 딱 그런 평가를 받았다.

시스템이야 대충 트렌디한 거 역기획해서 가져오고, 돈 들여 비싼 일러스트, 성우 좀 뽑아내면 모양이야 그럴 듯하니 쉬운 장르 같아 보이지만 이 시장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그 안의 내실 싸움이 어마어마한 장르다. 우리가 다 아는 그 뻔한 시스템에 그럴듯한 IP 붙이고, 스킨만 갈아끼우며 1, 2, 3 시리즈로 수치 딸깍 업데이트만 꾸준히 해주면 운 좋게 큰 손님이 몇 천, 몇 억씩 질러주고, 그분 접으면 섭종하면 되는 장르와는 다르다.

웹젠쯤 되는 회사가 자금력과 개발력이 없을 리는 없을 테고 이런 심각한 '노잼'은 기획에서부터의 문제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한 기획으로 잘못된 결과물이 만들어지고 있는데도 이 스크립트에 풀더빙이 완료될 때까지 그런 철 지난 기획에 대한 우려가 없었다는 것은 그냥 장르에 대한 애정이 없거나 이해도가 떨어졌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아니면 말해도 듣질 않았든지. 캐릭터 매력이라는 것, 스토리 몰입도라는 것은 굳이 게임 개발 작업이 진행되지 않아도 충분히 체크할 수 있는 부분이므로. 

출시 연기 공지에 따르면 '2D 그래픽과 캐릭터 디자인, 성우 풀 보이스 지원'에 호평을 줬고, '테르비스만의 참신함이 부족하고 UI/UX의 불편함, 밸런스 부분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게임 출시 일정은 2025년 하반기 이후 다시 조정하기로 결정했다고도 했다.
 
문득 세상에 2D 그래픽와 캐릭터 디자인, 성우 풀 보이스에 대한 호평이 없는 서브컬처 게임이 있겠냐 싶지만 그거라도 호평이라니 다행이고, 지금 당장 나와도 5년은 늦었는데 출시 시기를 더 늦춘다고? 이 만큼 완성된 빌드에 기본까지 손을 댄 다는 것은 그냥 갈아엎겠단 소리이므로 출시 연기 발표가 갖는 여파는 꽤 크다. 타 매체 보도에 따르면 PD부터 시작해 핵심 개발진 교체도 이루어지는 중이라고.
 
물론 아직 개발 중인 게임이고, 대충 내고 1년 만에 섭종 때릴 거 아니라면 퀄리티를 더 높인다는 데 환영할 만한 판단이며 회사로써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어차피 리소스만 살리고 '테르비스 리다이브'해도 재미만 있다면 그렇지 않아도 구조선 찾고 있는 기자부터가 먼저 반길 수 있다.
 
단, '테르비스'가 여기까지 온 흐름, 웹젠의 족적을 봤을 때 불안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게임 개발 능력과 퍼블리싱 능력을 두루 갖춘 국내 몇 안 되는 웹젠이 회사가, 구성원이 뭘 만들고 있는지 누가 체크는 해줬어야 하지 않나?  프로젝트 드랍하라고 상처난 데 소금 뿌리는 소리가 아니고, 내부에 이런 평가를 하는 사람이 1명만 있었어도 이 산이 아닌게벼- 결과는 막을 수 있었다.
 
테르비스 공식 커뮤니티 인사말이 '꿈의 여정에서, 기적을 만드는 이야기'다. 기적을 바라기보다 '테르비스'가 지향하는 장르가 정말 자신들의 꿈이 맞는지부터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박성일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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