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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20 최다 GOTY 후보

성수안 기자

기사등록 2020-12-26 17:55:28 (수정 2020-12-26 17: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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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 주의 
이번 기사는 각 게임의 핵심 스토리를 누설하고 있습니다. 만약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스크롤을 내리지 않길 권장합니다. 

2020년도 어느덧 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각계각층에서는 연말을 맞이해 행사 준비와 진행에 정신이 없습니다. 특히 게임계에선 올해의 게임, 즉 '고티(GOTY, Game of the Year)'에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고티는 '그래미 어워드'나 '아카데미 상' 같이 단일 시상식에서 수여되는 상은 아닙니다. 전 세계 유명 웹진에서 선정한 올해의 게임을 고티로 부르고, 그 해 가장 많이 고티를 받은 게임을 '최다 고티'로 부를 뿐입니다. 'GAME OF THE YEAR PICKS BLOG'를 기준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지나지 않으며, 고티를 수여하는 매체 선정 기준 역시 불분명하기 때문에 공신력이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용자가 올해의 갓-겜이 무엇일까 궁금해하며 최다 고티 소식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2020년 고티는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올해 최고의 게임이라기엔 어딘가 논란이 있는 게임들이 후보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특히 '하프라이프 알릭스'처럼 한 플랫폼에 혁명을 일으킨 작품은 빠져있어 논란에 부채질을 하고 있습니다. 게이머들의 최고 행사가 돼야 할 고티가 어째서 이런 논란에 휩싸였는지 후보들을 통해 알아봅시다.


축제요? 장례식 같은데요 = 세계테마기행 갈무리

■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작품은 바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이하 라오어2)'입니다.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출시 전부터 올해 최고의 게임이 될 것이라는 말이 많았고, 실제로 출시된 이후에도 많은 웹진들의 찬사를 받으며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언뜻 보면 갓겜으로 보이는 라오어2가 왜 논란이 된 것일까요? '정치적 올바름'이나 '화이트 워싱' 등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전작을 존중하지 않는 스토리 때문입니다.

전작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딸을 잃은 주인공 '조엘 밀러'가 또 다른 주인공인 '엘리'와 함께 황폐화된 세계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게이머들은 조엘을 플레이하며 엘리를 지키기 위해 약탈과 살인같이 비윤리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지만, 작품에서 드러나는 조엘의 절절한 부성애 덕분에 비난은커녕 오히려 조엘의 행동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그러나 라오어2는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날려버렸습니다. 게이머의 분신과 같았던 조엘은 처음 등장하는 캐릭터 '애비'에게 아무 개연성도 없이 살해당합니다. 심지어 게임은 조엘을 죽인 애비를 플레이하면서 애비의 복수심을 납득하도록 강요합니다. 후반부는 엘리를 플레이하게 되지만 애비와 만난 엘리는 복수를 포기하고 애비를 놔주기에 이릅니다.


많은 이를 분노하게 만든 애비 = 게임조선 촬영

라오어2의 스토리는 '복수는 무의미한 것'이라는 진부한 주제를 라스트 오브 어스라는 세계관으로 풀어낸 것입니다. 개발사인 '너티독'은 전작의 주인공이자 게이머들의 분신인 조엘을 죽이면서까지 이 주제를 전달하고자 했으나 그 방법은 너무나도 어긋난 것이었습니다. 엘리의 복수는 성공하지 못했고, 복수를 포기한 이유는 전혀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게이머들에게 남은 것은 조엘의 죽음과 산산조각 난 추억뿐이었습니다. 일부 게이머는 이를 두고 '라오어가 사랑스러운 애완견과 함께한 추억이라면 라오어2는 그 개로 만든 보신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때문에 라오어2는 뛰어난 그래픽과 오디오, 상호작용을 선보이고도 비판을 면치 못했습니다. 여기에 디렉터인 '닐 드럭만'이 엘리가 손가락으로 머리를 두드리는 클립과 함께 "팬들을 사랑하고 존중하지만 무조건 응석을 들어주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하면서 게이머들에게 철저히 외면받게 됩니다. 덕분에 라오어2는 최다 고티 후보라는 영애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의 구설수에 오른 게임이 됐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는 말의 예 = 게임조선 촬영

■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독자분들께 병을 드렸으니 이번에 약을 드릴 차례입니다. 바로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이하 FF7R)'라는 약입니다.

FF7R는 이름 그대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중에서도 손꼽히는 역작으로 칭송받는 '파이널 판타지 7'의 리메이크 작품입니다. FF7R는 뛰어난 연출력으로 게이머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 팬들과 신규 게이머들에게 다시 돌아왔습니다.

원작과 FF7R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하면 그래픽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당시 전투부터 이벤트 신까지 모든 부분을 3D 폴리곤으로 표현했던 원작은 이제 4K 그래픽으로 업그레이드됐으며, 이에 맞춰 캐릭터들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중에서도 주인공인 '클라우드 스트라이프'와 양대 히로인 '티파 록하트', '에어리스 게인즈버러'의 새로운 모델링은 팬들을 환호케 했습니다.


진짜 모델링 한 사람한테 상줘야한다.... = 게임조선 촬영

원작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도 확실했죠. 리메이크 발표 트레일러는 '어드벤트 칠드런'의 인트로를 그대로 사용했으며, 최종 보스인 세피로스는 어드벤트 칠드런의 한쪽 날개 버전으로 등장해 올드 팬들의 바지적삼을 축축하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파이널 판타지 7의 각종 이벤트, 심지어 클라우드의 여장 댄스 이벤트까지 충실하게 구현됐습니다.

물론 FF7R가 2020 고티로서 부족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리메이크 작품인 만큼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것, 배경 텍스처의 저열함, 원작을 여러 파트로 쪼개서 내는 것 등이 있겠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대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팬 서비스를 보여준 만큼 팬들에게만큼은 2020 고티로 충분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장면이 고퀄리티로 다시 만들어지다니... 살아있어서 요캇타... = 게임조선 촬영

■ 원신

다음은 중국판 '야숨'으로 불리는 '원신'입니다. 원신은 비단 고티가 아니더라도 출시 전부터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이아 야숨)'을 표절했다는 비판을 받은 게임입니다. 오픈 월드라는 장르부터 특유의 그래픽 스타일, 풍부한 상호작용, 비행이나 채집 모션까지 거의 모든 부분에서 야숨과 동일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개발진은 "'젤다의 전설'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라고 밝혔지만, 몬스터 레벨 디자인부터 이벤트 장면마저 그대로 가져다 쓴 수준이라 비판을 면치 못했습니다. 특히 시작 후 언덕 위에서 하이랄의 풍경을 바라보는 명장면 역시 원신에 그대로 사용돼 야숨 팬들을 실소하게 만들었습니다.

야숨을 해봤다면 누구라도 이 게임에서 야숨의 향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 게임조선 촬영

원신이 고티 후보로 지명된 것에 대한 의의를 찾는다면 그나마 플랫폼에 다양성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고티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멀티플레이 게임처럼 무한히 지속되는 작품보다 하나의 스토리가 완성된 작품이 수상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콘솔과 PC 플랫폼으로 출시된 게임이 주로 고티 후보로 올랐습니다.

반면 원신은 PC와 콘솔뿐만 아니라 모바일로 출시됐으며, 스토리가 다 완결되지 않았음에도 다양한 매체에서 고티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경직됐던 기존의 고티 후보 기준을 깨고 모바일 작품이 후보로 거론됐다는 사실은 충분히 반길만한 부분이지만, 그 첫 후보가 표절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원신이라 게이머들은 마냥 기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게임의 가장 큰 의의는 비상식량과 벤티의 찰진 엉덩이를 남겼다는 것이다 = 게임조선 촬영

■ 하데스

이번엔 갓-겜을 보실 차례입니다. 바로 혜성처럼 나타나 게이머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하데스'입니다. 액션 로그라이크 게임 하데스는 2019년 앞서 해보기로 등장한 이후 2020년 9월에 정식 출시됐습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한 하데스는 신화 속 여러 무기를 이용해 적들을 박살 내는 게임입니다.

하데스는 여기에 '쌈마이'함을 더했습니다. 신나는 음악과 시원한 액션은 물론 무려 사용 무기로 '총'까지 등장합니다. 여기의 '헤스티아의 상'이나 '데메테르의 상' 등 다양한 신들의 축복까지 더해지면 다른 로그라이크에서 느낄 수 없는 흥겨운 사냥을 즐길 수 있습니다.


스토리, 타격감, 사운드 3박자를 모두 충족하는 갓-겜 = 스팀 상점 페이지 갈무리

하데스는 로그라이크 초보에게도 추천할만한 게임입니다. 캐릭터가 사망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하는 것은 다른 로그라이크 게임과 마찬가지지만, 그동안 모아온 캐릭터를 계속 강화할 수 있으며, 스토리 역시 죽은 뒤에 진행하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로그라이크의 장점이자 단점인 사망에 대한 부담감을 크게 줄인 것입니다.

이 같은 장점에 힘입어 하데스는 정식 출시된 지 2개월에 불과하지만 여러 웹진에서 고티 후보로 등재됐습니다. 이미 시상이 끝난 고티까지 합하면 라오어2를 잇는 최다 고티 작품으로 손꼽힐 정도입니다. 특히 평론가와 게이머가 동시에 호평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2020년 최고의 고티 작품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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