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구걸' 메시지 폭증… 사랑 아닌 '분노' 유발
우선 박수를 보낸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누구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던 ‘스팸 마케팅’은 높은 점수를 받아 마땅하다. 셋방살이 주제에 주인집 손님들을 상대로 과감한 호객행위를 진행한 용기도 가상하다.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 차지한다고 했던가. 이러한 용기로 미인은 아니지만 1000만 스마트폰 사용자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로 인해 인기순위에서도 정상에 오른다.
이게 다가 아니다. 덕분에 오랜 기간 연락이 없었던 지인들과도 1시간 간격으로 어색하지 않게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대화내용이 가관이다. 서로의 안부가 아닌 하트만 오고간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분명 연인사이로 오해했을 것이다.
선데이토즈의 인기 스마트폰게임 ‘애니팡’이 참신하지만 무모한 스팸 홍보 전략으로 5800만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도마 위에 올랐다.
애니팡은 토끼와 원숭이, 병아리 등 앙증맞은 동물들이 등장하는 액션 퍼즐게임으로 간편한 조작감과 통쾌한 사운드를 앞세워 높은 중독성을 자랑한다. 여기에 카카오톡과의 연동으로 이용자 간 자연스런 경쟁구도를 형성하면서 출시 한 달 만에 정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인기상승의 뒷면에는 이용자를 활용한 ‘합법적 스팸메시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애니팡 이용자들이 카카오톡 친구들에게 함께 게임을 하자는 초대메시지와 하트를 스팸메시지 수준으로 보내고 있는 것.
하트는 애니팡을 플레이하기 위한 일종의 사이버머니로, 하나를 소진하면 1분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최초 게임에 접속하면 5개의 하트가 기본적으로 주어지며, 게임플레이를 통해 소진된 하트는 8분이 지나면 다시 생성된다.
기다림이 지루할 경우 현금을 주고 구입하거나 친구가 전송해준 하트를 받으면 된다. 때문에 친구에게 하트를 보내면서 반대로 하트를 요구하는 이상한 문화가 자리 잡혔다.
애니팡을 즐기는 카카오톡 친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하트의 압박도 증가하는 독특한 구조이다. 평소 자주 연락하지 않는 친구에게 무작정 하트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신종 스팸수단으로 전락했지만, 지인이 보낸 메시지라는 이유로 이를 불법이라 정의할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가장 큰 수혜를 누리고 있는 건 다름 아닌 회사 측이다. 개당 100원(10개 1000원)정도하는 무형의 사이버머니를 활용해 별도의 노력 없이 홍보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애니팡 하나지만 이러한 마케팅전략이 보편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큰 문제이다. 이미 효과가 검증되면서 제2 혹은 제3의 애니팡이 시장에 출연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스팸메시지를 합법화한 선데이토즈의 발상의 전환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허나 선량한 이용자들을 ‘스팸의 여왕’ 김미영 팀장으로 만든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민재 기자 sto@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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