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파의 독주, 그 빛과 그림자
온라인 스포츠 장르가 인기를 끈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리니지' '바람의나라'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의 MMORPG들의 꾸준한 인기와 '서든어택' '스페셜포스'와 같은 FPS의 전성시대에도 스포츠 장르는 인기를 얻지 못했다.
스포츠 장르의 게임은 해당 스포츠의 규칙(룰)을 알아야 하며, 경기 진행 방식도 알아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반 게임보다는 진입 장벽이 높았던 것도 비인기 장르의 요소 중 하나였다.
하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 열풍과 함께 '피파온라인'이 선풍적인 인기몰이에 성공하면서 스포츠 게임에 대한 위상이 달라졌다.
피파온라인은 스포츠 게임의 한계를 뛰어넘어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른바 국민 게임으로 떠올랐다.
이후 축구를 소재로 한 게임들이 많이 등장했지만 모두 피파온라인의 거대한 벽에 막혀 처참히 실패했다. 최근 그나마 프리스타일 풋볼이 선전하고 있을 뿐이다.
스포츠 장르의 대중화에서 피파온라인이 이룬 것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얻은 만큼 잃은 것들도 적지 않다.
경쟁작이 없다는 것은 발전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실제로 피파온라인은 유저가 많아지면서 게임 내 렉현상과 비매너 유저 그리고 다양한 버그들에 몸살을 겪고 있으며, 전술, 길드 등의 유저들이 원했던 시스템이 최근에서야 적용됐다.
또, 피파의 입지가 단단해 지면서 동시에 수많은 중소 게임사의 축구 게임들은 피파를 넘지 못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가혹한 상황이 만들어진 셈.
◆ 위닝일레븐 온라인, 새로운 혹은 유일한 대항마
'피파온라인'에 이어 후속작 '피파온라인2'까지 독주 체제를 이어오던 온라인 축구 게임 시장에 큰 변화가 시작된 것은 콘솔 축구 게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위닝일레븐의 온라인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위닝일레븐은 박지성과 에브라, 메시 등 실제 축구 선수들도 즐겨하는 콘솔 게임으로 피파 시리즈와 함께 축구 게임의 양대 산맥이다.
그 인기만큼 원하는 퍼블리셔가 많아 온라인 버전의 개발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NHN 한게임은 코나미와 손잡고 위닝 일레븐의 온라인 버전을 공동 개발을 결정하고 지난 5월 1차 비공개 테스트에 이어 최근 2차 비공개 테스트를 무사히 마쳤다.
과연 위닝 일레븐이 피파온라인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까? 아니 왜 막아야 할까?
만약 위닝이 피파와 유저를 양분할 수 있다면 피파에만 길들여졌던 스포츠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다양한 축구 게임의 재미를 알게 된다.
이를 통해 다음에 출시되는 중소 개발사의 참신한 축구 게임들이 피파 독주시대보다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성공에 대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겠지만 이는 위닝이 선배 축구 게임으로서 가져야 할 사명이다.
◆ 위닝, 과연 피파와 경쟁이 가능한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이미 3번째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는 피파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온라인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가장 어렵다던 엔진도 교체했었고, 매년 로스터 업데이트를 통해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심지어는 캐시 아이템과 유저들의 성향까지 수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EA가 독점하고 있는 팀 라이선스, 최신 엔진을 적용한 그래픽, 완성단계인 선수 시스템과 트레이드 시스템, 그동안 쌓인 유저들의 피드백 그리고 국민 게임으로 자리 잡은 대중성까지 피파가 가진 약 6년의 노하우를 이제 온라인 시장에 처음 도전장을 던진 위닝이 이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는 기존 게임들이 못했지만 우리는 위닝이기에 가능한 부분들에 희망을 걸고 있다.
과연 위닝이 피파에 대항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 라이선스
리얼 축구 게임에서 유저들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실제 선수들과 유명 구단을 내가 플레이하는 것이다.
위닝은 대대로 라이선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왔다. 대부분 챔피언스리그 출전팀의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어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메시, 호날두 등의 선수들은 등장한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의 첼시는 런던 FC로 리버풀은 머지사이드 레드, 아스날이 노스 런던으로 나오는 등 현재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의 라이선스가 가장 큰 문제다.
온라인화를 선언하면서 이 부분을 해결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명 구단은 다른 이름으로 등장한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게임에 등장하는 선수들의 이름은 실제와 같게 나온다는 것.
◆ 그래픽
현재 피파3는 피파 11엔진에 유저들의 니즈를 파악해 선수 페이스온을 강화했다. 이는 현존하는 온라인 축구 게임 중 가장 뛰어난 그래픽임을 부정할 수 없다.
반면 위닝은 현재 08엔진을 기반으로 제작되고 있다. 이 엔진은 그래픽 부분에서는 마치 피파1이나 피파2와 비교해야 할 만큼 저사양의 엔진이다.
위닝이 그래픽의 수준 차이를 알면서도 이 엔진을 선택한 것은 바로 온라인의 특성 때문이다.
피파는 키렉과 서버렉, 팅김현상 등의 문제가 그대로 시리즈에 계승된다. 위닝은 바로 이런 네트워크 동기화 문제를 최소화해 유저들에게 안정적인 게임 플레이를 제공하기 위해서 구 버전인 08엔진을 사용했다.
온라인의 경험이 없기때문에 이런 위닝의 선택은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하지만 네트워크 부분의 노하우와 전략이 세워졌다면 많은 유저들에게 선보이는 오픈 베타 테스트까지는 그래픽의 업그레이드는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할 것이다.
◆ 게임 시스템과 인터페이스
처음부터 리그 모드를 중심으로 매치 모드를 지원해왔던 피파는 선수 성장, 유니폼 카드, 아이템 등 다양한 시스템을 게임에 도입해왔다.
이제 시작한 위닝이 이 모든 것을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한 준비는 의외로 철저한 것으로 보인다.
2차 비공개 테스트를 통해서 만난 위닝의 모습은 합격이었다.
피파가 완성된 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인터페이스라고 하면 위닝은 유저 동선과 편의성, 접근성을 고려한 인터페이스다.
상당히 간결한 게임 시스템과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는 처음 게임을 접하는 유저들도 어렵지 않게 게임에 적응하기 어렵지 않도록 했다.
아직 기본적인 기능 외에 부가적인 편의를 위한 다양한 기능들이 지원되지 않지만 향후 인터페이스의 발전 가능성은 오히려 피파보다 높다.
◆ 대중성과 차별성
라이선스와 함께 위닝의 넘어야 할 커다란 산 중 하나다. 콘솔에서의 인지도는 위닝이 압도적일지 모르지만 온라인에서는 전혀 반대의 상황이다. 오히려 위닝이라는 게임을 모르고 있는 유저가 많은 것이 현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위닝은 피파와 같은 게임을 추구하면 안 된다. 피파와 같은 게임이라면 사람들은 익숙한 피파를 선택하게 된다.
현재 위닝은 리그 경기, 친선 경기, 랭크 매치, 협회(길드로 추정)의 기본 메뉴로 구성돼 있다. 결과부터 이야기 하면 위닝만의 콘텐츠는 없다.
같은 콘텐츠라면 유저들은 조금 어렵더라도 손과 귀에 익숙한 피파를 선택하게 된다.
피파와 경쟁하기 위해서 만약 리그전을 중심으로 하는 게임 모드를 주력으로 한다면 승산이 없다. 차라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라이선스를 최대한 활용해 챔피언스리그 중심의 게임으로 출시한다면 차별화와 경쟁력이 다 갖춰지지 않을까?
위닝은 자신의 강점인 마스터리그와 챔피언스리그가 현재는 AI대전에만 적용돼 있는데 이를 온라인 대전으로 확대 적용한다면 피파와 다른 차별화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끊임없는 변화가 절실
피파의 독주가 주는 장점은 살리고 그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닝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위닝이 피파와의 경쟁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둬야 온라인 축구 게임 시장에서 다른 작은 규모의 다양하고 참신한 게임들이 도전할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축구 게임계의 선배로서 책임과 의무가 크다.
이제 위닝이 외부와 소통을 거부하는 장인정신보다는 여태까지 쌓아온 축구 게임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꾸준한 업데이트와 유저와의 소통을 유지한다면 향후 온라인 축구 게임이 활발해질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
이미 시작한 지 6년이 지난 피파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위닝의 출발점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위닝이 꾸준한 변화와 발전 그리고 유저와의 소통을 유지한다면 피파와의 경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치열해질 수 있다.
결국 피파의 독주가 계속될지 새로운 축구 게임 시대가 열릴 것인지는 위닝온라인에 달려있다.
[김재희 기자 ants1016@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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