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는 부산 동래구 사직동에 위치한 다목적 실내경기장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전반기 국제대회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 출전할 팀을 최종 결정하는 선발전 'Road To MSI(RtM)'의 결선 라운드를 진행했다.
이번 RtM일정은 3일에 걸쳐 2025 정규 시즌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한 젠지 이스포츠(GEN)와 한화생명 이스포츠(HLE)의 1시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3위에서 기다리는 티원(T1)과 도장깨기를 시전하며 폼을 끌어올리는 케이티 롤스터(KT)의 통신사 대전이 뒤를 이으며 마지막 날에는 2위 선발전이 진행된다.
최종적으로 선발되는 2개의 팀은 LCK를 대표하여 MSI에 1번 시드와 2번 시드로 진출하며,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하는 e스포츠 월드컵 출전권 또한 이번 RtM에서 결정된다.
대회 진행용 클라이언트는 현행 게임 버전보다 한 단계 낮은 25.11로 진행된다. 강력한 라인전의 상징인 루시안의 너프와 함께 후반 지향형 챔피언들의 버프가 잇따르며 탑에서 후반을 도모하는 밸류 위주의 브루저와 탱커의 픽률이 크게 올라간 상태이며, 이러한 기동성 낮은 밸류픽들을 효과적으로 카운터칠 수 있는 자르반 4세가 최근 대세 정글러로 부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4일에 진행한 2일차 경기의 승패 예측은 백중세에 가깝다. 순위만 따진다면 3위에 위치한 T1과 5위로 시작하는 KT 간에 어느 정도의 격차가 있어야 하나 KT는 2025 정규 시즌 2라운드에 접어들어서는 경기력이 일취월장하여 레전드 그룹에 입성하는 것은 물론 이번 RtM에서도 만나는 상대를 모조리 스윕으로 잡아먹고 올라오며 기세가 등등하다.
반면 T1은 먼저 기다리고 있는 상위팀으로서의 이점과 다전제 및 빅게임에서의 저력을 무기로 삼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KT는 Bo5 토너먼트로 연전을 치르고 있기 때문에 스윕을 통해 체력 소모를 최소화한다고는 해도 전략적인 카드 노출은 피할 수 없어 직관적인 승부예측측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름의 KT는 역시나 강팀 그 자체였다.
T1이 도란(최현준)의 1레벨 사이온을 수풀에 숨겨두고 풀차지 대량 학살 강타를 적중시켜 선취점을 뽑아내거나 비디디(곽보성)의 라이즈를 호출하여 시도한 3인 다이브를 동수교환으로 받아치는 등 전반적인 초반 흐름이 T1에게 웃어주는 듯 보였지만, KT는 조급함을 보이는 일 없이 차근차근 오브젝트를 쌓고 성장을 따라가면서 비등한 게임 양상을 만들어냈다.
이로 인해 6분이라는 이른 시간에 3킬을 달성하며 전투의 위업 달성 메시지를 먼저 띄운 것은 T1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오브젝트와 첫 포탑 파괴로 무력행사를 띄운 쪽은 KT였고 오른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근거로 KT는 게임을 극후반 밸류 싸움 단계까지 끌고가기 시작한다.
35분에 이르러서는 T1의 킬스코어가 앞섬에도 KT가 골드를 리드했고 오른의 지속 효과로 인해 걸작 아이템이 쌓이기 시작하며 구도가 완전히 뒤집혀버리고 만다.
KT가 드래곤의 힘을 완성하는 것을 막기 위해 T1이 과감하게 나섰지만 덕담(서대길)의 칼리스타는 초반에 집중견제를 받았던 시기와는 이미 차원이 다른 수준의 챔피언이 되어 있었고, 오른과 니코를 앞세운 교전에서 5:1 교환으로 대승을 거둔 KT가 T1의 넥서스를 파괴하며 1승을 챙긴다.


T1이 앞라인을 배제한 극단적인 돌진 조합으로 불안감을 조성하였으나 결국 2세트 승리를 통해 증명에 성공했다.
이전 세트의 탑 다이브를 보복하기로 하듯이 KT가 6레벨을 찍기 직전인 도란을 상대로 4인 다이브를 설계했지만 적절한 케리아(류민석)의 순간이동 합류와 살짝 거리를 두고 상황을 지켜보던 오너(문현준)의 녹턴이 피해망상으로 이를 맞받아치며 T1이 일방적인 이득을 봤다.
심지어 미드에서 비디디가 페이커(이상혁)의 아칼리를 상대로 먼저 솔로킬을 올리긴 했지만 페이커도 죽기 직전에 표창곡예를 맞혔다면 역으로 킬각을 잡을 수 있을만한 날카로운 플레이를 보여줬고, 지속적으로 비디디가 다른 라인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발을 묶어두는 역할에 충실하여 KT가 원하는 사고 상황이 좀처럼 벌어지지 않도록 했다.
전환점은 21분 아타칸 교전이었다. 아타칸을 잡아내고 체력 손실로 인해 본대 일부는 이탈하고 일부는 발목을 잡히며 희생하는 가운데 도란이 탈진을 동원하여 덕담을 물고 늘어지며 싸움이 커졌고 뒤늦게 KT의 본대가 덕담을 구하기 위해 돌아오는 과정에서 오너가 적절하게 피해망상으로 불을 꺼버리자 도란이 끝까지 가위질로 KT 전원의 체력을 갈아버리고 전사한다.
결국 뒤이은 오너와 구마유시의 추격으로 4:2 대승을 거둔 T1은 상체 전원이 암살자라는 특성을 십분 활용하여 상대 라이너가 사이드를 마음 편하게 먹으며 성장하거나 라인 관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을 조성했고, 한타만 시작하면 상대 딜러진이 사라지는 마술을 보여준 T1이 2세트 승리를 가져가는데 성공한다.

3세트에서도 '클러치 히터' 도란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비디디가 페이커를 강하게 압박하며 선턴을 잡고 커즈(문우찬)과 함께 본대 힘싸움에서 지속적인 이득을 보긴 했지만 도란의 레넥톤이 퍼펙트(이승민)을 수차례 솔로킬 내고 라인을 초토화하면서 KT가 이득을 볼 여지를 차단했으며, 이를 통해 불리한 상황에 놓인 아군이 충분히 성장할만한 시간을 확보하여 게임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8분, KT가 비디디와 대치하고 있던 도란을 잡아내기 위해 커즈와 피터(정윤수)를 모두 불러내는 노림수를 준비헀지만 도란은 위축되기는 커녕 난전으로 판을 키우면서 레오나와 세주아니의 궁극기를 모두 뽑아낸 뒤 생존하였고 합류한 T1의 본대가 비디디와 피터를 잡아내면서 게임의 향방이 서서히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25분 교전에서 T1이 다소 느슨하게 인원수와 소환사 주문을 체크한 탓에 교전을 대패하여 전원처치로 위기에 빠지는 듯 했지만, 상대가 드래곤을 처치하고 정비시간을 가지는 그 찰나에 내셔 남작을 먹고 도망치며 오랜만에 바론도적단의 무브먼트를 보여줬고 과성장한 레넥톤을 앞세워 사이드 주도권을 꽉 잡은 T1이 공세를 이어갔다.
이후 케리아가 상대의 어그로를 잔뜰 끌어 주요 스킬을 낭비시킨 뒤 신비한 차원문으로 적 한복판에 도란의 레넥톤을 떨어뜨리는 전술을 구사하며 교전을 여는 족족 T1이 대승을 거뒀고 그대로 게임을 끝내며 T1은 최종 진출전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된다.

KT가 원거리 딜러에 밴카드를 집중 투입하여 구마유시(이민형)에게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가운데, T1은 트위스티드 페이트 선픽에 카밀과 직스까지 확보하며 극한의 사이드 운영 조합을 준비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KT도 판테온을 가져가서 템포를 당기려는 의도를 보인다.
운영을 제외한 측면에서는 전반적으로 KT가 웃고 들어가는 조합이었기에 킬스코어나 오브젝트에서 근소하게 앞서는 모습들이 나왔지만 승부에 쐐기를 박기 위한 22분 아타칸 사냥이 결국 특이점을 불러오고 만다.
T1의 본대에서는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으나 도란의 카밀이 상대측 정글에서 튀어나와 이를 순식간에 스틸하고 이탈하여 KT 전원이 혼란에 빠졌고 인원 공백이 생긴 바텀 라인에 페이커가 빅웨이브를 꽂아버리면서 이전까지 KT가 벌어둔 대부분의 이득을 토해내게 만들었다.
조급해진 KT는 급하게 내셔 남작을 두들기며 T1을 불러냈지만, 케리아의 봉인 풀린 주문서를 포함하여 2개의 강타를 들고 있던 T1이 이를 손쉽게 빼았는데 성공했고 그대로 교전을 걸어버린 T1이 4킬 노데스로 KT를 넉아웃 직전까지 몰아붙인다.
결국 아타칸과 바론이라는 최상급 버프 2개를 두른 T1이 KT 본진을 초토화하고 3:1 승리로 다음날 벌어질 HLE와의 최종 진출전으로 올라갔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