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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리뷰] 9년 만에 등장한 '플레비 퀘스트', 가벼운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 방향 제시

성수안 기자

기사등록 2020-04-18 10:00:50 (수정 2020-04-18 10: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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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위즈가 지난 9일 스팀을 통해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플레비 퀘스트: 더 크루세이즈(이하 플레비 퀘스트)'를 출시했다. 사실 일부 이용자에겐 플레비 퀘스트라는 이름보다 2013년 텀블벅 모집 당시 내걸었던 '아미 앤 스트레테지: 십자군'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할 수도 있겠다.

출시 후 스팀 이용자 평가는 '매우 긍정적'을 기록하고 있다. 많은 이용자가 독특한 아트워크와 캐주얼한 플레이, 저렴한 가격에 오래 즐길 수 있는 가성비 등을 장점으로 택했다. 하지만 전투 밸런스나 외교 및 종교의 부실함 등으로 게임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이 게임을 '패러독스 인터랙티브'의 '크루세이더 킹즈'나 '유로파 유니버설리즈'와 비교하기도 한다. 중세 유럽, 특히 첫 번째 시나리오부터 십자군과 아랍권의 대립을 다루다 보니 이런 비교는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약 9년이라는 시간 동안 게임의 이름이 바뀌고, 개발사인 파이드 파이퍼스는 네오위즈 산하로 들어가는 등 우여곡절 끝에 출시된 플레비 퀘스트. 파이드 파이퍼스가 선사하는 중세는 과연 어떤 보습일지 살펴보겠다.

■ 무대는 십자군 전쟁이 한창인 중세

플레비 퀘스트를 처음 시작하면 튜토리얼을 겸한 '시나리오 모드'와 샌드박스 형태의 '프리 플레이 모드'를 즐길 수 있다. 시나리오 모드는 '킬리지 아르슬란 2세'와 '루지에로 2세', '시리야'로 플레이하는 세 가지 시나리오로 구성됐으며, 프리 플레이 모드는 중동과 서 지중해, 유럽, 전 지중해, 전 세계 5개 지역으로 마련됐다.

이용자는 각 지역의 지도자가 되어 게임을 플레이한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시나리오의 킬리지 아르슬란 2세는 옛 영토 수복, 두 번째 시나리오의 루지에로 2세는 빚 청산과 딸의 혼인, 세 번째 시나리오 '시리야'는 새로운 교황 추대다. 프리 플레이 모드는 따로 목표가 제시되지 않기 때문에 이용자가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시나리오 모드는 튜토리얼을 겸한다 = 게임조선 촬영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는 시나리오 모드 = 게임조선 촬영

시나리오 하나를 클리어에 넉넉히 2~3시간 정도. 타임머신으로 불리는 다른 시뮬레이션 게임과 비교하면 매우 짧은 수준으로 가볍게 즐기기엔 적당한 시간이다. 다만, 프리 플레이 모드는 결국 모든 행동이 전쟁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플레이가 단조롭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다.

주요 역사적 사건 역시 '맘루크 왕조'의 태동이나 '니케아 제국' 건설 등 큰 사건 외엔 간추린 느낌이다. 알면 좋지만 몰라도 문제가 없는 수준. 각 사건은 온갖 패러디로 버무린 스크립트로 재구성돼 게임 플레이의 재미를 더했다.


역사적 사실은 큰 사건 위주로 전개 = 게임조선 촬영

■ 참을 수 없는 시스템의 가벼움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가볍다'는 것이다. 이는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지금까지 등장한 많은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의 가장 큰 단점은 '진입장벽'이었다. 나라, 혹은 영지를 다스리려고 해도 수많은 시스템을 암기하고, 숙달해야 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플레이하는 나라가 '신성 로마 제국'이라면 지역의 인구와 특산품, 병종 같은 기본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실제로 일어났던 '카노사의 굴욕'이나 '아비뇽 유수' 같은 사건까지 알아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정보를 아는 것과 시스템에 실제로 이용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였기 때문에 많은 이용자가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일이 잦았다.

이런 면에서 플레비 퀘스트의 가벼움은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파이드 파이퍼스는 게임의 구성과 밸런스를 위해 고증을 상당 부분 포기했으며, 특산물 역시 알아보기 쉽게 통일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교황이 콘클라베가 아니라 종교 회의로 선출되거나 설탕이 현재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하얀 가루 형태로 등장한다.

내정을 담당하는 외교나 종교 부분도 다른 게임들에 비해 간소한 편이다. 관계 개선, 혹은 악화에 필요한 행동이 간단하고, 그 결과 역시 직관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복잡하게 많은 것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각 지역의 역사를 모르는 이용자도 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최대한 가볍게 만든 것이다.


초보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간략화된 외교창 = 게임조선 촬영

반면, 지나친 단순화로 인해 게임의 깊이가 없다고 지적하는 이용자도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팩션과 장군의 지나친 몰개성일 것이다. 물론 '예니체리'나 '아르메니아 쇠뇌병' 등 지역 특화 병종이 주어지지만 딱 그뿐이다. 국가 지도자 역시 해도 포로가 되지 않는 특성을 제외하면 다른 장군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어떤 국가를 해도 비슷한 느낌을 받기 쉽다. 그래서 첫 플레이는 신선하지만, 두 번째 플레이부터는 같은 일만 반복하는 느낌이 들곤 한다.

종교 역시 그 필요성이 의심될 때가 많다. 플레이 과정에서 종교로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비해 손해가 더 크기 때문에 종교는 종종 일종의 패널티같이 느껴진다. 또한 이단으로 낙인찍히면 회복하기 매우 어렵고, 낮은 신앙으로 인해 결국 같은 종교 팩션과 전쟁을 치르게 된다.


종교는 지나치게 간소하고, 짜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 게임조선 촬영

■ 참신한 전투, 밸런스만 고치면 완벽

전투는 횡스크롤 방식으로 진행된다. 독특한 점은 바로 모든 명령이 전서구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즉, 거리에 따라 명령 하달에 딜레이가 생기기 때문에 병사들이 너무 깊숙하게 진격했다면 유리한 전황을 놓치거나 후퇴가 늦어 전멸할 위험이 있다.

부대는 보병과 기병, 궁병 세 가지 병종으로 구성한다. 이용자는 휘하 장수들에게 병사를 배분하고, 전투 지역으로 파견에 전투를 진행할 수 있다. 이 병사들은 전투나 훈련으로 경험치를 얻어 상위 등급으로 진급할 수 있다. 돌팔매 병사가 궁수, 혹은 석궁병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용자가 원한다면 암시장에 병사를 투입해 더 이상 진급할 수 없는 특수 병종으로 진급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정규 진급 방식과 다르게 군마와 목재, 설탕 등의 재료가 필요하지 않아 유사시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장군 역시 병과에 따라 보병 장군과 기병 장군, 궁병 장군으로 나눌 수 있다. 각 장군들은 자신의 주특기에 맞춰 병사들을 5성까지 육성 가능하다. 또한 장군에 따라 불만 상승 저하와 치안 활동 효과 증대, 도서 정리 시 추가 점수 획득 등의 효과를 가지고 있어 내정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같은 병종도 다양한 방식으로 진급 가능 = 게임조선 촬영


장군은 주로 여관에서 영입 = 게임조선 촬영

이처럼 플레비 퀘스트는 독특한 전투 시스템과 다양한 장군 및 병종으로 전투의 재미를 더했다. 하지만 병종 간의 밸런스가 게임의 발목을 잡는다.

주로 지적되는 부분은 바로 지나치게 약한 보병이다. 기병을 견제해야 할 창병과 높은 회복력으로 공성전의 디딤돌이 돼야 할 검사는 다른 병종과 큰 차별점이 없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수준이다. 사정거리도 1이라 다수를 운용할 이유도 없다. 심지어 공성전에선 궁병, 야전에선 기병만 대동해도 모든 적을 상대할 수도 있어 보병의 가치가 떨어진다.

보병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보병 장군의 가치도 떨어진다. 야전에선 기병에게 쉽게 쓸려나가고, 공성전에선 보병이 돌아가며 성벽을 부수다가 사기 부족으로 퇴각하기 때문에 굳이 5성 보병을 육성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병과는 세 가지가 있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두 가지인 셈이다.


공성은 궁병 하나면 장땡 = 게임조선 촬영


창병이고 뭐고 야전은 기병이 최고다 = 게임조선 촬영

■ 명확한 정체성, 자신만의 매력을 뽐내다

플레비 퀘스트는 아직 고쳐야 할 것이 많다. 이미 지적한 내정 부분이나 전투 밸런스 외에도 전투 준비 단계에서 메뉴 창을 불러올 수 없는 부분, 장군에게 내린 명령 취소 불가, 자원 획득부터 병종의 능력치까지 동전의 앞뒷면으로 결정하는 점 등 아직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시스템이 있다.

하지만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의 새로운 길을 제시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나치게 어려워 쉽게 손대지 못하는 역사 시뮬레이션 장르를 가볍고 재치있게 풀어냈다. 특히 내정과 전쟁, 외교, 종교 등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의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살리면서도 직관적으로 만든 것은 파이드 파이퍼스의 뛰어난 개발 실력을 입증하는 부분이었다.

수많은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 속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한 플레비 퀘스트. '가벼운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기반을 잘 닦아놓은 만큼 향후 업데이트를 기대해볼 만하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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