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의 안일함은 창작의 고통보다 분명 달콤했다.
애니팡2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를 개발한 선데이토즈 주가 역시 연일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한민국 모바일게임 벤처 신화의 주역은 증권가의 호평과 게이머들의 열화와 같은 성화에 웃고 있다.
표절의 달콤한 열매는 게임업계의 독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대한민국은 북미와 일본 이른바 게임선진국처럼 자율성과 다양성 보다는 청소년의 보호를 우선으로 하는 나라다. 규제가 당연시되고 있다. 셧다운제, 게임중독법과 게임세금 등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맞섰다. 청소년 보호를 볼모로 정부에서는 틈만 나면 내놓는 규제정책에 치열하게 싸웠다.
특히 지난해 발의된 게임중독법과 관련해서는 수많은 게임종사자가 분노를 금치 못하며 반발했고 게이머까지 나서 중독법 반대서명 운동을 펼쳤다.
이 뿐만이 아니다. 남경필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장(구 게임산업협회)와 전병헌 이스포츠협회장까지 가세해 중독법 저지에 나섰다. 지금도 협회 홈페이지는 중독법 반대 서명을 알리기 위한 ‘대한민국게임산업 근조(謹弔)’가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열렬했던 지난해의 싸움은 정당했다. ‘게임은 창작에 기반한 엄연한 놀이문화이자, 대한민국 미래 산업, 수출 효자’ 라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분 때문이다.
문화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지금, 문화 범주에 있는 게임은 규제가 아니라 보호와 장려 더 나아가 세계화를 위한 진흥 대상이라는 당연함에 규제정책안은 뒷걸음쳤다.
표절 논란의 중심에 있는 애니팡2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당연했던 논리와 명분은 여전히 유효할까?
해외 인기작을 모방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한국게임, 과연 순수 창작물인가?
한국 게임은 이제 과거로부터 지금까지도 일부에서 삼류로 칭하는 중국의 짝퉁게임과 다를 바 없다. 전에 없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향한 열정과 노력이 배제된 게임은 창작물이 아니라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조상품과 다를 바 없는 처지에 놓였다.
짝퉁으로 차려진 대한민국 게임 잔치상에 정부가 숟가락 하나 얹겠다는 정부 서슬퍼런 요구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명분은 이제 없다. 일부의, 한 기업의 책임으로 떠 넘겨질 수 있을까?
정부는 항상 아주 극단적 사례를 들어 게임을 폐륜의 온상으로 몰았다. 규제를 위한 사소한 명분이 절실한 정부가 과연 표절을 과연 한 기업의 문제로만, 즉 업계가 생각하는 ‘일부의 과오’로 치부하고 용납할 수 있을까?
게임업계가 외쳐왔던 자정은 무너졌다. 그리고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NHN엔터, 위메이드, 한빛소프트, 엠게임, 네오위즈게임즈, 게임빌, 컴투스 등 지금까지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터전을 만들고 성장시켜온 수 많은 기업들의 피나는 노력과 열정은 한순간 부정됐다.
애니팡2는 오매불망 찾았던 규제의 정당성과 명분을 찾아 헤매던 정부에게 보기 좋고 먹기 좋은 떡밥을 던졌다.
선데이토즈가, 이정웅 대표가 지금 대한민국 게임산업 전체를 밑천으로 ‘도박’을 펼치고 있다고 보는 이유다.
[김상두 기자 noty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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