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롱과 윾돌이의 뒤를 잇는 강력한 밈 캐릭터가 등장했습니다. 이름은 '스피키', 트릭컬 리바이브에 등장하는 캐릭터죠.
스피키는 정체성의 유령입니다. 정체성의 유령이라고 하니 뭔가 대단한 캐릭터 같지만 실상은 남의 정체성을 그대로 베끼는, 한 마디로 '따라쟁이'입니다. 게다가 유령이라는 단어가 주는 일반적인 이미지와 달리 게임에 등장하는 다른 유령들처럼 장난꾸러기 캐릭터죠.
사실 스피키는 트리컬 리바이브가 한국에 출시된 이래로 꾸준히 사랑받은 캐릭터입니다. 스피키가 주로 따라하는 캐릭터인 네르와 달리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악의 없는 장난을 치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미워하고 싶어도 미워할 수 없었죠. 어쩌다가 꿀밤이라도 때리면 "꿿"하고 찌그러지는 모습도 상당히 귀엽고요.
원본(우)과 달리 미워할 수 없는 매력 가득한 스피키(좌)
그 정체는 바로 따라쟁이 유령글로벌 버전이 출시되면서 스피키는 본격적으로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게 됩니다. 특히 스토리에 등장한 울먹이는 스피키의 모습을 마치 누르면 소리 는 장난감처럼 연출한 영상이 화제가 되었죠. "누르지 마세요"가 아닌 "네르지 마세요!"라고 제대로 외치지 못하는 모습도 스피키에게 잘 어울렸고요.
에피드게임즈는 게이머들의 동향을 잘 파악하는 개발사답게 이 영상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울먹이는 스피키가 인기를 얻자 공식 채널에 스피키가 "우에엥~"하면서 레이스를 하고 혼나는 영상을 만들어 올렸죠. "네르지 마세요!"라는 독특한 대사 역시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마지막엔 트리컬 리바이브 로고가 스피키를 찌그러트리는 모습까지 나오면 스피키는 공식이 인정한 장난감이 되었습니다.
전설의 시작이 된 울먹이는 스피키
역시 캐릭터 괴롭히기는 공식이 제일 잘한다
공식이 제공하는 새로운 약약을 솥단지로 드링킹한 듯한 공식 영상이 등장하자 스피키를 시작으로 트릭컬 리바이브 관련 영상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합니다. 특히 중독성 강한 AI 편곡 영상들이 국내 유튜브 하이프 영상 상위권을 말 그대로 점령해 버렸고, 바다 건너에도 퍼져 일본 UCC 사이트인 니코니코동화까지 점령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번엔 스피키 목소리를 맡은 성우 박시윤이 자신의 채널에 캐롤을 부르는 스피키 영상을 올리며 원본 스피키의 위엄을 보여줬습니다. 진짜 스피키가 직접 캐롤을 불러주는 장면에 전세계 많은 교주가 감동했고, 처음 업로드된 영상의 화질이 360p였다는 스피키다운 행동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많은 밈 캐릭터들이 그러하듯 이제 울먹이는 스피키는 원본 스피키와 별개의 캐릭터로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게임에선 '쁘띠 스픽이'라는 공식 이름까지 받았고, 신규 캐릭터를 뛰어넘는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제 곧 원본 스피키의 인기를 뛰어넘을지도 모르겠네요.
스피키는 2차 창작 선순환의 가장 바람직한 사례 중 하나로 조명받고 있습니다. 게임사가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게이머가 그 캐릭터에 빠져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다시 게임사가 그 캐릭터의 매력을 조명하는 것이죠. 수집형 게임이 범람하는 시대에 2차 창작을 대하는 게임사들의 자세는 게이머와 시장을 공략한 새로운 전략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넌 이제 스픽이여[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