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미래다]피플(3)WCG 이수은 대표

게임 올림픽 WCG는 지난해 극심한 변화의 길을 걸었다. 직원은 30명에서 10여명으로 줄었고, 올해 대회 참여 국가도 20여 개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9년 정점을 찍은 뒤 외형적인 면에서 축소되는 것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WCG 이수은 대표는 한시름 덜었다며 앞으로를 봐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WCG의 수장으로 앉은 뒤 겪었던 일과 앞으로의 WCG에 대해 들어봤다.
◆ 취임 후 1년 반 "변화만이 살길"
이수은 대표가 WCG의 수장이 된 것은 지난해 3월. 2009년 WCG에 입사해 대외 파트너사를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WCG가 가장 흥했던 시기에 회사에 합류해 가장 어려운 때 가장 책임 많은 자리에 앉은 것이다.
이수은 대표는 지난해 3월을 떠올리며 "회사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고 여러 부서를 크게 영업과 운영이라는 두 축만 남기고 정리해야 한다는 판단에 정말 힘든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대내외적으로 WCG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며 "살기위해 조직을 바꾸고, 살기위해 변화를 모색했다"고 평했다.
이 대표의 과제는 지난 10년 동안 외형적인 성장만 거듭해왔던 조직을 어떻게 내실이 탄탄한 조직으로 바꿀 수 있느냐였다. 국내 e스포츠 시장의 위기가 봉착한 뒤 WCG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고,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해 대회를 후원하는 기업들이 점차 줄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전까지 WCG는 해외 참여 국가가 늘 수 있는 일이라면 대회의 성패와 수준을 떠나 파트너사들을 찾아 나섰다"며 "하지만 우리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대회를 이루기 위해서, 그리고 내실을 탄탄히 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WCG는 보이는 것 이상 변했다. 지난해 WCG 그랜드 파이널에 참가한 국가는 총 60개 나라였다. 하지만 올해는 약 40개 국가로 20여 개 나라가 빠지거나 교체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숫자로는 보여지지 않는 변화에 이 대표는 힘주어 강조했다.
이 대표는 "글로벌 파트너들과 긴밀하게 협의하며 40개 국으로 줄었지만 교체된 나라도 10여 개국이나 된다. 이 경우 지난해 참가국과 비교해 적게는 30개 국 이상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인터뷰 직전에 거의 한달간을 해외에서 체류했다. 파트너사의 주요 인사들과 WCG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고, 새로 변할 WCG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난 1년 반 동안 변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서 지냈다"며 "하지만 그 사이에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고, 지금은 WCG 직원들도 많은 역량을 끌어 올렸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제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라고 말했다.

◆ WCG 미래 어떻게?
이수은 대표가 그리고 있는 WCG의 미래는 어떻게 달라질까. 이는 지난 12년간 WCG를 지탱해왔던 정식 종목 선정과 그랜드 파이널이 열리닌 '호스트 도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수은 대표는 먼저 종목 선정과 관련 "WCG가 PC기반의 e스포츠로 시작했지만 현재 게임시장의 흐름을 놓칠 수는 없었다"라며 "모바일 게임은 WCG에 대형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WCG는 모바일 종목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WCG의 종목을 모두 모바일게임으로 바꿀 것이라는 내용이 해외 파트너사를 통해 국내에 전해졌고, 팬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던 것. 결국 WCG는 이 같은 계획을 바꿔 이전과 같이 PC게임으로 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이 대표는 "WCG에 모바일 종목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지난 2008년부터 삼성 모바일 챌린치를 시작으로 다양한 모바일게임을 종목으로 선정해 대회를 치렀다"며 "팬들에게 남득시킬 수 있을 정도로 우리가 포장을 하지 못하고 먼저 논란이 돼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모바일게임 시장이야말로 글로벌 e스포츠 대회에 적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스마트폰 혁명' 이후 모바일 열풍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고 WCG가 앞서서 이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다.
이 대표는 "인프라도 이미 충분히 갖춰졌고, WCG 직원들 역시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특히 올해 만났던 로비오 등 해외 모바일게임 기업들 역시 WCG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의외의 대답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PC를 모바일 디바이스가 대체해가는 추세로 현재에 안주하다가는 WCG가 변화의 흐름을 놓칠 수 있다"며 "팬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조금씩 점진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수은 대표는 호스트 도시에 대한 변화를 예고했다. 이미 중국 쿤산에서 올해와 내년 모두 그른드 파이널을 개최한 것처럼 다음 호스트 도시 역시 2년 이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힌 것.
이 대표는 "단 며칠동안 불태우는 대형 행사가 호스트 도시에 줄 수 있는 이점이 그 동안 없었다. 매 대회마다 도시를 바꾸는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WCG와 각 도시들이 긴밀한 협력을 이루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사실 지난해까지 그랜드 파이널이 열렸던 도시에서 WCG는 대형 e스포츠 대회로 이슈몰이에는 확실히 성공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해당 도시를 알리는 것 외에 부가적인 가치 창출에는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대표는 "단발성 이벤트를 2년 이상 장기로 이끌어 가면서 호스트 도시들이 WCG에 재투자할 수 있는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쿤산 행사의 경우 중국 대형 퍼블리셔인 텐센트가 함께 하며 기대치가 더욱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계 게임시장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국에서 WCG가 중국 기업들이 원하는 마케팅 성과를 이뤄낸다면 다른 호스트 도시들 역시 WCG의 위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 2020년 WCG 위상 기대해달라
이수은 대표는 지난 1년 반 동안의 변화를 바탕으로 짧은 시간 내 WCG의 입지가 지난 수년간 흔들리던 것과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WCG의 출발은 온라인/PC 게임들이었다. 이는 콘솔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힘들다는 의미"라며 "하지만 과거 WCG는 북미와 유럽에서 모두 그랜드 파이널을 개최했고 그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이 대표는 모바일게임 종목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남다른 의미있는 곳에서 업무를 진행해야 WCG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모바일게임 역시 남들이 가지 않았던 길을 먼저 밟고자 하는 일로 새로운 시장으로의 과감한 도전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이수은 대표가 바라는 것은 게임 마케팅 회사로서 WCG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자금력을 갖춘 글로벌 퍼블리싱 기업들과 WCG가 경쟁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블리자드와 라이엇게임즈 등도 이미 대형 대회를 독자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WCG는 이들이 찾지 못한 빈자리를 찾아 제 역할을 하기 위해 부주히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팬들의 성원이야 말로 WCG를 존재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아무리 힘든 상황 속에서도 WCG 대회장을 찾아 박수를 보내고 환호를 해주는 팬들을 보며 WCG의 존재 의미를 되새기곤 한다"며 "2020년까지 달라져 있을 WCG를 기대해달라. 팬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갖고 세계 최고 대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수은 WCG 대표 약력>
- 경희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 2000 효성그룹 해외사업부문
- 2009 WCG 해외 마케팅 부문 팀장
- 2011 WCG 대표이사
[오상직 기자 sjoh@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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