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미래다]피플(1) 김정주 넥슨창업주 NXC 대표
해외 시골마을까지 직접 발품…전형적인 '현장형 CEO'

"좋은 게임과 좋은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장소를 불문하고 구석구석 찾아 다닙니다. 최근에도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의 한 작은 마을을 다녀온 걸요."
게임업계의 벤처 신화를 일군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44)를 최근 대구에서 만날 기회가 생겼다.
김 대표는 회사에 출근하는 대신 e메일과 전화로 업무를 처리하고 공개된 자리에는 더더욱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인물로, 업계에서는 그를 두고 '은둔형 경영자', '얼굴 없는 CEO'라 부른다.
그러나 직접 만나 본 김정주 대표는 '은둔자'가 아닌 넥슨의 '비밀요원'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백방으로 뛰어 다니는, 굳이 비유하자면 국정원의 첩보요원 정도랄까.
그는 약 2시간 여의 대화를 통해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자신의 일상 이야기에서부터 게임에 대한 철학까지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 14세에 인생 바꿔 놓은 컴퓨터와 첫 만남…
'게임왕' 김정주 대표가 컴퓨터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는 14살이던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플의 복제품이 갓 나돌던 무렵이었던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컴퓨터가 뭔지도 몰랐죠. 물론 집에도 컴퓨터가 없었고요. 그런데 어느 날 광화문 교보문고에 컴퓨터가 몇 대 들어 온 거예요. 컴퓨터를 하려고 주말마다 찾아 갔었죠. 컴퓨터가 좋아진 건 그때부터였어요."
이전까지 바이올린, 피아노 등 음악에 재능을 보여 왔던 어린 김정주는 이후 컴퓨터의 매력에 심취,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이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학과에 진학했다.
이 때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쌓은 인연은 지금까지 김 대표에게 큰 힘이 돼 주고 있다고.
실제 '바람의 나라'를 함께 개발했던 송재경 XL게임즈 대표에서부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해진 NHN 의장 등은 모두 김 대표와 대학교 혹은 대학원에서 동고동락했던 막역한 선후배 사이다.
"대학원 시절 룸메이트였던 이해진 의장이 내가 야식을 뺏어 먹어서 지금까지 마른 것이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하던데, 사실하고 완전 다른 이야기예요. 이해진 의장이 원래 입이 짧아요. 저는 단지 남은 음식을 버리기 아까워서 먹었을 뿐인데 너무 억울하네요.(웃음)"
"요즘 카카오톡으로 잘 나가는 김범수 의장과는 오늘도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힘 좀 실어 주세요ㅋ'라고 메시지가 왔어요. 말이 좋아 힘을 실어 달라는 거지, 요즘 잘 나간다고 자랑하는 거 아니겠어요?(웃음) 카카오톡이 이렇게 대박을 터트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김범수 의장처럼 남들이 시도하지 못한 것에 도전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참 멋있는 친구예요."
◆ '사람'이 경쟁력…'숫자'보다 '관계' 중시
졸업 후 2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렇듯 끈끈한 인연을 맺어올 수 있는 배경에는 김정주 대표의 인생철학이 묻어 있기도 하다.
'사람'에 대한 신뢰와 끈끈한 관계만이 인생의 큰 자산이 된다는 것. 이는 넥슨의 게임 계약 체결이나 인수·합병(M&A) 등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김 대표는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를 맺어 나가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돌아 다닌다"며 "협력관계를 맺어 나가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형식적인 이야기로 들린 순 있지만 비즈니스는 숫자(매출)가 아닌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비즈니스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에 대한 신뢰"라고 설명하며, "마찬가지로 넥슨이 유명해지긴 했지만 그렇다 해서 게임사들이 선뜻 게임을 내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넥슨을 알아보는 업체들은 늘어났지만, 이 같은 인지도가 비즈니스 계약을 체결하는 데 있어서 절대적 요인이 되진 않는다는 것.
"처음부터 사업 이야기를 꺼내진 않는다"고 운을 뗀 김 대표는 "비즈니스 관계를 맺는 데에는 때가 있다"며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가다 보면,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 받듯 서로의 속내를 털어 놓는 그런 자연스러운 때가 온다"고 말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옛말처럼 마음에 드는 게임이 손 안에 들어올 때까지 계속해서 찍고 또 찍는다는 게 김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 "다시 태어나도 게임에 올인"
김정주 대표는 전세계 게임사들의 표준이 된 '부분 유료화' 수익모델을 만들어 내고, 창업 18년 만에 넥슨을 세계 3위의 온라인게임사로 성장시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게임' 하나로 모든 것을 다 이룬 듯 비쳐지는 게 사실. 그런 그는 다시 태어나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
"게임사업 하던 사람들은 딴 건 못한다고 하던데요? 저 역시 다시 태어나도 게임업을 할겁니다. 게임의 마력이 굉장하거든요. 제조업의 경우, 100을 투입해서 실패해도 남은 물건이 있으니까 80정도는 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게임은 실패하면 0이 남아요. 반대로 성공할 경우엔 몇천배도 거뜬하죠. 전 평생 이런 다이나믹하고 매력적인 사업에서 못 벗어날 것 같아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지금처럼 일을 할겁니다."
올해 초 프로야구 구단 롯데자이언츠를 후원을 시작한 것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넥슨의 롯데 야구단 후원은 1년짜리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고 말을 꺼낸 김 대표는 "롯데자이언츠의 장병수 사장에게 충성을 서약했다"고 전하며 웃어 보였다.
사실 업계에서는 넥슨이 지난 6월 엔씨소프트를 인수한 뒤, 엔씨소프트가 운영중인 야구단 'NC다이노스'의 거취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NC다이노스의 팀명 변경설에서부터 넥슨 후원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측들이 제기됐던 것.
이와 관련 김 대표는 "일본에서 현지 프로야구단 치바 롯데 마린스를 수년째 후원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오랜 관계를 이어 가고 싶다"고 전했다.

특히 김 대표는 최근 인수작업을 마무리한 엔씨소프트의 MMORPG 개발 노하우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가 넥슨보다 MMORPG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IT기기가 점차 발달하면, MMORPG 역시 기존 PC 외에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에 따른 영향으로 MMORPG를 즐기는 이용자 연령층이 역시 현재보다 낮아져 오히려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며 엔씨소프트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한편,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 인수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그 날(지분매입) 이후 김택진 대표를 만난 적이 없다"면서 "(김택진 대표가) '블레이드앤소울', '길드워2' 런칭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조만간 시간을 내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주 NXC 대표 약력>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학사
-KAIST 전산학과 석사
-1994년 넥슨 설립
-1999년 엠플레이 설립
-2001년 모바일핸즈 설립
-2005년 6월~2006년 10월 넥슨 대표
-2006년 10월~현재 NXC 대표이사
-2011년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겸임교수
-2011년 12월 일본증시 상장
[류세나 기자 cream53@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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