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동 커피숍에서 만난 정우준 발컨 대표는 마치 방학을 앞둔 아이마냥 설레했다. 몇 년 동안 벼르던 게임을 드디어 선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넥슨과 엑스엘게임즈에서 아이템 기획을 맡고 탄탄대로를 걸어온 그였지만 지금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스타트업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에게 미래에 대한 불안한 기색은 찾을 수 없었다. 현재 PC방 시장을 장악한 '리그오브레전드(롤)'보다 재밌는 게임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정 대표는 "우리가 만드는 게임을 스스로 재밌게 하다보니 '롤'을 멀리하게 됐다. 재미만큼은 '롤'에 뒤지지 않는 작품이 나올 것 같다"고 자신했다.
이런 자신감은 발컨 구성원에 대한 믿음에서 나오고 있다. 발컨은 주말에 모여 개발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모임에서 시작됐다. 나중에는 열정이 더해져 주말마다 삼성동 모처의 오피스텔서 합숙을 할정도로 의기투합했다.
"초등학생 아이들 두 명이 있는 분도 함께 회사를 차리자고 말해줬다.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는 사람이 생기니 사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졌다"
여기에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가 직접 '레퍼런스체크'에 응해준 것은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됐다.

◆ 유료 아이템 결제…유저와 속삭이는 것
정 대표가 발컨의 무기로 내세운 것은 유료 아이템 모델이다. 그는 '바람의나라' '아키에이지' '문명온라인(가제)' 등에서 유료 아이템 기획을 도맡아왔다.
정 대표는 "모바일에도 온라인게임 유료화 모델의 큰 틀을 넣을 수 있다"며 "유저가 접속하는 시간부터 재접속, 실질적인 매출로 이어지는 동선을 구현하는 것에는 자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온라인게임에서 강화 성공 메시지가 모든 이용자 화면에 표시되는 것은 유저를 간지럽히는 것이다. 유료 결제는 유저에게 동기 부여를 하는 수준이어야지 매출을 강요하는 순간 이용자와 소통은 단절된다.
그는 게임 디자인은 물론 매출로 연결되는 콘텐츠까지 모두 유저와 속삭이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 조종을 못하는 유저도 재밌는 게임 만든다
발컨은 지난 10월 케이큐브벤처스에서 3.5억 투자를 유치하면서 세간에 이름이 알려졌다.
"흔히 컨트롤을 못하는 유저를 발컨이라고 한다. 우리는 그런 게임을 못하는 이용자들조차 일주일 내내 즐겨도 질리지 않는 디펜스게임을 만들 계획이다"
그는 모바일게임사를 차려 성공 신화를 노리기에는 시기가 늦었다는 의견에도 개의치 않았다.
정 대표는 "모바일은 아직 포화상태도, 창업하기 늦은 것도 아니다"며 "아직 도전할만한 장르가 많이 남았고 차별화된 아이디어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니지'와 '뮤'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15년전 '리니지' 등장 이후 이를 따라한 대부분 유사 게임은 자취를 감췄지만 3D 요소를 추가한 '뮤'는 지금까지 롱런하고 있다.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확실한 차별점이 있다면 결코 시기는 중요치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 대표는 최근 카카오톡 게임하기 플랫폼에 올라오는 게임들에 우려를 표했다. 게임 소개에 등장하는 스샷 대부분이 이벤트 상품으로 도배됐다는 것.
그는 "게임은 콘텐츠로 승부해야하는데 최근 많은 게임들이 게임 외적인 것으로 승부하려 한다"며 "주객이 전도되면 플랫폼은 물론 모바일게임 분위기 전체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이승진 기자 Louis@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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