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L챔스 결승전 관중들…'중독'과 '중독성'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19일 오전 또 한번의 중독법 망령이 나타났다.
연합뉴스는 19일 '"국민 72%, 게임도 도박·술·마약처럼 중독성"이라는 제하에 인터넷 게임도 도박이나 술, 마약처럼 중독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를 보도했다. 해당 조사를 진행한 기관은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라며 신뢰도를 강조했다.
하지만 애당초 이번 설문조사는 질문 자체에 함정이 있다. 리얼미터는 '인터넷 게임도 도박, 알코올, 마약처럼 중독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애당초 인터넷 게임이라는 용어조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이해 못하고 있는 상황에 인터넷 게임이라는 애매한 용어를 활용한 것도 문제다. 그런데 교묘하게 게임을 도박, 알코올 마약과 같은 범주로 놓고 보도록 질문이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론조사의 함정이 놓여져 있다. 또한 '중독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모호함이 72%나 되는 '그렇다'의 답변을 유도하고 있다.
사실 본 기자는 야구의 중독성에 노출돼 있다. 매일 아침 스포츠지 기사로 해외야구를 검색해 보고, 낮에는 경기가 있을 때 선발투수를 검색해 보며, 저녁에는 경기를 보고, 경기 이후에는 하이라이트를 시청한다. 이후 각 스포츠지의 해설 기사를 또 다시 찾아 본다. 이미 집에는 1년에 한 번 입을까말까한 야구 유니폼이 3벌이나 있고 향후 아들에게도 야구 유니폼을 사줄 생각이다. 야구가 중독물질은 아니지만 야구는 분명 중독성이 있다.
이같은 중독성은 사회 곳곳의 무한한 대상들에게 적용할 수 있다. 초콜릿의 중독성, 사랑의 중독성, 자동차의 중독성, 구두-운동화의 중독성, 가장 쉽게 '권력'의 중독성까지. 이루 셀 수 없는 모든 것에 중독성이 있음에도 이같은 여론 조사로 게임중독법의 당위성을 평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게임중독법의 제정에 앞서 인터넷 게임과 같은 모호한 용어를 정리하고 게임의 중독 여부를 가릴 수 있는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미 중앙대학교 이영식 정신의학과 교수가 게임중독법의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언급하며 인터넷과 게임에 '중독'이라는 용어를 붙이는 것이 과연 의학적으로 적절한지부터 논의돼야 하며, 이를 알코올, 도박, 마약과 같은 성인병 요소와 함께 분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허점이 많은 여론조사로 한쪽으로 편향된 시각만을 보게 만들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 앞선 질문에 반대편 입장만 대변하는 질문지를 작성해보겠다.
게임산업이 성장해 매출에 일정 비율을 기금으로 걷으려는데 반발이 예상돼 청소년 보호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정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 아니다.)
[오상직 기자 sjoh@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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