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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기자수첩] 서버 신설 요구에 불법복제 탓…불통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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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疏通)의 시대 ‘불통(不通)’이 주는 교훈 



문명 기기의 발전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고 그 가운데 스마트폰을 비롯한 스마트 디바이스는 가히 ‘혁명’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게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변화와 함께 트위터와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았다. 오늘날은 이른바 ‘소통의 시대’라고도 불린다. 과거 싸이월드에서 일촌들과 소식을 나누던 사람들은 이제 “너 카스(카카오스토리)하니?”라는 말로 소통한다. 정치인과 유명인들도 트위터로 국민과 대중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비즈니스 관계인 사람들과 페이스북을 통해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은 일상이 됐다. 

하지만 이런 풍요로움 속에도 ‘소통’이 아닌 ‘불통’의 사례는 많다. 굳이 탐앤탐스의 트위터 논란까지 가지 않더라도 최근 게임업계에서도 다소 민망할 정도의 불통의 촌극이 있었다. 

지난 5일 EA는 명작 PC게임으로 불리는 ‘심시티’ 시리즈의 최신작을 10년 만에 선보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심시티 열풍이 일었다. 하지만 시리즈 최초로 멀티플레이와 EA의 오리진에 온라인으로 접속한 상태에서만 게임이 진행되는 방식을 도입해 많은 게이머가 몰리자 서버문제가 대두됐다. 

정식 패키지를 구매한 게이머들은 서버 혼잡으로 게임에 접속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고 오세아니아 서버나 북미, 유럽 서버를 이용해야 했던 국내의 많은 유저들은 EA코리아 페이스북에 아시아서버의 신설을 요구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EA코리아의 페이스북 지기는 “아시아 지역은 불법복제가 많으니 아시아서버가 열리긴 어려워 보인다”는 입장을 밝힌 것. 심시티가 불법복제를 방지하기 위해 온라인에 접속해야만 게임 진행이 가능하도록 한 기본 정책조차 모르는 이 답변에 많은 심시티 정품 구매자들은 한 순간에 불법 다운로드 이용자가 됐다. 

당연히 거센 반발과 항의가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EA코리아 페이스북 지기는 자신의 이해가 부족했고 실언이었다고 사과를 했다. 

고객과 소비자간의 소통. 과거 ‘소통의 시대’이전에는 소통 방법이 제한적이었지만 현재는 쉽다. 그것도 매우 쉽다. 그러다 보니 별 생각 없이 남긴 한마디가 ‘불통’의 시발점이 되곤 한다. 

몇 해전 게임업계에서는 “그것은 저희가 답변할 수 없습니다”라는 말이 유행했다. 

바로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 등을 히트시킨 블리자드의 한국지사 블리자드코리아가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국내에 론칭했던 초창기 게이머들의 질문에 한결 같은 답변으로 일관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게임의 주요한 사항에 대한 답변 권한이 대부분 본사나 윗선을 거쳐야 하는 만큼 운영 업무를 진행하던 이들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된 “그것은 저희가 답변할 수 없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할 수 밖에 없었던 담당자들의 상황도 이해가 되지만 소통을 원했던 게이머들은 불통에 답답한 가슴을 칠 수 밖에 없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길 마련이고 이러한 추상적 피해는 겉으로 들어나진 않지만 결국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한번 치우친 부정적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는 그에 갑절에 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지사. 

소통의 시대. 결국 ‘불통’이란 소통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했을 때 만큼 이나 손쉽게 소통할 수 있어 쉽게 간과하고 넘길 때 실수를 통해 발생한다. 그래서 ‘회사’의 소통을 담당하는 창구를 어떤 인물이 맡을지는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소통’과 ‘회사’에 대한 얼마나 높은 이해도가 있는지도 중요해 보인다. 

최근 게임 업계에는 ‘운영’을 통해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는 게임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들에게 운영의 묘미를 물으니 대부분 유저와 직접 '소통’을 나누며 게임을 개선시켜 나간다고 말한다. 소통의 시대에 불통이 주는 교훈은 비단 EA코리아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관우 기자 temz@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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