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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찍먹] 실버 팰리스, 우아한 환상 추리극... 서브컬처의 영리한 변주가 주는 뜻밖의 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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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황금기라 칭송받는 빅토리아 시대, 흔히 영화나 게임 등 매체에서는 이 시대를 표현할 때에 그 화려한 코르셋과 레이스 아래 감춰진 썩어가는 욕망과 차가운 철강의 냄새를 다루곤 합니다. 이러한 시대적 고증에 자유로운 상상의 판타지를 만나 하나의 서브컬처 게임 세계관을 구축한다면 얼마나 매력적인 월드가 구현될 수 있을까요?
 
'엘리멘타'가 선보인 신작 판타지 오픈월드 어드벤처 액션 RPG  '실버 팰리스'는 바로 그 시대적 모순을 서브컬처 게임이란 직관적인 장르와의 결합으로 가장 아름답고도 진중한 문법으로 직조해낸 잔혹한 동화와도 같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이 독특한 세계관 속에서 '탐정'이 되어 진실을 추적하게 됩니다.
 
 
이 게임의 첫인상은 '부드러움'입니다. 애니메이션풍으로 구현된 그래픽은 단순히 기술적인 매끄러움을 넘어, 한 폭의 수채화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질감으로 시각적 탐미를 충족해 줍니다.
 
특히나 돋보이는 것은 빅토리아 시대의 복식을 고증하면서도 판타지적 상상력을 절묘하게 가미한 캐릭터들의 의상입니다. 겹겹이 쌓인 프릴과 차가운 금속 장식의 조화는, 우아함 속에 날카로운 진실이 교차되는 이 게임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대변합니다.
 
기대보다 더 뛰어난 연출을 만나볼 수 있다. = 게임조선 촬영
 
 
여기에 귓가를 파고드는 BGM은 클래식 음악의 익숙한 선율을 기묘하게 비틀어 배치했습니다. 품격 있는 무도회장에서 들려오는 듯한 선율은 서사의 무게감이 더해질수록 처연한 장송곡으로 변주되며, 플레이어를 은백색 궁전의 깊은 곳으로 끌어당기죠.
 
LS(리퀴드 실버)라는 고차원적 혁신 물질을 발견했다는 설정, 그리고 이러한 LS를 가공해 신체에 장착해 마법과도 같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리액터'의 존재를 강화 요소로 가져오고, '파트너'란 존재까지도, 독특한 세계관과 이를 이루는 요소를 성장 시스템으로 치환한 것도 영리한 구성입니다.
 
'실버 팰리스'가 여타 액션 RPG와 궤를 달리하는 지점은 바로 게임의 핵심 동력인 ‘추리'와 '사고’ 시스템에 있습니다.
 
사건 현장 및 관련자들에게서 단서를 수집하고 = 게임조선 촬영
 
수집한 단서를 정리해 논리를 완성한다 = 게임조선 촬영
 
이후 사고 공간에서 현장을 재현해내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탐정' = 게임조선 촬영
 
여기서는 단순히 무기를 휘둘러 적을 섬멸하는 것이 이야기의 목적이 아니고, 흩어진 단서들을 모으고, 인물들의 거짓된 증언 사이에서 모순을 찾아내며,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야 합니다. 이 과정 덕분에 이야기에 조금 더 몰입하게 되고, 혹, 반대로 잠시 놓쳤던 스토리라도 사건을 되짚어 나가는 '사고' 덕분에 놓쳤던 부분을 알게 되면서 점차 사건에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전투의 가장 중요한 요소, 패링
 
여기서 액션은 서사를 완성하기 위한 보조적 장치로 기능합니다. 전투 중 수시로 '막기'와 '회피'에 집중해 딱딱 리액션 키를 눌러줘야 하는 타이밍 액션은 화려한 콤보 액션보다는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고, 빈틈을 노리는 정적인 긴장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스타일 자체는 액션이지만 느낌은 33원정대의 패링에 준할 정도였으니까요.
 
 
 
캐릭터 교체 시 진입 스킬이 존재하고, 각각의 궁극기 게이지 관리까지 별도이므로 이러한 태그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다양한 콤보를 구사할 수 있습니다. 또, 캐릭터 별로 마우스 좌클릭, 우클릭만으로 주무기와 보조무기를 매끄럽게 번갈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재밌는 요소입니다.
 
이러한 게임의 진행 방식은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는 체스판 위에서 상대의 수를 읽고 최적의 방어를 해내는 고도의 심리전과 같습니다. 칼끝으로 베는 것이 적이라면, 단서와 논리로 베어내는 것은 비밀의 막으로 겹겹이 쌓인 진실입니다.
 
플레이어의 분신 '탐정', 무닌과 후긴 = 게임조선 촬영
 
엘리멘타는 이 게임을 통해 가벼운 유희를 제안하지 않습니다. 시종일관 유지되는 진중한 서사는 플레이어에게 '이 궁전에서 일어난 비극을 목도하라'고 주문하죠.
 
캐릭터들이 내뱉는 문장들은 세련되었으나 날카롭고, 그들이 마주하는 운명은 판타지적 마법과 상상력이 빚어낸 과학에 기반한 문명의 발전, 번영 뒤에 숨은 그늘 아래 놓여 있습니다.
 
캐릭터 감정 표현이 뛰어나다 = 게임조선 촬영
 
 
사고를 거듭할수록 밝혀지는 진실은 아름답기보다 비참합니다. 하지만 그 비참함을 끝까지 추적하게 만드는 힘은, 이 게임이 구축한 완벽한 고풍적 세계관 속의 '탐정', 즉, 플레이어가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독특한 문법에서 나옵니다.
 
물론 도시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서브 퀘스트를 통해서는 실소를 자아낼 정도의 위트 있는 의뢰와 사건들도 존재하므로 강강약약의 완급 조절 역시 돋보입니다.
 
서브컬처 게임으로서 캐릭터들의 매력과 서사 역시 간과하지 않았다. = 게임조선 촬영
 
'실버 팰리스'는 단순히 언리얼 엔진 5라는 기술력 하에 보기 좋게 잘 빚어낸 게임이 아닙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고전적 품격과 추리물 특유의 지적 유희, 그리고 절제된 액션이 하모니를 이룬 하나의 독창적인 시도가 켜켜이 쌓인 하나의 새로은 장르를 개척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CBT 빌드에서는 다소 무겁고 제한적인 느낌이 있는 캐릭터 움직임이나 액션 RPG임에도 수동적으로 돌아가는 전투 시스템, 시야 문제, 아직은 긴박한 추리를 경험할 일이 적었다는 점에서 시각적 완성도 만큼이나 게임 퀄리티를 더 높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만 이를 위한 동일률 테스트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테스트에 대한 피드백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화려한 액션의 쾌감보다는 서늘한 논리의 끝에서 마주하는 진실의 무게. 게임의 서사를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기고 즐기는 분들에게 이 은빛 궁전은 가장 매혹적인 미궁이 되기 충분해 보입니다. 비극은 그곳에서 박제된 채, 새로운 '탐정'의 사고의 공간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개발/배급 엘리멘타
플랫폼 AOS / iOS / PC
장르 오픈월드 어드벤처 액션 RPG
출시일 2026년 1월 13일 ~ 1월 18일
게임특징
- 놀랍도록 아름답게 표현된 지적 유희
 
[김규리 기자 gamemkt@chosun.com] [gamechosun.co.kr]

김규리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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