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3가 오는 15일로 서비스 1주년을 맞는다. 첫번째 생일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으나 지난 1년간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봤을 때 그리 기뻐할만한 일은 아니다. 12년을 기다렸던 팬들에게는 너무나 큰 실망만 안겨줬기 때문이다.
◆ 묵묵부답 '발운영' 여전
디아블로3를 즐기는 유저들이 블리자드를 향해 성토하는 여러가지 중 가장 큰 이유는 운영의 미숙을 들 수 있다. 지난해 서비스 시작부터 현재까지 디아블로3 유저들은 끊이지 않고 해킹을 당했다며 피해 복구를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매크로 답변에 고객센터와 통화하기 위해선 긴 대기시간을 거쳐야 한다. 막상 고객센터와 연결이 되도 크게 도움을 받을만한 답변을 얻기는 힘들었다. 이 때문에 유저들은 "블리자드가 제품을 팔기만 하고 사후 관리에는 뒷전"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해킹의 원인을 살피지 않은 채 게이머들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 역시 도마에 올랐다. 블리자드에서 원인을 따지지 않고 해킹으로 인한 피해 복구를 두 번까지로 제한하며 유저들에게 또 한번의 상처를 안겼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는 OTP와 같이 해킹 방지 대안을 모두 갖춘 유저들에게도 해당해 집중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블리자드의 적극적인 대안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블리자드 고객센터에 문의가 빗발친 후인 지난해 7월에는 블리자드 스스로 '전화하지 말라'는 식의 카툰이 올라와 팬들의 비판을 받았고, 고객센터의 답변은 여전히 양식에 맞춰 작성할 것으로 일관돼 있다.
보다 못한 팬들은 게시판에 해킹 복구 양식을 공유하는 등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서는 실정이다.
▲ 디아블로3 경매장. '마라의 만화경' 아이템 중 15억을 훌쩍 넘긴 것도 있다.
◆ 게임 내 문제 '인플레이션'…현금 경매장 이유 있었네
국내 디아블로3와 해외 디아블로3의 가장 큰 차이점은 현금 경매장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게임 내에서 직접 현금으로 아이템이나 게임머니 등을 사고 팔수 있다. 최근 북미 서버에서 파문을 일게 했던 골드 복사의 가장 큰 문제점이 현금 경매장에서 복사 골드가 판매되며 게임 내 경제를 흔들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오로지 아이템이 골드로만 거래되고 있어 게임 내 인플레이션을 막을 방법이 없다. 게임 자체가 현금 거래의 목적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국내 디아블로3의 인플레이션에는 눈 뜨고 지켜만 봐야하는 입장이었고, 이는 곧 신규 유저들의 진입장벽으로 변했다.
5월 13일 현재 국내 게이머들이 주로 즐기는 아시아 서버에는 경매장에서 검색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인 '20억 골드' 아이템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물론 해당 금액으로 거래가 되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기본적으로 최상위 레벨 던전을 홀로 원활하게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억의 골드가 필요하다. 이를 모으기 위해선 수 개월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꾸준히 있기 때문에 새로운 장비들은 지속적으로 드롭되고 새 아이템들은 더 비싼 가치를 갖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디아블로3의 인플레이션은 인위적으로 손대기 힘든 실정이다.
▲ 해킹으로 얼룩진 토론장 게시판. 하루가 멀다하고 글이 올라오고 있다.
◆ 여전히 뚫리는 보안, 해법 없나?
앞서 언급된 문제들은 마지막 문제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유저들은 여전히 해킹의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디아블로3 공식 홈페이지 토론장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해킹의 피해를 입었다는 유저들의 끊이지 않고 있다. PC방에도 한 번 가지 않고, 블리자드에서 사용하라고 하는 인증기까지 모두 해킹 방지를 위해 사용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는 상황이다.
해킹은 1년을 가까이 게임에 정을 붙이고 강한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던 유저들의 노력을 하루 아침에 모든 것들이 물거품으로 바꿔버린다. 유저들은 블리지다에 대한 신뢰를 잃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게시판에 글을 올리지만 불성실한 답변에 게임을 떠나기 일쑤다.
블리자드가 국내 팬들에게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개발사로 인정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보안과 이에 대한 대처에서는 낙제점을 받은지 오래다. 디아블로2 역시 복사와 해킹으로 서비스 종료의 수순을 밟았다.
디아블로3의 현재는 12년 전 디아블로2가 걸었던 길과 똑같다. 게임 내 경제의 붕괴, 복사와 해킹 등 이유까지 평행이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망겜의 길을 걷고 있는 디아블로3가 1년 생일을 오로지 축하만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오상직 기자 sjoh@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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