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한국을 대표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명문구단 '한화생명e스포츠(HLE)'와 '티원(T1)'이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주관하는 e스포츠 대회 '2025 LoL KeSPA CUP(이하 케스파컵)'의 결승 무대에서 다시 만났다.
6일부터 시작된 케스파컵은 '아시안 게임'과 같이 국가대표 선발이 필요한 e스포츠 종목의 정량 평가 자료 확보를 위해 진행하는 비시즌 단기 컵 대회로 이번 케스파컵에서는 작년에 이어 일본, 베트남과 같은 올스타 해외팀 초청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 리그 오브 레전드의 북미 메이저 리그인 LCS의 클라우드 나인(C9)과 팀 리퀴드(TL)이 참가하여 라인업이 크게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결승에 진출한 HLE는 리브랜딩 이전 '락스 타이거즈'의 기록을 이어 받아 2번째 케스파컵 우승에 도전하며 T1은 승리할 경우 첫 케스파컵 우승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 양 팀은 1군 선수진을 전원 가동하는 총력전으로 대회 시작 이전부터 유력 우승 후보로 꼽혔으며 실제로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훌륭한 경기력으로 풀세트 접전을 펼쳤던만큼 결승전에서도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매치업이라 볼 수 있다.
■ 1세트

양 팀의 조합 콘셉트가 확연히 갈린 가운데 탑은 챔피언 상성대로 도란(최현준)이 제우스(최우제)를 압박하는 구도가 나왔고 바텀에서는 구마유시(이민형)의 진이 방어막이라는 단기 교전에 더 유리한 소환사 주문 선택으로 라인전을 리드했다.
페이즈(김수환)의 바루스가 정확하게 6레벨을 찍는 타이밍에 맞춰 케리아(류민석)의 알리스타가 점멸-분쇄-박치기 연계로 구마유시를 타워에 밀어넣어 죽게 만들었고, 인원수 우위를 근거로 유충을 먼저 치기 시작한 T1이었으나 카나비(서진혁)이 유충 1개를 스틸하면서 포커싱이 흐려진 틈을 타서 제카(김건우)가 페이커(이상혁)을 황제의 진영으로 퍼올리며 킬을 따내는 등 양 팀은 초반부터 일진일퇴의 치열한 공방전을 보여줬다.
그러나 2번이나 다이브 압박을 주며 빅 웨이브를 태우는 레넥톤의 압박으로 인해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암베사가 완전히 말려버렸고 이를 커버하는 과정에서 인원공백이 발생하자 T1이 편하게 사이드 1차 포탑을 철거한다.

특히 봉인 풀린 주문서를 채용한 케리아가 유체화를 사용한 뒤 상대 포탑을 맞아가면서 뒤에서 조이는 터프한 플레이로 득점을 하고 상대 솔로 라이너들이 복귀하는 동선에 설치한 투명 와드로 페이커가 순간이동을 타고 넘어오는 로밍으로 피해를 복구하면서 상대를 밀어넣고 일방적으로 두들기는 포킹 조합의 강점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T1측의 제이스와 바루스가 살벌한 피해량을 자랑하는 초장거리 포격 개시하면서 상대 챔피언들은 타워를 끼고 있어도 부패의 사슬에 스치면 선채로 사망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됐고, HLE는 암베사-키아나-아지르라는 상체 3인방이 화력 잠재력은 높아도 유지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약점이 부각되면서 제대로 된 교전을 해보지도 못하고 1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 2세트

T1이 공수 밸런스가 무난하고 교전 개시력도 우수한 정석 조합을 완성한 가운데 HLE는 유나라에 이어 탑 니달리라는 조커픽을 꺼내들었다.
노코스트에 쿨타임 짧은 이동기를 통해 사이온의 딜교환 메커니즘을 쉽게 피하며 갉아먹을 수 있고 착취를 통한 체급 불리기도 가능하여 이해가 되지 않는 선택은 아니었지만, 팀 전체의 교전 개시 부담이 오공 한명에게 가중되는 탓에 이전 세트 이상으로 리스크가 큰 조합이었고 실제 경기에서도 그러한 양상이 나와버렸다.
2세트의 향방은 일찌감치 정해졌다. 미드와 바텀이 무난하게 상대를 밀어내는 그림이 나오자 카나비는 대부분의 AD 챔피언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오공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감 있게 카운터 정글링에 돌입했지만 그 과정에서 푸른 파수꾼을 하나 빼앗긴 했어도 딜라이트(유환중)의 룰루의 점멸이 빠지는 기분 나쁜 교환이 이뤄졌고, 이로 인해 아펠리오스의 중력포를 맞은 룰루가 둔화-속박에서 이어지는 그랩으로 터지면서 바텀라인의 주도권이 완전히 T1으로 넘어가버렸다.

발이 풀린 케리아가 전 맵을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제우스에게 압박당하던 도란은 케리아의 도움을 받아 미드에 궁극기 로밍을 성공하면서 미드를 풀어줬고 서로가 서로의 불리한 라인전 구도를 풀어주는 선순환으로 T1이 게임을 리드하기 시작한다.
잘 성장한 제우스와 구마유시가 중간중간 번뜩이는 플레이로 상대에게 걸린 제압 현상금을 뜯어내면서 차이를 좁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시간이 질질 끌리면서 결국 T1이 HLE에게 취한 이득을 토해내게 만들었고 도란의 사이온이 뚫리지 않는 방패가 되어버리면서 T1이 체급 차이를 앞세워 24분 만에 HLE를 넉다운 시키는데 성공한다.
■ 3세트

매치포인트에 몰린 HLE가 정석 조합으로 회귀하고 오히려 T1이 마지막 픽으로 탑에 오로라를 배치하는 극단적인 선공권 조합을 꺼내들었다.
탑과 바텀 모두 라인전 상성이 불리했던 HLE가 1레벨 라인 스왑이라는 극단적인 수까지 사용했지만 T1에게 압박당하는 상황을 피할수는 없었고 그렇게 손해가 누적되면서 스무스하게 밀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T1이 바텀 다이브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이를 막기 위해 먼저 내려와있던 제카가 좋은 스킬 활용으로 상대의 발목을 끝까지 잡고 늘어졌고 HLE가 그 과정에서 역으로 다이브를 성공시켜 제압킬을 배부르게 먹으면서 카나비와 제카가 괴물이 되어버렸다.
도란이 단독으로 라인을 먹거나 본대 합류 중인 구마유시를 끊어내는 활약을 펼치고 오너(문현준) 또한 암흑 시야에서 아타칸 스틸을 성공해내는 활약으로 비등비등한 수준까지 전력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이동기를 틀어막는 탈리야의 메커니즘 때문에 T1이 정상적으로 선공권을 활용할 기회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 빠르게 수호천사를 올린 카나비가 적극적으로 몸을 들이밀며 적 진영을 붕괴시키면 제카가 이에 호응하여 상대를 완전히 가둬버리거나 분단시키는 세트 플레이로 T1의 본대를 박살냈고 HLE는 귀중한 3세트 승리를 가져가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 4세트

T1이 주도하여 2:2 교환이 이뤄진 바텀 다이브를 시작으로 수시로 교전이 발생하는 난전 구도로 인해 15분 만에 도합 31킬이 발생하는 난장판이 벌어졌다.
다만 이 과정에서 어느정도 성장이 수반되어야 하는 T1보다는 극초반부터 어느 정도 힘이 나오는 HLE가 결과적으로 웃는 교환비가 반복적으로 나왔고 제카의 멜이 연속으로 쿼드라 킬, 트리플 킬을 기록하면서 괴물이 되어버렸다.
T1이 그나마 드래곤 스택을 잘 쌓아둔 것을 이용해서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적을 불러들여 갉아먹는 플레이로 재미를 보기도 했지만 잘 성장한 제우스의 그웬이 최전선에서 돌파구가 되어주자 T1의 본대가 속수무책으로 밀렸고, 이런 밀고 들어가는 힘싸움에서 극대화되는 멜의 특장점을 십분 활용한 HLE가 스무스하게 T1을 격파하며 4세트까지 연달아 승리를 가져갔다.

■ 5세트

HLE가 루시안-나미로 칼을 먼저 뽑아든 가운데 T1이 빅토르에 이어 제리-유미-쉔으로 이어지는 극한의 후반 밸류 조합을 기용한다.
리워크 이후로 유미의 저점이 너무 낮아지면서 해당 조합이 프로씬에서는 사용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고 그나마 제리의 기동성을 따라갈 수 있는 유틸 서포터인 룰루마저 피어리스로 빠져버린 상황이라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고 HLE도 마지막 픽으로 카사딘을 기용하면서 후반 밸류를 챙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페이즈는 본인의 높은 숙련도를 통해 초반이 약하다는 제리의 약점을 완전히 무마시켜버렸고 케리아의 유미가 안전하게 단짝 지속 효과를 활성화하는데 성공하면서 제리-유미의 힘이 너무 빠르게 올라왔다.
결국 T1이 쉔-녹턴의 글로벌 궁극기를 활용하여 제리를 중심으로 단단한 운영을 선보이며 23:1의 킬스코어로 HLE를 완전히 눌러버렸고 순식간에 HLE의 넥서스를 파괴하며 승승패패승으로 첫 케스파컵 우승을 기록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