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편집자 주]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핫한 이슈였던 구마유시의 FA선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에 참가하는 10개 팀이 재정비를 가지는 기간인 스토브리그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놓여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짧은 기간의 계약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은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지만, 비교적 최근에는 원나우 기조로 강팀을 구축하려는 구단들이 다년 계약을 체결한 로스터 때문에 올해는 FA를 통해 엄청난 매물이 풀려나거나 이적하는 사례가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국 리그인 LPL의 약세가 두드러지면서 한국으로 복귀를 택한 선수들이 조금씩 늘어나 이번 스토브리그는 생각 이상으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굉장히 풍족해졌고 이를 통해 이례적으로 로스터 확정이 빠르게 이뤄졌는데요.
과연 10개 팀은 어떤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그 결과에 대해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요?
■ 우린 1년 더 한다 'Gen.G'

사실 월즈 이전까지 자국 내에서 치러진 리그와 국제전 대부분을 석권하면서 이번에야말로 젠지가 소환사의 컵을 들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들이 많았으니 아쉽게도 4강에서 케이티를 상대로 업셋을 허용하여 목표 달성에 실패했기 때문에 스토브리그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젠지가 팀 전력을 그대로 온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답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 소속팀이 협상 우선권을 가지는 기간 중 '듀로'의 2년 재계약에 성공하고, FA로 풀렸던 '캐니언'도 다시 젠지와 동행하면서 월드 클래스 선수진을 그대로 온존했으며, 코칭 스태프 또한 합리적인 밴픽 전략과 지도력으로 피어엑스의 약진이라는 성과를 보여줬던 '류' 감독을 선임하면서 최선에 가까운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로스터가 갈리지 않아 팀적인 호흡을 새로 맞출 필요가 없다는 것이 엄청난 강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과연 이번에는 시즌 내 모든 대회 우승이라는 염원을 이룰 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 힘세고 강한 초반 'HLE'

'바이퍼'의 LPL 리턴과 팀의 주장이자 구심점이었던 '피넛'이 군 복무 문제로 은퇴를 선언하면서 뼈아픈 손실이 있었지만 그 대체제로 아시안 게임 금메달의 주역이었던 '카나비'와 월즈 쓰리핏 원딜이자 역체원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구마유시'가 합류하면서 로스터 파워는 충분히 온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화생명입니다.
확실한 것은 팀의 색채는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부분입니다. 로지컬 롤을 수행할 수 있어 팀적인 운영 측면에서 지분이 높았던 피넛이 빠져버렸기 때문에 컨트롤 타워를 잃고 중반 이후에 휘둘리는 모습이 나올 수 있게 됐지만, 반대로 교전력 자체는 안그래도 강력했던 기존의 로스터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세졌기 떄문에 초반에 왕창 벌어다 놓은 이득을 토대로 게임을 굴리는 스노우볼링 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래도 새로 감독을 맡게 된 '옴므'는 LPL에서 징동 게이밍을 이끌며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는 실력있는 지도자 매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차기 시즌부터는 작전 타임 제도가 도입되는 만큼 한화생명의 차기 시즌에서는 운영적인 부분이 마냥 약점으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 담당일진이었던 도련님을 손에 넣온 'T1'

'구마유시'의 FA로 인해 대변혁을 맞게 된 티원입니다. LCK에서 티원의 천적으로 군림했던 도련님 '페이즈'를 데려오면서 상기한 두 팀과 마찬가지로 전력 자체는 기존과 비등하거나 더 좋아진 부분도 있지만, 기존의 필승 전략이었던 강력한 라인전을 바탕으로 상대 바텀을 초토화시키고 협곡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상체 캐리 플랜을 구사하는 것은 조금 더 큰 위험부담을 수반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페이즈는 밸류픽으로 대표되는 후반 캐리력의 검증이 확실하게 끝난 매물이며 해당 전략으로 티원을 상대하여 준우승을 강제했던 특급 원딜인 만큼 기존과 다른 승리플랜으로 승승장구할 확률도 충분히 높습니다.
오히려 당시 젠지에서 페이즈의 팀 메이트로 뛰었던 도란은 이러한 밸류픽 구사 전략에 있어서 안정감이 높고 변수 창출 능력이 뛰어난 전통적인 탑솔로 역할에서 빛을 발했던 선수라서 다시 만난 도란과 페이즈의 시너지가 어느 정도일지가 의외의 관건이라 볼 수 있습니다.

■ 바텀 라인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KT'

우주를 들어올리는 괴력쇼를 선보인 '비디디'와 이에 화답하듯 일취월장한 실력으로 월즈 준우승을 일궈낸 미라클 런의 팀이지만 바텀 라인의 '덕담'과 '피터'가 빠지면서 KT는 새로운 듀오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새로 합류한 '에이밍'과 '고스트'는 네임 밸류만 따지면 전임자인 덕담과 피터 못지 않은 수준급의 선수들이지만 각각 2025 시즌에서 살짝 아쉬운 폼을 보여주거나 일시적으로 '쉬었음 청년' 상태가 되는 공백기가 있었던 것이 변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인데요.
그래도 이제는 상체 3인방이 함께 통나무를 들 수 있는 수준의 팀이 됐기 때문에 작년처럼 바텀 라인의 각성을 기대하면서도 충분한 성적을 낼 수 있는 환경에 놓였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뛰어난 라인전 및 대치전 능력을 가진 '에이밍'에 원거리 딜러 시절 팀을 받춰주는 포대와 운영 능력으로 월즈 우승을 이룩해낸 '고스트'의 서포터 포지션 변경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당장으로선 예측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만약 원거리 딜러에서 서포터로 포지션을 바꿔 대박을 터뜨렸던 본인의 옛 파트너 '베릴'처럼 고스트의 포텐이 좋은 방향으로 발현된다면 이번 바텀 교체는 의외의 복병이 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 작년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이야 'NS'

농심 레드포스는 계약 종료가 확정된 '기드온'과 시즌 중에 다소 아쉬운 폼을 보여줬던 '지우'의 자리에 포텐셜이 터진 '스폰지', '태윤'을 데려오면서 다른 곳들과 비교하면 확실하게 보강이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구단입니다.
심지어 미드 라인에는 LPL에서 뛰고 있던 2021 월즈 파이널 MVP인 '스카웃'을 데려오면서 탑과 미드가 모두 월즈 파엠이라는 엄청난 무게감을 가진 팀이 됐죠.
오히려 기존 미드였던 '칼릭스'가 팀을 이탈하지 않고 주전 경쟁의 뜻을 밝히면서 식스맨 체제를 통해 더욱 성장하고 발전하는 식의 미래 설계 또한 기대해볼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농심은 여러모로 득이 많았던 스토브리그를 보냈다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 만약 쇼메이커가 우주를 든다면 혹시? 'DK'

디플러스 기아는 시우-루시드-쇼메이커로 이어지는 상체 3인방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티원과 피어엑스의 유스 출신 선수진인 '스매시'와 '커리어'를 영입하면서 로스터를 완성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LCK 컵이나 LCK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뚜렷한 성과를 냈기 때문에 외부 영입 관련해서는 제법 괜찮은 매물로 평가받는 것은 사실이나 1군 무대에서의 검증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서 사실상 2025 시즌의 케이티처럼 미드의 베테랑이 팀 전체를 리드해야하는 육성 기조의 탱킹 로스터가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인데요.
현재로서는 선수 육성 분야에서 나름 권위 있는 지도자인 '씨맥'이 얼마나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는지가 이번 시즌 딮기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 아무 일도 없었다 'FEARX'

피어엑스는 이번 스토브리그를 가장 조용하게 보낸 팀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선수진 전원이 재계약에 사인하면서 언제든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중위권 팀의 로스터를 지켜냈고, 2025 시즌 중 구원투수로 올라왔던 유스 선수 '데이스타'가 정식으로 콜업되면서 긍정적인 시너지 또한 기대해볼 수 있게 됐죠.
물론, 유상욱 감독의 이탈이라는 아쉬움도 남긴 스토브리그였지만 '래더', '리라'는 나름대로 코칭스태프 분야에서는 잔뼈가 굵은 믿을맨들이 합류했고 총감독인 '에도'가 다른 종목 출신의 감독이지만 LCK 챌린저스 리그에서 유스 팀의 우승을 달성하며 훌륭한 선수 관리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역할 배분만 잘 한다면 2025 시즌에 크게 뒤쳐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 건장한 몸에 필요한 것은? DNF

디앤 프릭스는 무려 케이티의 준우승 바텀 듀오 '덕담'과 '피터'를 그대로 가져왔고 미드 또한 인간계 최강이자 동부와 서부를 가르는 수문장으로 유명한 '클로저'를 영입하면서 꽤 괜찮은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물론 직전 시즌 로스터도 선수 개개인의 체급과 무력만 따지면 생각보다 강력하여 초반 지표는 상위권에 가까웠지만 파멸적인 운영 능력 때문에 낮은 순위를 기록했던 만큼 확실한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인데요. 그래도 불필요한 교전이나 오버 플레이로 창조 손해를 만들던 직전 시즌보다는 조금이나마 나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의외로 괜찮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그래서 우리 미드 누구? DRX

디알엑스는 실로 특이한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습니다. 팀 구성에 있어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코어이자 허리 약할인 미드를 주축으로 팀을 꾸리는 것인데 LCK 챌린저스 리그에서 챌체정으로 꼽힌 티원 아카데미의 '빈센조'나 농심의 '지우'를 데려오면서 정작 미드를 아직까지 공석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죠.
본래 주전이었던 '예후'가 유럽 LEC로 넘어가면서 2군으로 샌드다운됐던 '유칼'이 다시 주전으로 뛸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발표 없어 팀 팬덤을 쥐고 흔드는 행보 때문에 날이 갈수록 의구심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 터지지 않은 베테랑에 명감독이 더해진다면? BRION

브리온은 피어엑스와 완전히 반대로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모건이 이적 시장에 나올 정도로 선수진이 완전히 갈려버렸고 젠지 아카데미 출신 서포터인 '남궁'을 제외하면 1군 경력이 나름대로 있는 선수들인 '테디', '피셔', '기드온', '캐스팅'을 긁어모아 로스터를 완성했습니다.
전체적인 선수단 구성에 대한 평가가 그렇게 호의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명백히 약팀으로 평가받았던 2022년 DRX의 월즈 우승을 이끌었던 '쏭'을 감독으로 데려온 만큼 팀에 최적화된 전략과 방향성을 제시하여 결과가 좋게 나온다면 마냥 무의미한 스토브리그를 보낸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