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키에이지'로 이름을 알린 '엑스엘게임즈'가 야심 차게 선보인 신작 '더 큐브, 세이브 어스'가 야심찬 스팀 출격 한 달도 되지 않아 무대 뒤로 사라진다. 지난 3월 18일 스팀 얼리 액세스로 전 세계 게이머의 앞에 선 지 불과 21일 만에 내려진 전격적인 중단 조치다. 개발사 측은 4월 8일 스팀 공지를 통해 오는 5월 8일 모든 서버 운영을 종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바로 전날, 4월 8일 업데이트를 진행한 이력이 있어 하루만에 이루어진 서비스 종료 발표는 매우 이례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에서 펼쳐지는 탈출 액션은 최근 가장 핫한 장르다. 하지만 그런 만큼 미완의 작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혹했다. 출시 직후부터 끊이지 않았던 잦은 튕김 현상과 최적화 실패 그리고 각종 시스템 버그 등이 발목을 잡았다. 특히 유료 재화 거래소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가 반복되면서 상품 판매가 여러 번 중단되는 등 운영 역량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는 고스란히 유저 지표의 붕괴로 이어졌다. 현재 스팀 내 사용자 평가는 긍정률이 30퍼센트 초반대에 머무르며 '대체로 부정적' 단계에 진입했다. 출시 첫날 5,000명이 넘었던 실시간 동시 접속자 수도 어느덧 100명대까지 급격히 하향 곡선을 그리며 사실상 정상적인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
이번 결정의 이면에는 엑스엘게임즈의 위태로운 재무 현황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24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누적된 적자 규모가 1600억 원에 육박하는 극심한 경영난 속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신작을 유지할 여력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결국 존폐의 기로에서 개발사 측은 생존을 위해 실패한 프로젝트를 빠르게 정리하고 차세대 기대작 '아키에이지 크로니클' 개발에 모든 자원을 쏟아붓는 전략적 기권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엑스엘게임즈는 이용자들의 금전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스팀 내 유료 구매 건에 대해 전액 환불을 진행한다. 별도의 신청 과정 없이 4월 9일 중으로 일괄적인 환불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약 3주라는 유례없이 짧은 활동 기간을 뒤로하고 마침표를 찍게 된 이번 사태는 개발사의 개발력과 대외 신뢰도에 뼈아픈 상처를 남기게 됐다.
[박성일 기자 zephyr@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