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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유니크한 매력을 찾아서"... 2026년 오픈월드 어드벤처 3종이 던진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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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벽두부터 시작된 '오픈월드 어드벤처'와 '서브컬처'의 결합은 게이머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시각적 유희와 깊이 있는 서사, 그리고 그 안에서 누리는 자유도는 이미 시장의 검증된 승리 공식이다. 매력적인 '캐릭터'로, '모험'과 '이야기'를 즐기기 위해서. 이미 지키고 있는 세계가 있어도, 새로운 자극을 찾아 떠나게 되는 이유다.
 
하지만 단순히 맵을 넓히는 수준을 넘어, 그 공간을 어떤 '철학'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게이머가 느끼는 전율의 밀도는 천차만별이다.
 
지난 1월, 저마다의 문법으로 도전장을 내민 세 가지 오픈월드 어드벤처 엘리멘타의 '실버 팰리스', 그리프라인의 '명일방주: 엔드필드', 그리고 웹젠의 '드래곤 소드'가 남긴 찰나의 전율과 짙은 아쉬움을 문장으로 갈무리해본다.
 
실버 팰리스 – 은빛 궁전에서 마주한 서늘하고 우아한 추리극
 

빅토리아 시대의 고풍스러운 품격 아래 감춰진 썩어가는 욕망을 다룬 '실버 팰리스'는 그 시대적 모순을 잔혹한 동화의 문법으로 직조해낸 영리한 변주곡이다. 그래서 가장 매력적이었다. 수채화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질감의 그래픽과 클래식 선율을 기묘하게 비튼 BGM은 우아함 속에 날카로운 진실이 교차하는 이 게임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그 유니크한 매력만으로도 플레이어를 은백색 궁전의 깊은 곳으로 끌어당긴다.
 
게임의 핵심은 ‘추리'와 '사고’ 시스템이다. 흩어진 단서를 모으고 인물들의 거짓된 증언 사이에서 모순을 찾아내며 진실에 접근하는 과정은 우리가 추리 어드벤처에서 느꼈던 그 지적 유희를 선사한다. 단서가 톱니바퀴처럼 하나씩 맞물려 돌아가 자물쇠를 풀었을 때의 성취감은 정서적 쾌감에 가깝다.
 
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을 쫓고, 추리를 하며 위협적인 음모를 밝혀야 하기에 '전투'와 '추리'가 갖는 이 기묘한 균형은 이 게임이 구축한 고풍스러운 세계관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비록 캐릭터의 움직임이 다소 무겁고 패링에 의존하는 수동적인 전투는 다소 아쉽다. '게임'인 이상 '전투'를 빼놓을 수 없는 만큼 액션 조작감의 합리적 공방, 액션 공식의 강화는 필수적이다. 또, 극도의 사실적인 배경과 서사를 읊어주는 데 불구하고, 너무나도 순정 만화 인형 같은 캐릭터 모델링은 다소 이질감이 들기도. 다행히 이 게임은 이 자리에서 언급할 게임 중 유일하게 CBT 빌드다.
 
서늘한 논리의 끝에서 마주하는 진실의 무게를 추적하게 만드는 힘은, 이 매혹적인 탐문의 공간이 게이머를 기꺼이 '탐정'으로 만드는 독특한 문법이기도 하다.
 
명일방주: 엔드필드 – 차가운 기계에 숨을 불어넣은 '개척의 미학'
 
 
스타 프로듀서 해묘가 제시하는 새로운 비전은 역시나 묵직했다. '명일방주: 엔드필드'의 서브컬처로서의 매력은 이미 완벽에 가까운 오프닝, 즉, 첫인상에서부터 압도적이다. 낯선 행성 '탈로스 II'의 풍경은 개척의 목표를 단숨에 납득시킨다.
 
이 게임의 진짜 백미는 '시뮬레이션'과 'RPG'의 기묘한 동거에서 온다. 차가운 기계적 메커니즘을 매력적인 서사와 결합해 서브컬처의 문법으로 기막히게 말아낸 '공업 시스템', '개척 시스템'에 있다. 전선을 깔고 짚라인을 연결하며 나만의 기지를 구축하는 과정은, 어느새 효율적인 공장 배치에 몰두하게 만드는 강력한 중독성을 발휘한다.
 
특히, 어드벤처 요소가 갖는 퍼즐과 모험의 완성도는 상당한 수준. 길가다 마주치는 기믹이 부담스럽지 않고, 또, 악의적이지 않으며, 충분히 도전 욕구를 자극하고, 충분한 단서를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물론 쏟아지는 정보량과 고유명사의 향연, 개별적으로는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메인 스토리에만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너무나도 진지하기만 한 아이들이 초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직접 발로 뛰며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과정이 일부 유저들에게는 다소 벅찬 숙제처럼, 벽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엔드필드'는 모험의 범주가 지극히 제한적이라 언급할 3종 타이틀 중에서 완전한 오픈 월드로 보기에는 다소 애매한 지점도 있다. 쉽지 않은 장르에의 강요가 진입장벽 완화가 가장 선결되어야할 지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플랫폼에서 보여주는 압도적인 최적화와 게임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보여주는 독보적인 콘텐츠 구성은 확실히 탈 서브컬처급 완성도를 자랑한다. 흔한 오픈월드 사이에서 갈증을 느끼던 유저들에게 가장 확실한 종합선물세트가 되어주었다.
 
드래곤 소드 – 화려한 식탁 위로 뿌려진 싱거운 액션 풍미
 

액션 한 길을 파온 하운드13의 노련함이 담긴 신작이라는 점에서 '드래곤 소드'에 거는 기대는 컸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본 이 게임의 뒷맛은 생각보다 싱거웠다. '드래곤 소드' 그 자체로서는 모처럼의 국내 오픈월드 어드벤처 게임으로서 여러 즐길거리를 선보이긴 했지만 아쉽게도 비슷한 시기, 경쟁작과 비교했을 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로 평가할 수 있겠다. 
 
상당한 볼륨과 짜임새에도 불구하고,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하나의 게임을 이루는 요소들의 불균형이다.
 
일단 유치하다. 지나치게 평면적인 캐릭터와 초반부 거의 모든 사건의 흐름이 클리셰를 벗어나지 못한다. 또한, 등장인물 간 케미를 위해 공들인 서사는 이해하나, 별로 중요하지 않은 대화조차 한 명 한 명 다 직접 듣고 있어야 하는 강박적인 스크립트 구성이나 요즘 내러티브에서 절대 쓰이지 않는 개그 남발과 캐릭터 소모, 아쉬운 스토리 연출은 게임의 템포를 심각하게 갉아먹는다. 모험의 당위성을 부여해야 하는 오픈월드 어드벤처 장르에서 탄성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더욱이 어드벤처 요소는 '원신' 답습에 지나지 않는다. 광활한 맵은 넓게 펼쳐놨는데 여기저기 곳곳에 '퍼즐' 요소가 그냥 배치되어 있다. 모험이 아니라 필드에 있는 숙제를 하나씩 지워나가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앞서 두 타이틀이 '원신'을 지우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것에 반해 '드래곤 소드'는 사실 그 부분에서 소개할 만한 부분이 없다.
 
다만, 전투 공식 구현은 매우 훌륭하다. 특히, 타깃을 몰아붙여 지형지물을 활용해 상태 이상을 유발해 콤보를 이어나가고, 거대 몬스터에 올라타는 등의 물리 기반 전투는 매우 매력적이다. 서브컬처 게임이 주로 택하는 스타일리시 액션보다는 내가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 콤보를 연계하는 헌팅 액션의 재미가 크다. 
 
사실 '드래곤 소드'는 스스로 서브컬처라고 주장한 적은 없지만 전체적인 재질부터 같은 전장을 택했으므로 피할 길은 없었고, 그 과정에서 '드래곤 소드'의 경쟁력이 아쉬웠다. 장점은 강점이지만 이 장르의 매력은 아니므로 장점 강화보다는 단점 보완을, 경쟁작보다 조금 더 빠른 스탠스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2026년 새해를 장식한 이 세 타이틀은 우리에게 각기 다른 여운을 남겼다. 누군가는 개척의 희열을, 누군가는 추리의 깊이를, 누군가는 액션의 손맛을 남겼다.
 
"화려한 그래픽보다 중요한 것은, 그 세계가 플레이어에게 어떤 '여운'을 남기느냐 하는 점이다."
 
오픈월드 어드벤처 장르는 가고자 하는 지향점도 분명하고, 이미 여러 변주가 일어난 장르다. 장르가 공개되는 순간 머릿 속에 떠오르는 월드, 캐릭터, 심지어 게임성까지 이미 명확하게 그려진다. 이런 마당에 누구나 새로운 타이틀을 맞이할 때 다른 점, 특별한 점을 찾기 마련이다. 이는, 대충 비슷해도 승부 볼 문법이 정해져 있는 MMORPG나 수집형 RPG와는 확연히 다른 분야다. 고민이 필요한 지점은 바로 그 부분에 있다.
 
엔드필드가 보여준 '고집스러운 결과물'과 실버 팰리스가 선사한 '유니크한 서늘함'은 분명 2026년 상반기 게임 시장을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드래곤 소드 역시 아직 그 싱거운 간을 맞출 수 있다면, 우리에겐 더 풍요로운 오픈월드의 향연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박성일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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