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계에 이런 신사가 또 있을까?
깔끔한 외모에 반듯한 매너, 행동과 말투 하나하나에 딱딱함이 없다. 자신이 회사에서 하는 역할 중 가장 큰 부분은 '트렌드를 읽는 젊은이'를 발굴하고 밀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퍼니글루 김상범(사진) 부사장의 사무실 한켠에는 1인용 접이식 침대가 놓여 있다. 지난달 론칭한 웹게임 '프린스오브히어로(POH)'와 개발 중인 모바일게임 때문에 집에 자주 갈 수가 없다. 김 부사장은 개발팀이 밤을 새는 데 자신만 맘 편히 집에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덕장의 모습이 보였다.
김상범 부사장은 처음부터 게임 업종에 종사하던 인물은 아니었다. 사회 초년생 LG에 입사해 다양한 일을 하다가 1999년 IT 태동기 때 현재 KT가 운영하던 하이텔에 입사했다. 하이텔서 학교 커뮤니티를 담당하던 김 부사장은 2000년 말 회사 개편과 함께 하이텔 게임팀에 합류됐다. 게임 팀이라고 해 봤자 피처폰을 기반으로 한 단순한 게임을 만드는 팀이었다.
◆ 피처폰부터 웹게임까지 다양한 경험
"처음 온라인 커뮤니티에 있다가 모바일게임으로 이직하는 순간 너무 겁이 났습니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상상보다 너무 쉬웠어요. 이동통신사도 정형화 돼 있었고 개발이라고 해봤자 단말기 제조 회사가 준 메뉴얼만 보고도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이었거든요"
김 부사장은 삼성의 초기 스마트폰 '옴니아'를 보고 모바일 시장이 출현할 것을 예상했다. 이어 와이브로가 대중화 되면서 폐쇄형 망이 개방형으로 바뀌면서 모바일 시장 형성 조건이 갖춰졌다.
이 과정에서 김 부사장은 현재 올레마켓의 전신인 'KT 쇼 스토어'를 론칭했다. 모바일 비지니스 시장의 기초를 직접 만들고 경험했다.
이런 그가 2011년 KT를 나와 퍼니글루에 입사했다.

◆ POH, 퍼니글루 대표작으로 손색 없어
2008년에 설립된 퍼니글루는 웹게임 '로마전쟁'과 모바일게임 '라테일'을 론칭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게임사다. 하지만 2012년 내놓은 웹게임 '기사의영광' '재신연의'는 트렌드를 앞서지 못하면서 고객에게 외면 받았다.
이때부터 김 부사장은 바빠졌다. 웹게임 방향을 RPG로 틀었다. 그라비티(대표 박현철)와 함께 한 '안도라사가'를 시작으로 트렌드를 재정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메이지판타지'로 연타석 홈런을 쳤다. 지난 2월 28일 OBT(공개시범서비스)를 실시한 'POH'는 서비스 시작 며칠 되지 않아 서버를 증설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김 부사장은 "POH는 포털로부터 채널링 게임 중 가장 성장세가 빠르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20~40대 게이머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인기 요인으로는 전 세계 6천만 이용자가 즐겼다는 검증된 콘텐츠라는 것과 '와우' '리니지' 등 옛 게임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꼽았다.
"한국 이용자는 고품질 온라인게임에 눈이 높아져 왠만한 게임은 명함을 내밀지 못합니다. 하지만 POH는 고품질입니다. 또 콘텐츠도 현재까지 공개된 것 이상의 분량이 이미 준비돼 있을 만큼 탄탄합니다"
'POH'는 PK시스템이 활성화된 웹게임이다. PK시에도 카오스 상태가 되지 않는 한 경험치 하락과 아이템 드롭이 없다. PK퀘스트가 있을 정도로 PK를 권장하는 분위기다. 길드 단위로 지역간 물품을 호송하고 약취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POH'에서 PK는 없을 수 없는 게임 요소로 작용한다.
또 'POH' 서버 대항전은 전 서버 이용자가 한 장소에서 전쟁을 치르는 것으로 토너먼트 방식 55레벨 이상 이용자가 참여할 수 있는 대규모 PVP 콘텐츠다.
◆ 퍼니글루 2013 사업방향, 모바일 강조
"RPG와 캐주얼을 기본으로 TCG까지 올해 20여 종의 모바일게임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2013년은 퍼니글루가 모바일게임사로서 이름을 알리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김상범 부사장은 퍼니글루의 향후 사업 방향으로 모바일에 무게 중심을 뒀다. 웹게임 성장세는 유지하면서 모바일게임을 두드러지게 키우는 게 목표다. 모바일게임은 현재 대세인 TCG부터 향후 대세로 각광 받고 있는 RPG까지 다양한 장르를 라인업으로 두고 있다.
퍼니글루는 웹게임은 주로 퍼블리싱을 하지만 모바일은 모두 자체 개발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가 선보일 TCG(트레이딩 카드 게임)는 일본 메이저 게임사와 공동 개발한 것으로 상반기 내 선보일 예정이다.
또 준비 중인 AOS장르 모바일게임은 작은 화면에 '리그오브레전드'를 그대로 재현했다. 최대 4대4까지 실시간 대전을 지원하며 이용자들과 대전을 펼칠 수 있는 데 직접 플레이해본 결과 손맛이 살아 있었다.
퍼니글루가 만들지 않기로 선언한 장르도 있다. 그 주인공은 고스톱, 포커와 같은 웹보드 장르다. 과거 '마린블루스맞고'를 서비스했지만 시장서 참패 이후 고포류 게임 서비스 의지를 접었다.
한편 김상범 부사장은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트렌드라고 했다. 이 당연한 말에 김 부사장은 한 마디를 더 했다.
"젊은 사람들이 트렌드를 잘 읽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을 발굴하고 밀어주는 게 제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만 김 부사장은 그 젊은 사람이 개발자이길 바랬다. 개발을 아는 기획자는 모르는 이보다 조금 더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 사람들이 퍼니글루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이 사람들을 이끄는 게 아니라 뒤에서 미는 게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승진 기자 Louis@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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