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소셜게임’하면 농장에서 작물을 키우거나 도시를 육성하는 플레이가 떠오를만큼 ‘팜빌’류의 게임이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야구단 육성, 롤플레잉 등 새로운 소재를 다룬 소셜게임들이 속속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모바일 게임사 컴투스(대표 박지영)가 개발한 스마트폰 소셜게임 ‘더비데이즈’도 그 중 하나다.
‘더비데이즈’는 경주마를 소재로 한 소셜게임이다. 마권으로 배팅을 하는 경마 자체가 아닌 경주마를 육성하는 농장주의 입장을 다룬 게임이다. 말을 훈련시켜 대회에 내보내고, 다른 말과 교배해 새로운 외형을 가진 말을 얻는 것이 주된 플레이다.
이 게임은 ‘타이니팜’에 이은 컴투스의 두 번째 소셜게임이다. 소셜게임계 진입 초기작이 과감히흥행 보증수표인 농장 소재를 버리고 나온 셈이다. 그러나 ‘더비데이즈’는 별 탈 없이 시장에 안착했고, 꾸준히 사랑 받으며 애플 앱스토어 최고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비결이 뭘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게임조선>은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컴투스를 방문, ‘더비데이즈’ 개발팀을 만나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 정재훈 선임개발자, 오른쪽 함선우 PD
게임조선(이하 GC) : 반갑습니다. 먼저 말을 소재로 게임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들려주세요.
함선우 PD(이하 함) : 저는 10년차 온라인게임 개발자 출신으로, ‘더비데이즈’가 첫 모바일게임이었습니다. 학생 때 일본 경마 게임인 ‘더비스탈리온’을 같이 했던 선배들을 컴투스에서 만났고, 같이 팀을 세팅해서 같이 ‘더비데이즈’를 만들게 됐습니다.
소셜게임의 본질인 혼자 놀기와 소프트한 경쟁, 협력을 구현하는데도 교배와 경주라는 요소가 있는 경마가 아주 좋은 컨셉을 만들어줬습니다. 개나 고양이는 경주가 없잖아요.(웃음)GC : 그렇군요. 유저끼리 말을 교배하는 시스템이 ‘더비데이즈’의 핵심 중 하나인데, 여기 얽힌 개발 비하인드스토리는 없나요?
정재훈 선임개발자(이하 정) : 기획 초기에는 교배 신청에 대해 수락 여부를 정할 수 있게 했었어요. 하지만 모바일 자체의 친구 관계가 긴밀하지 않고, 상대방의 수락을 기다리거나 거절당할 때의 실망감이 단점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일방적으로 하게끔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교배 시 등장하는 외형은 유저 호감도과 가치를 기준으로 우선 순위를 나열해 확률을 조정하는 식으로 만들었습니다. 다른 유저와 교배를 시켰을 때 자연스럽게 결과물인 망아지의 가치가 높아지도록 만들었죠. 이로 인해 교배가 굉장히 활성화된 상태입니다.
유저들은 숨겨진 외형을 포함해 다양한 외형에 관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외형이 예쁜 말은 망아지때부너 예쁘죠. 날개, 뿔이 인기가 좋고, 눈 모양에도 선호 외형이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날개 업데이트를 많이 준비해뒀습니다.
△다른 유저의 말과 교배해 특성을 물려받은 망아지 생산!
GC : 모바일이다보니 유저간 커뮤니티 공간이 부족할 수 있는데, ‘더비데이즈’ 유저들은 교배나 친분교류를 위해 어떤 식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나요?
정 : 초반에 ‘더비데이즈’에 관심을 가진 유저들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연구나 광고를 하기도 합니다. 모든 유저에게 공통으로 친구 추가돼 있는 NPC 목장에 글을 올리거나 앱스토어 리뷰란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다 편한 커뮤니티를 위한 방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GC : 지금까지 ‘더비데이즈’를 운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유저들이 있었다면?
함 : 농장의 모든 건물을 치우고 ‘앵그리버드’나 ‘슈퍼마리오’를 그려놓는 유저들이 있었습니다. 말을 30마리 넘게 모으는 경우도 있습니다. 건물을 안 짓고 말만 가지고 놀거나, 대회 보상으로 주어졌던 동물을 수집하는 경우도 있죠.
동물은 한국 서비스 오픈 이벤트로 제공했던 건데, 이제 더 이상 나오지 않아 아쉬워하는 유저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에게 개발자들도 안타까워 하고 있다는 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더비데이즈’는 심하게 말하면 말 한마리만 있어도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말을 여러 마리 키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여러 마리 키울 때의 메리트를 주기 위해서도 말의 외형에 신경을 많이 썼죠. 그런데 소셜게임 유저들은 이득되지 않는 행동이라도 본인이 만족할 수 있다면 하더라고요. 이런 점들은 너무 감사하고 놀랍습니다.정 : 매일매일 농장 인테리어를 바꾸는 분도 계시죠. 서버 1위 분이신데, 여러 가지 말의 외형들을 가장 먼저 찾아내는 유저죠. 파란 나비 날개 말도 찾아냈어요.
△동물을 모으는 유저의 농장 풍경
GC : 유저들이 아직 찾아내지 못한 외형도 있나요?
함 : 물론입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외형들이 많아요. ‘더비데이즈’의 말은 머리, 몸통, 갈기, 날개 등 모든 파츠로 50억 가지 이상의 외형을 조합할 수 있습니다. 농담으로 “세계 인구 1인당 말 한마리씩만 팔자”고 했을 정도입니다.(웃음)
GC : 외형이 50억가지라니, 해외도 고려해야 하고 그래픽 작업하시는 분들이 힘드셨겠네요.
함 : ‘더비데이즈’ 그래픽 팀은 단 두 사람입니다. 개발하면서 인터페이스 변경도 여러 번 했는데, 이걸 한 사람이 싹 처리했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동물이나 건물 등을 모두 만들었죠. 두 사람이 다 만든 그래픽입니다. 우리 그래픽팀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정 : 해외 반응의 경우 외국인들과 협업을 통해 반응을 미리 체크했습니다.
△다양한 외형의 말이 있고, 특히 날개 달린 말은 인기 최고
GC : 말이 훈련할 때 보면 망아지들은 물 속을 달리던데, 실제로도 그런가요?
함 : 실제 말을 훈련시킬 때 수중, 초원 등에서 달리는 연습을 하는데요, 수십 킬로그램의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기도 합니다. 모바일 게임이다 보니 모래주머니는 타이어로 교체해 묘사했죠.
GC : 게임 내에서 경주를 진행해보니 순위와 함께 ‘머리’ ‘코’까지 표기되던데요. 경마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함 : 실제 경마에서 쓰이는 용어입니다. 반마신, 코, 이런 식으로 그 말이 먼저 들어온 거리를 표기하는 것이죠. 코 하나 차이로 이기는 짜릿함, 다른 말을 몸통 하나만큼 완전히 제쳐 이기는 상쾌한 기분 등 리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한 것입니다.
실제로 경마에 관심이 많은 홍콩에서는 ‘더비데이즈’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런 리얼리티가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함선우 PD, '더비데이즈'가 첫 모바일 게임이라고...
GC : 그렇다면 경기에서 이기기 위한 비결은 없을까요? 승패 결정 확률이 궁금합니다.
함 : 경기에서 이기는 확률은 훈련과 말의 경험치, 누적 상금 등이 영향을 줍니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승패가 결정되지만, 어느 정도의 ‘운’은 작용하기 때문에 100%는 없습니다.
GC : ‘운’이 작용한다면, 스포츠의 묘미 중 하나인 ‘포텐셜 폭발!’ 같은 게 ‘더비데이즈’에도 구현돼 있는 건가요?
함 : 말의 어빌리티라든가 하는 부분들을 내부적으로 추가해서 예측 가능한 랜덤성을 만들어 볼 계획이 있습니다. 지금 말의 레벨보다 높은 경기지만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을 주는 능력 같은 형태입니다.
말의 전성기라든가 이런 건 초기 기획에 있었는데, 만들면서 게임이 복잡해져서 어렵다는 반응이 나와서 뺀 상태입니다.정 : 기획 초기에는 말의 능력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화면이 따로 있었는데, 이것도 어렵다는 의견이 나와서 없어졌죠.
△유저는 마음 졸이며 지켜보다가 골드 및 에너지 보너스만 얻으면 된다
GC : 농장에 건물에 수확 외 기능이 없습니다. 의도된 부분인가요?
정 : 초반에는 건물 기획도 많았습니다. 건물로 마구간 슬롯을 늘리는 등 기능을 검토했지만, 기능 때문에 농장이 특정 건물로 채우지 않고 자유롭게 꾸밀 수 있도록 지금처럼 구현했습니다. 하지만 당근을 만들어준다든지,, 에너지나 캐시를 생산하는 건물 같은 것은 생각 중입니다.
GC : 말이 움직이거나 귀여운 행동을 보여주는 등 동물다운 귀여움이 부족한 점은 다소 아쉽습니다.
함 : 저희도 그 점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말이 움직이지 않아서 정적이라는 의견을 받고 있죠.
컴투스의 전작 ‘타이니팜’은 최초 용량이 70메가였는데, 용량을 줄일 수 없는 대신 높은 퀄리티를 내기 위해 동물을 들어 옮기거나 귀여운 움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더비데이즈’의 경우 20메가를 넘기지 말자는 쪽으로 진행하다 보니 그런 부분들을 많이 포기해야 했습니다. 말의 외형 조합이 50억 가지를 넘기 때문에 리소스의 영향도 있었습니다.
또, 유저들의 플레이패턴을 고려해 말의 움직임을 제한한 면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건물을 한줄로 이어 짓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런데 말이 돌아다니게 되면 건물 뒤로 숨어서 보이지 않게 될 수 있거든요.GC : ‘더비데이즈’의 다음 업데이트에서는 어떤 콘텐츠가 등장하는지 살짝 귀띔해주세요!
정 : 아이디어는 많이 쌓여 있습니다. 말의 인기도를 보여주는 시스템, 유저간 협력 대회 등 소셜 기능을 강화한 콘텐츠들을 준비해뒀습니다.
함 : 날개나 뿔 같은 외형은 계속 추가할 계획입니다. 또, 골드를 써서 할 수 있는 재밌는 콘텐츠를 추가하는 밸런스 작업을 검토 중입니다.
△정재훈 기획자, "업데이트 준비 중...지켜봐주세요"
GC : 국내의 대표적인 모바일게임 개발사 컴투스지만 소셜게임은 이제 본격적인 시작인데요, ‘더비데이즈’를 만들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으신가요?
정 : 모바일은 물론, 온라인 개발 경력이 있던 인력들이 포함돼있기도 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초반에는 다들 그렇듯이 온라인에 있을법한 복잡한 게임들을 만들어왔죠.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과연 유저들이 재밌어할까?”라는 얘기가 나왔고, 점점 콘텐츠들을 단순화시키면서 지금까지 만들어왔습니다.
처음부터 어렵다기보다는 단순하게 시작해 점점 살을 붙여나가는 방향으로 간 거죠. 단순한 형태의 시작이 시행착오도 줄여줬고 매출도 높여줬다고 생각합니다.함 : 저도 온라인게임 개발자 출신으로, 온라인게임은 대부분 계속해서 시스템을 복잡하게 해나가는 식으로 개발되니 이게 습관이 됐었습니다. 그 습관은 버리기가 힘들었죠. 모바일 소셜게임을 만들며 느낀 건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저를 힘들게 하는 부담감도 줄이고, 욕심을 버리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GC : 인터페이스가 페이스북 소셜게임 이용자들에겐 친숙한 형태로 구현됐군요. 페이스북에서도 '더비데이즈'를 서비스할 의향이 있으신지요?
함 : 페이스북 버전을 같이 만들고 있었는데,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모바일과 PC의 조작 방식에는 차이가 많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개발 중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고, 퀄리티가 충분하지 않으면 내보내지 않는다는 방침입니다.
△왼쪽 위에 퀘스트, 오른쪽 아래 메뉴바, 상단에 에너지…익숙한데?
GC : 지금은 iOS 버전만 출시돼 있는데요, 안드로이드 버전은 언제 출시될까요?
함 : 다음 달을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주변에서 “‘갤럭시S2’도 해달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GC : 끝으로, ‘더비데이즈’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함 : ‘더비데이즈’는 온라인게임처럼 장시간 플레이하는 게임은 아닙니다. 단 일주일을 플레이하시든, 한 달을 플레이하시든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팜빌’류 게임에 질리신 분들이라면 좀 더 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더비데이즈’의 타깃이 ‘팜빌에 질린 사람’이기도 하고요.
또, 몇몇 국가에서는 내부적으로도 분석이 안될 만큼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내부적으로는 아직 ‘더비데이즈’가 베트남에서 왜 1위인지 모르겠습니다. 호치민시 여러분 감사합니다.(웃음)정 : 모바일 서비스의 특성상 유저와 소통할 길이 적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저 의견을 수렴하거나 개발자의 취지를 설명할 공간이 없죠. 상황이 간혹 부정적인 경우로 흘러가기도 해 안타깝습니다. 그렇게 진심이 닿지 않는 경우를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게임을 재미있게 해주시길 바랍니다. 점점 더 재미있는 게 추가될 예정이지 지켜봐 주세요. 해외 유저들에게도 정말 감사 드립니다.
[이현 기자 talysa@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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