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스팀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상용화 게임 차트에서 통칭 덕몽어스라 불리는 전략, 추리 게임 '구스 구스 덕'의 순위가 크게 치솟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게임의 버전 업데이트는 1주에서 2주 단위로 꾸준히 있어왔지만 게임 내적인 변화가 크지 않았는데도 접속자 수가 5배까지 치솟는 경우는 흔치 않아 기존 이용자들이 그 원인을 찾아 보니 'BTS의 멤버 '뷔'가 라이브 방송 중에 이 게임을 플레이한 것이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죠.
이처럼 게임 업게의 역주행은 게이머 입장에서 정말 별 것 아닐 수 잇는 일이 엄청나게 큰 스노우볼의 단초로 작용하는 경우가 되기도 합니다. 하이틴 스타나 셀럽의 플레이를 보고 궁금해져서인 경우도 있고, 기존 경쟁작이 스스로 고꾸라지는 천운을 얻는 경우도 있고, 게임과 연계된 미디어믹스가 예상치 못한 흥행을 하면서 거꾸로 원작의 유입을 이끌어내는 것이 될 수도 있죠.
이번 조선통신사의 주제는 바로 쉽게 예상할 수 없었던 '역대급 역주행을 보여준 게임들'입니다.
■ 어몽어스

도입부에서 언급한 구스 구스 덕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작품으로 게임성 뿐만 아니라 흥행의 경위도 매우 비슷한 느낌이 있습니다.
이너슬로스의 3번째 작품으로 출시하여 2018년부터 오픈 베타 형태로 게임을 운영해온 어몽어스는 팬덤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대부분의 인디게임들처럼 초창기에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습니다.
마피아게임을 살짝 비틀어서 나름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플레이패턴을 만들었지만 아무래도 게임의 첫 인상이라 할 수 있는 아트워크나 인터페이스는 좋게 말해야 개성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저렴한 모양새여서 신규 유저들의 눈길을 끌기 힘들었기 때문이죠. 쉽게 말해 일단 찍어먹어 보면 맛을 보고 사람들이 좋아하겠지만 그 모양새가 확실히 호감형은 아니었다는 이야깁니다.

확실히 첫 인상은 대단하지 않습니다. 좀 나쁘게 말하면 시간 때우기용 플래시 게임인가 싶을 정도죠
더군다나 어몽어스의 기반은 엄연히 '마피아 게임'이고 이런 부류의 게임은 커뮤니티, 즉 고정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 풀이 어느정도 활성화되어 있어야 지속적으로 큐가 잡히고, 다른 사람들과 만나면서 매번 새로운 전개를 맞이하는 선순환이 이뤄집니다. 하는 사람만 계속 하면 만났던 사람을 또 만나고 행동을 패턴화하면 쉽게 상황을 예측할 수 있게 되며 게임의 재미도 쉽게 떨어지죠.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 때문에 어몽어스는 스팀 이식판을 출시하고도 큰 반등은 없었어야 할 게임이었지만 이전부터 이 게임을 꾸준히 플레이하며 가능성을 보고 적극 추천하던 스트리머 '최케빈'을 필두로 그의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과 주변인인 크루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입소문이 크게 번지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전세계적인 어몽어스의 흥행이 무려 한국인의 손에서 시작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스트리머의 영향력이 게임의 역주행에 크게 기여하는 긍정적인 효과의 대표로 꼽을만 하죠.

인터뷰 중 밝힌 흥행의 비화, 2018년 겨울을 기점으로 어몽 어스의 스팀판 구성원은 무려 절반이 한국인이었다고
■ 이터널 리턴

엄밀히 따지자면 이터널 리턴은 역주행이라는 이번 주제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케이스는 아닙니다. 스팀에서 영원회귀:블랙서바이벌이라는 이름으로 론칭 초기부터 꽤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적지 않은 유저들이 유입되면서 처음부터 흥행가도를 달린 성공작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게임이 만들어진 경위를 생각하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바로 평행세계로 취급되는 같은 회사의 모바일 게임 '블랙서바이이벌'의 관계성을 생각하면 평가를 달리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죠.
전작인 블랙서바이벌도 수는 적지만 단단한 충성고객층을 유치하고 있었기에 실패작으로 분류할만한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블랙서바이벌은 게임의 장르와 진행방식이 다르다고는 해도 지금의 이터널 리턴에 비하면 짜임새가 상당히 부족했고 운영적인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꽤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소위 말하는 '콘크리트'와 같은 충성고객층은 게임이 내재하고 있는 문제점에서 고개를 돌리고 찬양일변도로 게임을 플레이했고 블랙서바이벌은 시의적절하게 변화를 꾀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유지에 안주했고 그 결과 체질개선의 기회를 날리고 평가가 곤두박질치게 되죠.

론칭 직후의 스팀 차트는 그야말로 역대급 흥행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등장한 이터널 리턴의 존재는 팬덤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습니다. 전작의 캐릭터들과 생존에 중점을 둔 배틀로얄물이라는 기초 콘셉트는 계승 및 유지하면서 훨씬 역동적인 전투와 빠른 템포를 내세운 덕분에 이터널 리턴은 전작의 유저 풀을 그대로 흡수한 것은 물론 신규 유입이 크게 늘어 엄청난 흥행을 거두는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게임 외적으로 경쟁작들이 당시에 게임 외적으로는 프리 시즌이라는 과도기나 엇나간 방향의 업데이트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고 있어 반사이익을 얻은 부분이 있지만 블랙서바이벌이 이터널 리턴으로 역주행이 가능했던 것은 그렇게 우연히 이 게임을 즐긴 사람들을 매료시킬만한 충분한 게임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기획성 대회지만 참가자들의 면모가 무시무시합니다. 죄다 롤과 오버워치에서 꽤나 이름 날린 선수들이 이름을 올렸죠
■ 사이버펑크 2077

사이버펑크 2077은 '더 위쳐 시리즈'를 흥행시키며 단숨에 폴란드를 대표하는 게임 개발사로 성장한 CDPR의 차기작이었던 만큼 발매 이전부터 엄청나게 많은 기대를 받고 있었습니다. 무려 800만 장에 육박하는 달하는 예약 구매가 걸려있었고 출시 직후에는 100만 명의 동시 접속자가 몰리며 서비스 플랫폼이었던 스팀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터져나갈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전작의 후광에 기댄 흥행성적은 오래가지 못햇습니다. 실제로 나온 결과물은 그에 전혀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으레 대작 게임들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발매를 연기하는 것은 연례행사처럼 있었지만, 사펑은 3번이나 발매연기를 해놓고도 모든 가동 환경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발적화 이슈가 나왔고 완성도 또한 부족했으며 버그가 지나치게 많이 나왔죠.
더욱 황당한 것은 상술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사펑은 서사 측면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확실히 재미있고 게임 플레이도 나름대로 짜임새가 괜찮은 오픈월드를 구성하여 재미있고 잘 만든 게임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겁니다. CDPR 특유의 장인정신이 조금만 더 제대로 작동했어도 이런 참사는 나지 않았을거라는 아쉬움 때문에 팬들은 더욱 쓴소리를 하게 된 셈입니다.

사펑의 처참한 완성도에 실망한 소비자들은 단체 소송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사펑은 출시 초기에 얼리 억세스(앞서 해보기) 게임으로 취급받은 안 좋은 인식이 비교적 최근까지 이어져오고 있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사후지원을 통해서 조금씩 문제를 개선하여 명작은 못 되더라도 수작 게임에 반열에 올려도 괜찮을 법한 작품으로 거듭났지만 환불과 함께 떠난 민심은 쉽게 돌아올 줄을 몰랐죠.
하지만 기적처럼 2번째 기회가 돌아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미디어믹스인 '사이버펑크:엣지러너'의 존재였죠.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엣지러너'가 이쪽 분야에서 끝판왕으로 꼽히는 '아케인'에 버금가는 작품성으로 이슈몰이를 제대로 하면서 ,더 게임 어워드에서 각색상으로 노미네이트 되는 등 엄청난 흥행성적을 보였고, 덕분에 원작의 팬이 아니었던 사람이 거꾸로 애니메이션을 본 뒤 별다른 편견 없이 원작 게임을 즐기기 위해 유입되며 지금은 제대로 완성된 사펑을 즐기고 만족스럽게 안착한 것입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도 해당 분야에서는 장인정신으로 똘똘 뭉쳤다는 것으로 정평이 난 '트리거'입니다. 좋은 선택이었던 셈이죠
사실, 출시 직후에 혹평을 받다가 지속적인 개선으로 평가를 달리하게 된 게임이라고 한 다면 이 방면의 최고는 '노 맨즈 스카이'라 할 수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약소 개발사라는 개발 환경과 인지도의 문제로 인해 재평가의 기반이 빈약했던 노 맨즈 스카이는 평가가 변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던 반면 사펑은 엣지러너의 흥행이라는 변수를 잘 활용해 단숨에 뒤집기를 성공시켜버렸죠. 역주행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 게임, 차트의 상승폭이 대단하다
공교롭게도 이번 포스트를 작성하는 최근에도 역주행은 계속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일곱 개의 대죄:그랜드 크로스'는 원작 만화의 연재 종료 이후로도 서비스를 지속하며 평범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지만 11월 말에 원작의 최고 인기 캐릭터 '더 원 얼티밋 에스카노르'의 출시를 기점으로 매출과 인기 순위가 엄청난 상승곡선을 그려 중상위권에 주차시켜놓은 사례가 있고, '위쳐 3'는 사후 지원 종료 선언 6년 만에 차세대 기종을 위한 무료 업데이트를 적용하면서 한국어 음성 더빙 추가와 함께 기존의 오역 개선, 레이 트레이싱 적용과 비주얼 강화 적용으로 이용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역주행은 시의적절하게 이슈와 붐을 타는 '운적 요소'의 비중이 상당함을 부정할 수 없지만, 그런 행운이 찾아오더라도 역주행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나 서비스의 만족도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조건은 클리어해야 합니다. 기껏 찾아온 손님이 맛을 보고 금새 짜게 식어서 떠나는 일은 없어야 하는 일이니까요.
그렇기에 아직 흥행의 물살을 타지 못한 수많은 수작 게임 그리고 그 게임의 팬들은 아직 희망을 잃지 않고 기다리고 있을 지 모릅니다. 조건은 충족했으니 언젠가 찾아올 붐을 말이죠.

이런 붐을 기다리는 건 아니고...
[게임조선 편집국 gamedesk@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