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2 흥행 부진?…어른들이 일을 잘 하지 못한 탓"
한국 e스포츠의 대표 얼굴이라고 하면 누가 떠오를까. 2000년 초반부터 스타크래프트, 스타2, 카트라이더, 리그오브레전드까지 중심 무대에서 항상 파이팅을 외쳤던 얼굴로 당연히 전용준 캐스터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지난 십 수년간 한국 e스포츠와 함께 '살아왔던' 전용준 캐스터에게 e스포츠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들어봤다.
전용준 캐스터는 "한국 e스포츠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산업으로 십 수년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모두들 하는 일은 똑같다"며 "단지 하고 있는 일의 산업군이 작은 규모에서 훨씬 커진 규모로 발전했을 뿐"이라고 지난 소회를 밝히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전 캐스터의 말대로 2002년 처음 스타리그의 메인 캐스터로 자리를 잡았을 때나 지금이나 그는 여전히 중계석 한 가운데 자리를 잡고 마이크에 연신 말을 쏟아내고 있다. 물론 온게임넷 위영광 PD 역시 게임리그를 여전히 제작하고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 역시 같은 일을 하고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전 캐스터는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의 자리를 지키고 같은 일을 하고 있다"며 "덩치가 커지고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며 여러 일들이 있었으나 여전히 e스포츠를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용준 캐스터는 온게임넷의 안방마님으로 리그오브레전드를 중계하고 있다. 물론 스타리그로 스타2 역시 그의 입담과 함께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자연스레 두 종목을 바라보는 전 캐스터의 시각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용준 캐스터는 "스타크래프트를 먼저 말하면 스타는 자수성가한 노년과 같은 존재로 아무런 도움 없이 오직 팬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성장한 종목"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스스로 우뚝 섰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도 거쳤고 힘든 일에도 부딪혔으나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반해 스타2에 대해서는 "장년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끝을 본 종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 캐스터는 "스타2를 보면 안타까운 것이 보다 잘 자랄 수 있는 종목이었다. 하지만 어른들이 일을 잘못했기 때문에, 보다 잘 클 수 있었던 종목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일을 잘못했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잘못한 것은 언제든 개선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일을 더 잘한다면 보다 나은 종목이 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전용준 캐스터는 "LOL은 앞날이 창창한 20대. 혈기가 끓어 오르는 20대"라며 "스타가 만들어 놓은 토대 위에 별다른 시행착오 없이 현재의 자리까지 올라섰다"며 "앞으로가 더 중요하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열변을 토했다.
전 캐스터는 LOL이 스타는 도저히 가보지 못한 자리까지 이미 갔다고 확신했다. 롤드컵이라는 하나의 대회로 전세계 리그가 확고한 시스템을 갖췄고, 국적불문하고 응원하는 팬들이 지구상 어디에나 존재하고, 이들의 경기를 보기위해 전세계가 열광하는 모습에서 이미 스타를 뛰어넘는 종목이 됐다는 설명이었다.
전 캐스터는 "스타가 가보지 못한 길을 내걷기 때문에 앞으로 LOL이 어떤 길을 가는지 꼭 지켜봐야 한다"며 "상상 이상의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잠재력을 인정했다.
전 캐스터 말대로 LOL은 이미 1만 명의 유료관중이라는 한국 e스포츠 사상 최초의 '사건'을 만들어냈고, 롤드컵 하나로 전세계 LOL 팬들을 한데 묶었다. 여기에는 라이엇게임즈의 철학과 신념이 녹아있었기 때문이라고 전용준 캐스터는 말했다.
전 캐스터는 "지난해 용산 결승전 현장에 하루 먼저 온 팬들이 있었다. 그런데 라이엇에서 이들을 위해 한밤중에 수소문 해 이태원까지 가서 먹을거리를 사와 나눠주는 모습을 봤다"며 "롤드컵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회사에서 팬 한명, 한명까지 챙기는 모습으로 보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전용준 캐스터는 자신이 스타를 만났고 현재 LOL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복'이라고 말했다. 2002년 정일훈 캐스터에 이어 스타리그의 메인 MC로 새출발을 하며 커다란 복을 얻었고 그 복 덕분에 현재까지 게임으로 돈도 벌었고, 유명세도 얻었으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았다고 했다.
전 캐스터는 "10년 전에 목표가 무엇이냐고 한다면 e스포츠 캐스터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산업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달성 가능성을 10%~20%로 봤다"며 "지금 다시 10년 뒤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다시 묻는다면 여전히 e스포츠 캐스터다. 다만 이제는 10년 뒤에 e스포츠가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내가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팬들의 선택, 그리고 방송사의 선택에 따라 이 자리를 지킬 수 있는지 결정될 뿐"이라고 말했다.
전 캐스터는 한국 e스포츠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내다봤다. 과거 15년이 스타크래프트 한 종목으로 성장했으나 이제는 다양한 종목의 e스포츠가 양질의 토양에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었다.
전 캐스터는 "여러 게임사 관계자들을 만나며 e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하고 싶어하는 의지를 여러번 읽을 수 있었다"며 "지금 잘 되고 있는 종목뿐 아니라 앞으로 나올 도타2와 그 외 게임 종목들도 성장해 1년 365일 다양한 e스포츠 리그가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스포츠 못만났다면 홈쇼핑 쇼호스트 됐을 것"
전용준 캐스터는 30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iTV 아나운서로 합격해 이후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안방마님으로 자리를 옮기며 현재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e스포츠 캐스터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e스포츠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었을까.
전용준 캐스터는 이에 대해 "당시 홈쇼핑이라는 것이 처음 생길 때로 입사지원서도 제출한 곳이 있다"며 "남자지만 손가락이 길고 희다는 장점이 있어 상품을 소개할 때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해왔다. 때문에 홈쇼핑에서 컴퓨터를 팔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실제 전용준 캐스터가 이 말을 하며 자신의 손을 내밀었는데 남자 손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희고 상처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를 자랑했다. iTV의 선택이 아니었다면 컴퓨터 게임을 중계하는 전용준이 아닌 컴퓨터를 중개하는 전용준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상직 기자 sjoh@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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