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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취재수첩] 게임질병코드化, 편견과 사회적 프레임속에서

이관우 기자

기사등록 2018-03-18 14:01:50 (수정 2018-03-18 14: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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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뇌연구 관련 이미지 (출처 - 게임조선 DB)


 
기자는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접할 때마다 익숙한 '편견'을 마주한다. 편견의 사전적 정의는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란 뜻이다.


 
우리의 생각은 여러 촉매제를 통해 인식하고 수집된 정보를 기반으로 스스로 정의를 내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처음 사고의 촉발에 영향을 준 매개체의 공정성과 정보량에 따라 객관성과 보편성이 결정되기 마련이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프레임에는 '부정적' 시각이 많다. 과도한 게임 몰입을 뜻하는 게임 과몰입, 즉 게임 중독은 여러 사회 이슈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짐승뇌 이론 혹은 게임을 도박이나 마약과 같은 중독물질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의 핑계가 된다.


 
하지만 대부분 주장은 명확한 근거보다는 학회에서도 통용되지 않는 일부의 주장이거나 잘못된 인과관계를 포함하고 있다.


 
지난 9일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게임문화재단이 주관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게임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토론회는 최근 게임 업계의 화두 가운데 하나인 '게임질병코드化'에 대한 사회문화적 대응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는 5월 국제질병분류기호개정(ICD-11)에서 '게임 장애'를 정신질환에 포함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WHO는 게임 장애에 대해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려는 패턴'이라고 정의했다. 즉 게임 과몰입 현상을 질병으로 분류하겠다는 의미다.


 
이 경우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와 편견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게임 업계의 우려도 이러한 부분이다. 토론회에서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이를 게임과 포비아(공포증)를 합친 게임포비아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 게임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 자료 (출처 - 게임조선 DB)


 
윤 교수는 "1800년대 대중소설, 1970년대 텔레비전, 2000년대 초 인터넷 등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뉴미디어 포비아가 있었고 국내에서는 만화나 가요가 배척받았던 신세대문화 포비아가 있었는데 게임포비아는 두 가지 모두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근거로는 지난 2010년부터 2012년 게임에 대한 미디어 담론을 분석한 결과 게이머를 정상인의 반대로 분류하고 교육과 연관해 반지성적인 장애물로 취급, 신체발달에 위협이 되고 현실과 동떨어진 행위자로 본다고 설명했다. 즉 범죄 피의자를 게임중독자로 기정사실로 해 사건의 핵심 원인을 게임으로 암시하고 집단 괴롭힘의 원인도 게임으로 전도시켰다.


 
이로 인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돼 강력 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피의자의 게임 경력을 확인하는 언론 보도가 자연스러워졌다.


 
또한 2011년 3월에는 여성가족부 주최로 열린 <인터넷 중독 예방 기금 마련을 위한 기업의 역할 토론회'에서 이른바 검증되지 않은 주장인 '짐승뇌'이론이 등장했다.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토론회에서 게임 때문에 얼굴은 사람인데 뇌 상태가 짐승 같은 아이들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는데 그 근거가 추측되는 일본의 모리 아키오 교수의 '게임뇌의 공포'라는 저서의 내용은 일본 내에서도 과학적 근거와 객관성이 부정확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관련해 강동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2015년 엔씨소프트 문화재단 초청을 진행된 <게임과 뇌> 강연에서 오히려 게임이 전두엽 활성화 및 시·지각 능력 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에 관해 설명했다.


 
또한 강 교수는 짐승뇌에서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과 사랑에 빠진 사람은 동일한 부분의 뇌 활동이 활발해 흔히 사랑은 마약이라는 말이 있듯 이는 실제 뇌과학적 유사함이 있지만 사랑을 배척해야 할 마약으로 보진 않는다는 것.


 
또한 강 교수는 게임 중독을 논할 때 게임이 아니라 관계를 봐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어른보다 상대적으로 과몰입에 빠지기 쉬운 청소년에 대해서는 부모와 주변 관계에 따라 게임에 대한 몰입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2016년 5월 <게임과몰입과 게임문화:게임이용자 패널연구 심포지엄>에서 정의준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병리적 관점에서는 게임 이용시간이 직접 원인이 되고 인지적 관점에서는 사회 심리적 원인 및 자기통제 문제를 고려하는데 두 관점 모두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약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교수는 청소년 게임 과몰입에 대해서는 스트레스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고 같은 심포지엄에서 장예빛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연구 결과 부모가 자녀의 게임 과몰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게임뿐 아니라 모든 활동에는 몰입과 과몰입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행위자의 심리 상태와 주변인들과의 관계 등에 따라 모두가 선택적이다. 결과론적으로 본다면 편견에 사로잡히기 쉬울 뿐이다.


 
단순히 행위의 과함이 문제라면 게임뿐 아니라 인간의 모든 취미 활동이 질병으로 분류돼야 할 수도 있겠다. 게임의 질병코드化에 대해서는 아직은 좀 더 많은 연구와 명확한 근거들이 제시돼야 한다. 또한 공정한 사회적 프레임에 대한 토론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


 
그나마 다행히도 WHO의 국제질병분류기호개정(ICD-11)과 별개로 통계청에서는 다가오는 2020년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KCD) 개정에서는 ICD-11을 도입하지 않고 2025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전까지 게임업계는 게임을 통해 세상을 더욱 이롭게 만들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활동들을 적극적으로 진두지휘하길 바란다. 

[이관우 기자 temz@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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