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투스는 나의 20~30대 시절을 불태웠던 회사다. 비록 오늘 떠나지만 함께했던 동료들, 그들과 함께했던 추억들은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사실 오늘 직원들 모습과 회사 곳곳을 영상에 담아갈 준비도 해왔다.(웃음)"
박지영 컴투스 대표가 지난 15년간 이끌어 왔던 컴투스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난다. 대학시절 남편이자 대학동기인 이영일 부사장과 함께 맨 손으로 컴투스를 창업했던 그였다.
모바일게임사 최초로 코스닥시장에 상장시키고, 컴투스를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게임회사 반열에 올려놨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성 CEO 명단에서도 늘 1순위로 거론됐던 인물이 바로 박지영 대표다.
19일 열린 컴투스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공식적인 퇴임 소식을 전한 박 대표는 주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짧은 인사를 전했다.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유지했지만 지나간 15년 세월을 떠올릴 때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 "시너지 위해 두 명의 수장은 안 돼…컴투스 장점 살려줄 것 기대"
지난 10월4일 국내 게임업계는 갑작스런 깜짝 발표에 그야말로 공황상태에 빠졌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게임빌과 컴투스가 인수합병을 통해 한 배를 타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였다.
양사는 이날 공시를 통해 컴투스 최대주주인 이영일 부사장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던 700억원 규모의 지분 21.37% 및 경영권을 게임빌에 양도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운을 뗀 박지영 대표는 "경영권 매각 발표를 한지 두달여가 지나 이제는 좀 심경정리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어젯밤에는 가슴이 먹먹해져와서 잠도 잘 오지 않더라"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발표시점으로부터 퇴임하기까지 꽤 긴 시간이 있었던 만큼 그 기간 동안에도 여러가지 고민이 많았다"며 "그러나 두 회사가 만나 시너지를 내려면 조직을 운영하는 관점 등 여러가지 면에서 조직의 수장이 두 명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사실 업계 입장에서 게임빌의 컴투스 인수는 국내 모바일게임 역사에 남을 대형 '빅딜'이었지만, 양사 경영진들이 이 사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하기까지는 일주일이라는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박 대표는 "게임빌의 송병준 대표와는 10년 이상 같은 업계에 몸 담고 있으면서 이슈나 현안들에 대해 자주 논의하던 사이"라며 "예전부터 컴투스와 게임빌이 함께 해나갈 수 있는 것이 없을까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덧붙여 "또 게임빌은 컴투스의 장점을 가장 잘 아는 회사이고, 새로운 임원진들 역시 이를 잘 살리기 위해 노력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게임빌에 컴투스가 필요한 이유를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던 송병준 대표의 모습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 15년 세월 주마등, 눈시울 붉혀…복귀시기는 '미정'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던 박지영 대표는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대학시절 벤처로 시작해서 몇번의 실패와 컴투스를 창업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훔쳤다.
박 대표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이야기처럼 나에게 게임 타이틀 하나하나는 모두 다 소중하다"며 "사람들은 흥행한 게임만을 기억하지만, 모든 게임이 만들어지는 매 과정마다 함께 했기 때문에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남편인 이영일 부사장의 꿈은 컴투스가 100년 이상 명맥을 이을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었다"며 "지난 15년간 매년 2~3종 이상의 흥행게임을 꾸준히 만들어 올 수 있었던 이유 역시 내부 문화나 시스템이 안정된 데다가 좋은 인재들이 모여 있기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특히 "미래의 컴투스 경영은 나의 손을 떠나긴 했지만, 신임 송병준 대표가 컴투스의 강점과 핵심이 '사람'에 있었다는 것을 아는 만큼 잘 이끌어 나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박지영 대표와 이영일 부사장은 당분간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다. 게임업계로 복귀할지 아니면 또 다른 IT산업으로 컴백할지 아직은 그 내용과 시기는 모두 미정이다.
다만, 휴식을 취하는 동안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청년 벤처기업인들의 멘토 역할을 담당한다는 계획이다.
"컴투스 역시 어려운 시기 벤처투자를 받아서 시작할 수 있었다. 좋은 인력을 뽑고, 시장에 대응해 나갔던 경험들을 공유하고 싶다. 또 그 과정을 통해 나 역시 게임이 아닌 새로운 산업에 대한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재충전 기간 동안 가족들과의 시간도 많이 갖고, 부족했던 부분들을 채우고 난 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한편 컴투스는 이날 주주총회를 통해 신임 대표이사에 송병준 게임빌 대표를 선임하고, 이용국·송재준 두 명의 게임빌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등재했다.
[류세나 기자 cream53@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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