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시장에 부분유료화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한 넥슨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년 가까이 넥슨을 지탱해 온 부분유료화 손질을 통해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이미지 쇄신 작업에 박차를 가해 나가고 있다.
넥슨은 지난 5월 FPS '워페이스'의 개인무료화, '메이플스토리' 무료화 정책 개편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 '카트라이더'의 주요 매출원으로 꼽혀 온 강화 아이템까지 판매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캐시충전 없이도 누구나 게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보다 진화된 형태의 부분유료화 정책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넥슨의 이러한 결정이 '돈슨' 등 그간 넥슨에 붙여졌던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내부서도 '과금체계 개선' 한 목소리…수정 현실화
넥슨의 대표 스타개발자 오한별 '메이플스토리' 본부장은 지난달 기자와 가진 만남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이용자들의 과금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싶다. 우리도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 '돈슨'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알고 있다. 최근 들어 내부에서도 캐시템 등 부분유료화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고, 나 또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용자들에게는 개선해 나가겠다는 백마디 말보다 실제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진심으로 다가간다면 어느 순간 진정성은 통할 것이라 생각한다."
진심은 통한다. 고객가 끄덕여지는 말이었다. 그러나 한편 속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진심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빠르게 실행에 옮겨지느냐가 관건이지.'
그런데 불과 한달 뒤, 부분유료화 손질 계획에 대한 쐐기를 박는 듯한 또 한번의 결단이 내려졌다.
'카트라이더'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카트 강화시스템을 전격 폐지하겠다고 밝힌 것. 이 시스템은 회사의 매출창출에 큰 기여를 해왔지만, 반대로 과금·비과금 유저간 밸런스가 붕괴됐다는 이유로 폐지 요구도 지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트라이더' 라이브팀의 김진수 팀장은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필편지를 통해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 카트 강화 아이템 판매금지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며 "현재 수준에서 적당히 조절할 수도 있었지만, 이러한 책임과 부담을 나의 후임이나 인내하고 기다려주는 이용자들에게 전가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카트라이더'는 밸런싱에 주력한 카트들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또한 오는 20일에는 새로운 시스템을 이용자들에게 먼저 검증받을 수 있는 테스트 채널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시대 따라 부분유료화 모델도 변화…변화 순응
넥슨 게임의 이 같은 깜짝 정책발표는 올 들어서만 세번째다. 이쯤되면 단일 타이틀이 아닌, 회사 전체가 유료화 정책과 관련한 새로운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는 단계라는 해석이 가능해 진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한국기업들은 부분유료화를 기반으로 놀라운 성장세를 이뤄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국내외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LOL)'가 대표적인 예다.
'LOL'의 경우 능력치 아이템을 판매하지 않고 있는 데다가, 영웅 또한 게임플레이를 통한 게임머니로 구입할 수 있다. 조금 더 빨리 사고 싶다면, 현금결제나 PC방을 가면 모든 영웅을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다. 이용자들에게 시간을 판매하는 새로운 부분유료화 2.0 시대가 열린 셈이다.
'블레이드앤소울'을 개발한 엔씨소프트의 배재현 부사장 또한 지난 4월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국내 게임사들의 강점이었던 부분유료화 시스템은 이미 해외기업들에 뒤쳐진 상태"라며 "이제 우리가 보고 배울 정도로 해외기업들이 부분유료화 모델을 더 잘 만들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워페이스',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변화를 선언한 넥슨게임들이 이번 정책수정으로 일정 이상의 성과를 거둘 경우,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라이브게임은 물론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합작품 '마비노기2:아레나' 등에도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유료화 정책과 관련한 넥슨의 움직임은 단일기업 뿐 아니라 업계 차원에서도 고무적인 변화로 보고 있다"며 "실제 최근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는 '시간을 통한 가치창조'가 부분유료화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LOL'의 영향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게임 내 모든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현금결제는 이를 보완해주는 성격으로 가자는 움직임들이 감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세나 기자 cream53@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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