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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조선통신사] 턱시도 입은 애주가이자 플레이보이이자 '퍼스트 라이트' 발매 전 다시보는 007 게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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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란 조선시대 조선에서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됐던 공식적인 외교사절을 뜻합니다. 외교 사절이지만 통신사를 통해 양국의 문화상 교류도 성대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게임조선>에서는 '게임을 통해 문화를 교류한다'라는 측면에서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선통신사'라는 기획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뜨거운 화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까지. <게임조선>이 매주 색다른 문화 콘텐츠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조선통신사] 턱시도 입은 애주가이자 플레이보이이자 '퍼스트 라이트' 발매 전 다시보는 007 게임의 역사

애주가에 플레이보이 그리고 본인의 이름을 구태여 두번 말하는 버릇이 있으며 턱시도가 정말 잘 어울리는 최고의 스파이 '제임스 본드'는 남자의 로망을 가득 담아낸 냉전기 판타지 '007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오랜 세월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물론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첩보원의 클리셰 대부분을 정립하며 창작물 역사상에서도 매우 중요한 캐릭터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특히 전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거대한 스케일의 이야기와 주색잡기를 포함한 무엇을 시켜도 능히 해낸다는 설정이 맞물리면서 제임스 본드는 엄연히 소설을 원전으로 두고 있으며 영화로 이름을 날린 캐릭터지만, 어떤 장르에 던져놔도 활약을 기대할 수 있어 게임 플랫폼에 최적화된 만능의 캐릭터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죠. 
그렇다면 지금까지 007 제임스 본드를 소재로 한 게임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요? 이번 조선통신사의 주제는 원작 소설 기준 햇수로만 73년이 넘어가는 '007 시리즈의 게임 역사를 간단하게 들여다보기'입니다.
 

 
어렸을 적 한두번은 플레이해봤을 어드벤처북의 형식에 매우 가까운 최초의 007 게임
 
수없이 많은 게임팩이 사막 아래에 묻혔던 그 시기에 나왔던 게임이라는 것으로 게임성을 대강 요약할 수 있습니다
 
가장 처음으로 개발된 007 게임은 바로 8비트 가정용 컴퓨터 겸 게임기인 'ZX스펙트럼'을 통해 발매된 1982년작 '젓지 말고 흔들어서(Shaken but Not Stirred)'입니다. 스토리를 진행하다가 중간중간 선택지가 주어지고 그 결과에 따라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거나 게임오버로 빠지는 텍스트 어드벤처였지만 불친절하고 난해한 시스템에 당시를 기준으로 봐도 조잡한 그래픽에 정식 라이선스조차 받아내지 못한 작품이었고, 그나마 판권을 보유하고 있던 '파커 브라더스'에서 내놓은 '제임스 본드 007(James Bond 007)'는 지원 콘솔이 아타리였고 발매년도가 1983년이라는 점에서 이미 눈치채신 분이 있겠지만 영 좋지 못한 게임의 완성도로 인해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죠.
이후로도 1985년, 로저 무어가 제임스 본드 배역으로 활약한 동명의 영화와 같은 이름을 공유하는 게임 '뷰 투 어 킬'을 시작으로  '골드 핑거(Goldfinger, 1986)',  '리빙 데이라이트(Living Daylight, 1987)', '죽거나 살거나(Live And Let Die)', '살인 면허(License to Kill, 1989)' 등 원작 소설보다는 영화와 개봉 시기를 맞춘 작품들이 쏟아졌지만, 대부분은 슈팅 요소가 가미된 레이싱의 형태를 띤 추격전이나 퍼즐 및 수수께끼가 주가 되는 텍스트 어드벤처의 템플릿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팬들에게는 '007의 이름만 빌려다 쓴 똥겜들이 판을 친다'는 가혹한 평가를 받으면서 기대치가 점점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닌텐도로 발매된 제임스 본드 주니어는 아쉬운 결과물을 내놓았지만
 
 
(세가빠 아님)역시 큰 일은 세가와 메가 드라이브가....
 
유로컴에서 개발하고 THQ에서 퍼블리싱을 맡아 패미컴용 플랫포머 게임으로 선보인 '제임스 본드 주니어(James Bond Jr.)'는 원작 소설이나 영화에 의존하던 이전까지의 기조를 독이 든 성배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독자적 노선을 추구하는 과감한 선택을 보여줬지만, 정작 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시리즈의 팬들에게도 외면받고 단순히 게임성을 보고 찾아온 이들에게도 최악의 조작감으로 외면받았습니다.
그나마 1992년작인 세가 제네시스(메가 드라이브) 전용 소프트인 '제임스 본드 007: 더 듀얼(James Bond 007: The Duel)'은 당시를 기준으로 가장 마지막으로 개봉한 영화인 시리즈 16편 '살인 면허'까지 제임스 본드 배역을 맡았던 '티모시 달튼'의 초상권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여 그럴싸한 비주얼과 게임플레이를 구현해냈고, '비밀 기지 침투'나 '인질 구출' 그리고 '사보타주'처럼 첩보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들을 제법 괜찮은 퀄리티의 시그니쳐 미션 구조로 설계해내는데 성공하며 그래도 제대로 된 모양새를 갖춘 첫 007 게임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997년에는 007 프랜차이즈를 넘어서 비디오 게임 역사에서 FPS 장르를 논할 때 절대로 빠지지 않는 중요한 그 작품 '골든아이 007(GoldenEye 007)'이 등장하게 됩니다.
 
007이 아니더라도 비디오 게임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그 작품
 
현실성과 동떨어진 과장된 묘사가 포함되지만 급소 부위 공격이라는 전에 없던 개념을 정착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죠
 
5대 제임스 본드 '피어스 브로스넌'이 활약한 동명의 영화 '골든 아이'를 원작으로 하는 해당 게임은 동키콩 컨트리, 반조-카주이로 유명한 '레어'에서 '닌텐도 64' 콘솔용 타이틀로 개발됐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FPS는 주로 PC게임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매우 강했지만 ‘골든아이 007’은 그러한 선입견을 깨는 게임적인 혁신을 보여줬습니다. 마우스와 키보드가 없는 콘솔 패드 환경에서도 화면 중앙을 기준으로 보정이 들어가는 자동 조준과 R버튼 조작을 통해 정밀 조준이 조화롭게 활용될 수 있는 레벨 디자인은 물론 총을 맞힌 부위에 따라 피해량과 대상의 리액션이 달라지는 시스템을 정교하게 구현하여 동시기에 나왔던 '팀 포트리스'와 함께 '헤드샷'이라는 개념을 FPS에 처음 도입하는 등 골든아이 007의 등장은 슈팅 게임 장르가 대중화되는 일련의 흐름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을 차지하고 있죠.
뿐만 아니라 특정 시기에 특정 구간을 지나는 동선을 밟으면 정해진 적이 무조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소음기가 달린 무기로 은밀하게 적을 처리하면 증원군이 나오지 않고 카메라를 끊으면 추적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잠입 요소(Stealth)의 본격적인 도입', 난이도에 따라 적의 스펙만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미션의 내용 자체가 바뀌는 '가변형 목적 시스템(Variable Objective System)'으로 장르의 패러다임을 바꿨으며 이러한 미션의 내용들은 도시, 밀림, 유적, 설원, 비밀 기지를 넘나들고 실제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 첩보 활동을 벌이는 것만 같은 내용으로 꽉꽉 채워져 있어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습니다.
그 밖에도 화면을 4개로 나누는 4인 분할 화면 멀티 플레이를 제공하여 영미권 게이머들에게는 파티 게임으로도 많은 각광을 받았습니다. 동양권에서는 기껏해야 게임 카트리지가 제대로 기기에 꽂히지 않아 발생하는 접촉오류 현상인 '겟단' 정도만이 밈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제는 게임에 대한 본격적인 고찰이 널리 알려지면서 '골든아이 007'은 게임성은 물론 007 프랜차이즈의 정체성도 확실하게 잡아낸 불세출의 명작으로 꼽히고 있죠.
 
 
분명 나쁘지 않음 작품이었지만, 컷신에 게임 화면이 아닌 영화의 장면을 그대로 넣는 게 조금 깨는 구성이긴 했습니다
 
초대 제임스 코너인 '숀 코너리'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가치가 보장된 타이틀입니다
 
'골든아이 007'의 역대급 성공은 이후 출시된 007 프랜차이즈의 비디오 게임들이 대부분 전작의 모습을 답습하는 그림자 또한 낳았습니다. 똑같이 피어스 브로스넌이 주연으로 만들어진 영화 '007 네버 다이(Tomorrow Never Dies)'와 '007 언리미티드(The World Is Not Enough)'는 일렉트로닉 아츠(EA)를 통해 나왔지만 게임성 측면에서의 만듦새가 전작에 비견할만한 수준은 아니었고 007 프랜차이즈 작품으로서는 플레이어가 제임스 본드처럼 멋진 상황판단과 임기응변으로 위기에 대처하는 첩보원의 느낌을 내기보다는 정해진 액션을 따라가며 영화의 장면을 재현하는 시뮬레이터에 가까웠죠.
이러한 기조는 오리지널 스토리로 전개된 '에이전트 언더 파이어(007: Agent Under Fire)', '나이트파이어(James Bond 007: Nightfire)'까지 이어지다가 '에브리씽 오어 낫씽(James Bond 007: Everything or Nothing)'에서 어느 정도 극복됩니다.
게임적 깊이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에이전트 제임스 본드로서 게임 내에서 주어진 기능적 요소가 매우 풍부하여 다양한 가젯과 탈 것을 통해 슈팅, 격투, 퍼즐, 레이싱을 모두 수준급 퀄리티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에브리씽 오어 낫씽'은 제법 좋은 평가를 받았고, 후속작인 '007 위기일발(James Bond 007: From Russia with Love)'은 오히려 초대 제임스 본드였던 '숀 코너리'을 제임스 본드로 캐스팅하고 그 시기를 다루는 작품으로 등장하여 1960년대 냉전기를 무대로 하는 빈티지 스타일의 세계관을 멋들여지게 재해석 및 구현하여 훌륭한 팬서비스를 보여줬죠.
 
 
블러드스톤의 개발사 비자르는 레이싱 게임으로 유명해서 카 체이스 파트의 박력은 끝내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콜 오브 듀티 클론' 혹은 '모던 워페어 엔진'처럼 007 레전드의 주된 비판 키워드는 다들 비슷한 형태였죠
 
이후 판권이 액티비전으로 넘어간 이래로 007 프랜차이즈의 비디오 게임은 암흑기를 맞이했습니다. 앞서 소개한 '골든아이 007'의 리메이크 외에도 2008년작 '퀀텀 오브 솔러스(007: Quantum of Solace)', 2010년작 '블러드 스톤(James Bond 007: Blood Stone)', 2012년작 '007 레전드(007 Legends)'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나마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블러드 스톤을 제외하면 처참한 평가를 받았죠.
특히 '007 레전드'는 영화 시리즈의 50주년 기념작으로 역대 제임스 본드의 활약을 모두 하나 이상의 캠페인 미션으로 담아낸다는 방대한 스케일의 기획을 꺼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 보이는 적을 피하거나 무력화하는 전략적인 깊이가 없이 모두 총으로 쏴서 쓰러트린다는 단순한 구조 덕분에 평단에서는 '콜 오브 듀티와 다를 것이 뭐가 있냐'는 혹평만을 받았고 007 프랜차이즈 게임이 최근에 이르기까지 공백기를 가진 원인으로 꼽히게 됐습니다.
 
 
오른쪽 뺨 76mm 흉터라는 원작 소설 외에는 거의 무시되던 외모 설정을 제대로 묘사하여 팬덤을 굉장히 놀라게 했습니다
 
 
이제는 법보다 가까운 총 한자루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원 맨 아미가 아니라는 소리죠
 
그렇지만 이제 007 프랜차이즈의 비디오 게임은 오랜 공백 끝에 전환점을 맞이하는 기로에 섰습니다. 2026년 5월 27일 발매 예정작인 '007 퍼스트 라이트(007 First Light)'가 그 주인공인데요. 
그 어떤 작품에서도 자세히 묘사된 적 없는 무모한 햇병아리 신참 요원 '제임스 본드'를 다루는 프리퀄에 시대적인 배경은 현대라는 흥미로운 구성, 무수히 많은 영화와 게임 중에서도 가장 원전 소설에 가깝게 구현된 제임스 본드의 모습, 플레이어 성향에 따라 격투전과 화기전 그리고 정보전을 선택할 수 있고 속임수와 심리 트릭까지 구현되는 다양한 플레이 방식을 제공할 것이라는 제작사 'IO 인터렉티브'의 리드 카피는 액티비전이 만든 후반기 007 게임들이 제임스 본드에게 총 몇 자루 쥐어주면 와장창 엔딩으로 끝장을 내버리는 단순한 해석으로 비판받은 것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심지어 IO 인터렉티브는 이미 최고의 암살 샌드박스 게임으로 꼽히는 '히트맨 시리즈'를 통해 게임성 측면에서 신뢰성을 확보한 상태지만 '007 퍼스트 라이트'가 기존 히트맨 시리즈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방향으로 나아갈 것라고 호언장담했는데요. 실제로 히트맨의 주인공인 냉혹하고 기계적인 암살자 '에이전트 47'과 달리 코드 넘버 더블-오-세븐 '제임스 본드'는 인간적인 매력과 허세 그리고 즉흥성을 통해 완성되는 캐릭터이므로 이러한 요소들을 얼마나 맛있게 살려낼 수 있을지가 게임의 평가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신호현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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