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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남았지만 성적은 준수. 양쪽 모두 만족시킬 컬래버 기대해

신호현 기자

기사등록 2022-12-08 18:23:59 (수정 2022-12-08 17: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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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지 효과'에 대해 알고 있는가? 각기 다른 2가지 이상의 요소가 서로의 단점은 덮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어, 단순히 둘을 합한 것 이상의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용어다.

게임 업계에서는 캐릭터와 장비 그리고 기술과 같은 게임 내적 요소들이 상승 작용을 일으킬 때 쓰지만 게임 외적으로도 충분히 시너지를 일으키는 사례는 많다. 멀리 갈 것 없이 인게임 캐릭터 소재의 피규어 등 서브컬쳐 제품, 캐릭터의 특징을 반영한 식품 그리고 옷과 신발 등 스포츠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컬래버레이션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시너지 효과가 항상 좋은 방향으로 나지는 않는다. 1+1이 2라는 법칙을 깨는 만큼 그 결괏값이 '2'를 넘어서는 효력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본래 기대값인 '2'를 한참 밑도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 에픽세븐과 에스파의 잘못된 만남이 그렇다.


에픽세븐과 에스파는 성공한 IP다. 이미 각자의 영역에서 확고한 입지와 탄탄한 팬덤을 구축했고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상승효과를 딱히 노리지 않더라도 아쉬울 게 없는 입장이었다.

어떤 계기로 컬래버레이션이 성사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컬래버 자체를 문제로 삼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덮어놓고 연에인 컬래버라는 이유로 싫어하는 유저도 있겠지만 에픽세븐과 에스파를 둘 다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테고 그 사람들에게 둘의 만남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 결과는 에픽세븐과 에스파 팬덤 양쪽을 화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곱 번째 세계에서 환영받지 못할 미래를 복선으로 깔아둔 것일까?

양 팬덤에 불안감을 심어준 것은 티저 영상부터였다. 서브컬쳐를 사랑하는 유저들을 꾸준히 만족시켜온 '플레이 디 애니메(Play the Anime)'라는 에픽세븐의 부제가 어디로 갔는지 어설픈 퀄리티로 제작한 실사 광고를 티저로 배포했는데 이 때문에 게임을 본진으로 하는 팬덤에서는 '혹시 연예인 더빙이냐', '인게임 컷씬도 저 형태로 나오냐'는 우려가 터져 나왔고, 아이돌을 본진으로 하는 팬덤에서는 '왜 멀쩡한 에스파에 서브컬쳐를 묻히냐'며 호의적이라고는 볼 수 없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실제로 나온 결과물은 이러한 불안감에 방점을 찍었다. 전문 성우를 기용했음에도 국어책 읽기에 가까운 더빙 프로듀싱, 그리고 난데없이 스토리에 난입하여 세계관 내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기계도시국가 폴리티아를 단숨에 제압하는 말도 안 되는 파워 밸런스는 시작부터 미운털이 박히기에 충분했다.


갑자기 튀어나온 콜라보 캐릭터가 에픽세븐 세계관에서 톱을 달리는 폴리티아의 보안망을 손쉽게 뚫으면서 티배깅하고 있다

차라리 성능이라도 안 좋았다면 '안 뽑으면 그만이다'라는 마인드로 스쳐 지나갈 수 있었겠지만 에픽세븐은 수집형 캐릭터 RPG고 이런 부류의 서브컬쳐 게임은 경쟁 요소인 '아레나'가 있는 이상 현재 자신의 위치를 사수하기 위해 억지로 뽑고 육성해서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 '누군가 칼을 들이밀며 협박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강제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닌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콜라보 캐릭터의 첫 타자로 공개한 'ae-윈터'와 'ae-닝닝'의 성능은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는 수준이라서 또 문제다. 조건부가 있고 불안정성이 혼재한 상태지만 고점이 굉장히 높다는 특성 때문에 조금만 밸런스 패치가 어긋나면 인권 캐릭터 수준으로 성능이 올라갈 가능성이 충분하고, 기간 한정 컬래버 캐릭터의 특성상 입수하지 못하면 아쉬운 상황이 반드시 생기게 된다.


ae-윈터 3번 스킬 '블랙 아웃', 치명타 조건부만 만족하면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실레나에서 악명을 떨치는 리무르를 능가하는 고점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컬래버 자체가 비판받으니 당연히 에스파 팬덤은 자신이 지지하는 걸그룹이 도매금으로 비판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당초 우려한 바와 다르게 에스파 캐릭터는 게임의 기조에 맞게 애니메이션 형태로 데포르메 되어 나왔지만 컷신의 퀄리티는 미묘했고, 많이 나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초보자에게 친화적이지 않은 게임의 구조는 오직 에스파만 바라보고 유입된 신규 '성약의 계승자'들을 모조리 걷어내는 사다리가 됐다.

유튜브나 기타 커뮤니티에서 이 콜라보를 현재 환영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 사람은 대다수가 에픽세븐은 전혀 모르고 에스파를 라이트하게 지지하는 팬들뿐이다. 화가 잔뜩 난 에픽세븐 팬덤은 짭천젤콘(짝퉁 낡은창고 천사 안젤리카 아이콘)을 통해 '낟밷', '마이 턶', '너, 블랙 맘바?'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조롱거리 삼고 있고, 에스파 팬덤은 에스파 팬덤대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을 분탕 취급하며 대립을 이어나가고 있다.


서브컬쳐 커뮤니티에서 돌고 있는 짭천젤콘, 묘하게 열받는 저퀄리티 때문에 변종도 많이 돌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연에인과 컬래버를 한다고 해서 덮어놓고 비난하는 것은 게임의 팬이든 연에인의 팬이든 지양해야할 부분이 맞다. 하지만 이번 에스파 컬래버는 경우가 다르다. 지금까지 에픽세븐은 다양한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과 컬래버를 성사시켰고 이로 인해 에픽세븐에 등장한 캐릭터들은 종종 실성능이 오버파워 수준으로 강해서 욕을 먹은 적은 있어도 선을 지키면서 기존 캐릭터들과 융화하는 행적, 양측 팬덤을 만족시키는 준수한 퀄리티로 인해 컬래버 자체가 욕을 먹은 경우는 없었다. 계속 잘하다가 한 번을 제대로 엇나가니 물어뜯기 좋은 모양새가 된 셈이다.

이미 성사된 컬래버를 되돌릴 방법은 없다. 당초 예정대로 모든 에스파 컬래버 캐릭터는 출시될 것이고 각 캐릭터의 작중 행적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사례를 통해 해당 컬래버가 왜 비판을 받았고 사람들이 등을 돌렸는지 정도는 확실하게 인지해야 다음 컬래버 기획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한편, 에픽세븐은 지난 11월 29일 국내 구글 플레이 인기 순위 1위, 대만에서는 1위에 오르는 등 때아닌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논란과는 별개로 차별화된 운영 추진력과 퀄리티가 어우러지면서 출시 4주년을 맞이한 게임으로서 이례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이다.

[신호현 기자 gamedesk@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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