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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인디노트] 공허 속에서 펼쳐지는 두 사람의 스페이스 오페라, '스틸 데어(Still There)'

오승민 기자

기사등록 2021-05-26 17:26:20 (수정 2021-05-26 17:2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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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배경으로 한 고스트샤크의 퍼즐 게임 '스틸 데어(Still There)'가 스토브에 정식 한글 번역과 함께 출시됐다.

스틸 데어는 광활한 우주 속에서 시공간의 뒤틀림 속에 빠진 두 사람이 무전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으며 삶을 되돌아보는 한 편의 드라마다. 불안정한 우주선 속에서 펼쳐지는 각종 위기 상황을 마우스로 이곳저곳 클릭해 퍼즐을 풀어 해결하며 결말에 이르게 된다.

게임 속 주인공 칼은 1인 관리체계로 운영되는 우주 등대 벤토 속에서 가족과 단절된 채 별 방사선 관측을 하는 오퍼레이터다. 공허한 우주 속에서 말 상대는 이따금 오는 무전을 제외하면 벤토의 인공지능 부관 고키뿐이다.


인공지능 고키만이 벤토 안에서 유일한 말동무 = 게임조선 촬영

근미래를 배경으로 삼는 스틸 데어는 우주선 속이라는 설정에 맞춰 미래임에도 현실에서 과거에나 볼 법한 골동품들이 즐비하다. 그러면서도 모뎀이나 아마추어 무전 통신기 따위로 우주 공간에서 다른 우주선과 통신을 한다던가 인공 지능 오퍼레이터가 감정을 느끼는 등 현대 과학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기술력까지 있다.

여기에 그로테스크한 캐릭터 일러스트와 이따금 꿈속이나 정신을 잃었을 때 보이는 초현실적인 공간과 미지의 존재들까지 초현실적인 점이 합쳐져 게임 내내 미래 우주 공간에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해준다.


게임 중간마다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을씬한 분위기는 게임에 더 집중하게 만들어준다 = 게임조선 촬영

스틸 데어는 혼자서 모든 상황에 대응하는 주인공처럼 플레이어도 게임 내내 세세한 조작을 직접 터득해야 한다. 마치 플레이어도 우주에 던져진 것 마냥 처음 게임을 시작하고 난 뒤 간단한 조작법을 제외하면 어떤 해결책도 주어지지 않는다. 고키가 약간의 조언은 주지만 풀이과정은 아니며 플레이어가 매뉴얼을 참고해 물체와 일일이 상호작용해가며 풀어야 한다.

매일매일 중앙 컴퓨터를 통해 주어지는 일과를 수행한 뒤 식사를 한다거나 주사를 놓는 등 개인적인 스케줄까지 완료한 뒤 잠자리에 들면 하루가 끝난다. 이런 단조로운 일상 속에 정체불명의 방송 메시지를 수신하게 되고 조난당했다고 소개하는 엘을 만나게 된다.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 되는 엘 조우 장면 = 게임조선 촬영

칼은 정의감에 불타는 성격인지 오랜만에 주고받는 사람과의 대화 탓인지는 몰라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엘을 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근처에 지나가는 군함과 교신해 법을 근거로 협박하며 좌표를 보내는데 구조되고 극적으로 만나게 되면 좋겠지만 스틸 데어는 결코 순탄한 해피엔딩이 아니다. 

발신원을 해적떼로 여긴 군함은 벤토에 미사일을 발사한다. 이를 피하려고 벤토의 좌표를 숨기고 전원을 과부하 시켜 탐지가 안되게 하려는 등 모험 아닌 모험을 한다. 여기에 언제 고장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의 우주선이 일으키는 각종 비상사태까지 더해지며 엘을 만난 이후로 평범한 일상이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엘을 만난 뒤로 어딘가 이상하게 꼬여가는 일상 = 게임조선 촬영

이런 일련의 과정을 화면에서 보이는 패널을 클릭해 조작해서 퍼즐을 풀어가야 한다. 단순히 물건을 다른 데서 찾아가져다 놓는 퍼즐부터 시작해 일정한 패턴에 맞게끔 스위치를 눌러줘야 하는 퍼즐, 특정 음과 박자를 정확하게 연주해야 하는 퍼즐 등 직관적이나 정답을 찾기는 꽤 어려운 퍼즐이 준비되어 있다.

문제는 앞서 말했듯이 힌트가 없다는 점이다. 칼과 고키의 대사로 알 수 있는 것은 힌트라기보다는 룰을 설명하는 것에 가까우며 매뉴얼 또한 마찬가지다. 풀이 과정은 일체 도와주지 않는다. 우주 속에서 혼자 있는 것을 반영이라도 하는 듯 외로이 모든 것을 풀어 나가야 한다.


힌트라면 힌트지만 게임 룰 설명 정도 수준이라 해결책은 손수 찾아야 한다 = 게임조선 촬영

그나마 다행인 점은 매번 퍼즐을 풀 때마다 좀 더 쉬운 난이도의 퍼즐로 바꿔 진행할 수 있는 점이다. 조작해야 하는 버튼이 몇 개 사라져 경우의 수가 줄어드는 식으로 난이도가 조절되며 대신 도전 과제를 달성할 수 없는 페널티가 주어진다. 아쉬운 점으론 퍼즐에 대한 직접적인 힌트가 없다는 점이 어떻게 보면 매우 불친절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시작부터 우주 공간에 내동댕이쳐진 것 마냥 퍼즐에서 막힌 뒤 좌절하고 흥미를 잃기 쉽다.

그래도 이 게임은 퍼즐 풀이에 제한 시간을 두지 않는다. 평화로웠던 배경음악이 긴장남 넘치는 박자로 바뀌고 위험을 알리는 기계음이 계속해서 울려도 어떤 방식으로든 퍼즐을 풀어내면 시간과 상관없이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진행되기 때문에 퍼즐을 하나둘씩 풀어 갈수록 이야기 속에 녹아들게 된다.


기체 안에 산소가 사라진 긴급상황이어도 제한시간이 주어지진 않는다 = 게임조선 촬영

스틸 데어의 특징 중 하나는 등장인물의 대사가 약간 매콤하다는 점이다. 말하는 문장만 놓고 보면 일단 전체 이용가에선 나오지 못하는 단어가 툭툭 튀어나온다. 은밀히 숨기는 것도 아니며 대놓고 어른의 세계를 걸쭉한 비속어까지 섞어가며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다.

이는 직접적으로 자신의 심정을 표현하진 않지만 외로운 우주 공간 속에서 점차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예민해진 등장인물들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점차 자신을 조여오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엘, 죽음을 넘어 시간 변칙성에 갇힌 칼 등 다소 거칠지만 직설적인 단어 속에서 그들의 절박함이 담겨있다.


등장인물의 대사에선 비속어와 함께 절실한 긴박함이 느껴진다 = 게임조선 촬영

극한의 상황 속 입은 거칠지만 진심으로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스틸 데어는 2019년 스팀에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나 스토리가 중심임에도 그간 언어의 한계로 깊이 이해할 수 없어서 아쉬웠었다.

이를 스토브 인디에서 정식으로 한국어로 번역해 출시했다. 우주 공간 속 두 사람의 결말은 어떻게 맺어지는지 기묘하면서 감정적인 스페이스 오페라를 스토브 인디를 통해 좀 더 깊이 이해해 볼 수 있으면 한다.


게임 이름 처럼 아직 그 곳에 남아있을 희망을 찾아 가는 과정을 담은 스틸 데어 = 게임조선 촬영

[오승민 기자 sans@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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