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다투고 감동하고 승자는 승리감에 도취하면서 감정을 표출하는 게 놀이입니다. 놀이에서 인간의 관계가 형성되고 상대를 이해하는 감정을 배웁니다. 보드게임은 이런 놀이문화의 시초에 가깝습니다"
최근 스마트폰 대중화로 인간관계의 단절을 안타까워하면서 특별한 힐링을 강조하는 이가 있다. 보드게임이야 말로 우리 아이들에게 따뜻한 감성을 살려줄 수 있다는 것.
한국보드게임산업협회 오준원 회장은 15개에 달하는 보드게임을 직접 디자인한 개발자이자 게임아카데미의 교수, 보드게임 지도자자격증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드게임의 힐링 효과를 강조하면서 보드게임 에반젤리스트(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오 회장은 예전에는 놀 거리가 없어서 땅에 금을 긋고 지우개 따먹기를 하면 창의적인 무언가를 만들었지만 최근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현상이 안타깝다고 했다.
◆ 느림의 미학, 바른 놀이에서 교육적 가치 찾아
"교육이란 무엇인가요? 지식, 이해심, 이타심 모든 것이 버무려진 게 교육인데 우리나라는 '지식'에 편중 돼 있습니다. 사육장에서 소, 돼지에게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사료를 넣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지식을 퍼 넣고 있는 것 아닐까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바른 놀이는 공부만큼 큰 도움이 된다는 오 회장.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루덴스'처럼 놀이는 각종 철학, 과학, 역사, 체육의 원류가 될 수 있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물론 보드게임이 성적 자체를 올려주진 않는다. 하지만 수학, 언어에 대한 학생의 관심도와 적응도를 크게 올려준다. 지식을 올려주진 않지만 표현력, 배려심, 이해력, 문제해결 능력 등을 높혀 그 아이의 시야를 넓혀준다. 결과적으로 그 아이의 인생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오 회장은 처음 만난 사람과도 보드게임 30분만 하면 오래 만났던 사람처럼 금세 친해진다고 설명했다. 보드게임은 나와 상대의 감정적 교류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
심리 치료의 첫 단계에서 보드게임을 활용하는 것도 보드게임을 하는 30여분 동안 자신의 마음을 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오 회장은 설명했다.
보드게임은 단시간에 승부를 보는 온라인, 모바일게임과 달리 '느리게' 상대와 호흡하면서 플레이어 서로가 마음을 열어간다는 설명이다.

◆ 보드게임 활성화, 지원 법안 마련 시급
최근 보드게임은 지도자 양성과정이 생길 정도로 긍정적 면이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은 전무한 상황이다. 2008년부터 지급돼 오던 정부지원금도 2011년 종료됐다. 현재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기능성게임의 일환으로 지급하는 보조금이 전부다.
오 회장은 정부의 보드게임에 대한 인식 부족이 안타깝다고 했다. 1500억 규모의 작은 시장이지만 돈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보드게임의 힐링 효과를 인지하고 정부가 진흥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 현재 완구류로 분류돼 있는 보드게임을 게임법의 적용을 받는 범주로 이동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했다.
현재 보드게임산업협회는 보드게임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먼저 국내 기관이 주관하는 캐릭터페어, 지스타, 천안e스포츠페스티벌, 광주에이스페어, 굿게임쇼 등 각종 게임관련 박람회에 참여하며 보드게임을 알리고 있다.
학부모가 다수 참여하는 교육 박람회도 한국보드게임산업협회가 반드시 찾는 코스다. 유아교육박람회, 어린이박람회, ,영재교육박람회에 참여하고 있다.
또 지도자과정을 진행하면서 뿌리단계부터 보드게임을 알리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600명 이상의 지도자가 배출됐으며 여기에는 방과후 교실, 초중고교 교사, 청소년 센터, 심리 치료실, 학부모 등 다양한 계층이 포함됐다.
특히 오 회장은 게임아카데미에서 보드게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온라인, 모바일게임을 제작하는 게임아카데미에서 보드게임은 기획분야에서 가장 처음 배우게 되는 과목이다. 자신의 생각을 간단한 종이 등 사물을 이용해 표현할 수 있는 보드게임은 기획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
"보드게임은 게임 기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상상력과 시야를 넓히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모바일게임처럼 단순한 아이디어가 게임으로 나오는 요즘 보드게임 기획은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 내 머릿속 자동항법 장치를 꺼라
"자기 생활이 좀비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머릿속 자동항법장치를 끄고 직장에서 동료들과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을 찾아서 해보세요. 분명 삶이 달라질 것입니다"
오 회장은 현대인이 출근, 일, 퇴근, 씻고, 티비 시청, 취침 같은 반복적인 일을 하면서 뇌는 퇴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치 비행기에 있는 자동항법장치를 사용하는 것처럼 하루 생활이 무리 없이 되고 있지만 자신의 뇌는 퇴화되고 있다고. 이런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보드게임은 삶의 청량제가 된다는 것이다.
한편 오 회장은 최근 보드게임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아쉽다고 했다. 고스톱, 포커와 같은 웹보드게임을 다 같은 보드게임의 범주로 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오 회장은 "보드게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게임법에 보드게임을 넣는 등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산업 규모가 작아도 문화적 가치가 높은 보드게임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야 한다"고 정부의 적극적인 보드게임진흥책을 요청했다.
[이승진 기자 Louis@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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