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나라', '리니지', '열혈강호', '라그나로크', '거울전쟁', '아키에이지'….
국내 게임역사에 굵직한 획을 그어 온 이들 게임들은 만화, 소설 등의 콘텐츠를 게임의 원작으로 활용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는 오래도록 사랑받는 게임이 되기 위해선 게임성 외에도 게임의 뼈대가 되는 스토리라인 구축에도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방증해주는 단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러한 게임과 이종 콘텐츠의 결합은 '흥행'의 부가적인 요소는 될 수 있지만, 필수요소는 아니라는 점에서 쉽게 도전을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임에 틀림없다. 특히 추가적인 개발비까지 투입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이 책정되는 모바일게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성공에 대한 확신이 뒤따라야 가능한 일인 것.

이런 까닭에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온라인게임사 스마일게이트의 거침 없는 '도전'에 더욱 눈길이 모인다. 스마일게이트는 FPS게임 '크로스파이어'를 장수 인기 온라인게임 반열에 올렸던 노하우를 살려 모바일게임 영역에서도 장수 콘텐츠를 완성시켜 나간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게임 프로젝트의 고유한 스토리 구축을 위해 국내 정상급 작가를 영입, 개발초기 단계부터 손발을 맞춰 나갔다.
'응답하라 1997', '7번방의 선물' 등 유명 드라마와 영화, 게임 등의 스토리를 짜거나 소설화 작업을 진행하는 콘텐츠 창작그룹 '박이정'이 바로 스마일게이트의 첫번째 모바일게임 '패왕기'를 위한 파트너다.
◆ '패왕기'만을 위한 특별 시나리오…드라마·무협소설 노하우 쏟아
박이정은 10여명의 작가들로 구성돼 있는 콘텐츠창작팀으로, 일반소설 집필은 물론이고 영화 및 드라마의 소설화, 게임 시나리오 작업 등을 전문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룹 박이정이 아닌 작가 개개인의 면면도 화려하다.
박이정의 대표직을 맡고 있는 목정균 작가는 무협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비뢰도'를 집필했으며, A사의 무협 온라인게임 소설화 작업을 진행중에 있다.
이번 스마일게이트의 '패왕기' 작업에 주효한 역할을 한 방지연 작가는 출시를 앞두고 있는 유명 게임사의 판타지 온라인게임의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했다. 또 10여년 전 론칭된 온라인게임 '바스티안'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소설을 출판하기도 했다.

"모바일게임의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하기는 처음이에요. 무협의 방대한 콘텐츠를 모바일 속에 담아내는 게 가장 어려웠죠. 처음 계획했던 내용보다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스마일게이트한테 추가비용을 받아야할 정도라니까요.(웃음)"
이들이 스토리 작업에 참여한 스마일게이트의 '패왕기'는 무협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대전 시뮬레이션 RPG로, 무림지존을 가리기 위한 3D캐릭터들의 화려한 전투액션을 특징으로 하는 작품이다.
여기에 단순한 게임의 영역을 넘어 마치 한 편의 무협소설을 읽는 듯한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 박이정의 작가들이 투입된 것.
"참 재미있는 작업이었다"고 운을 뗀 방지연 작가는 "작업을 하는 동안에 많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예상치의 3배 이상을 웃도는 분량의 콘텐츠가 나왔다"며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의 한계 때문에 모두 다 담지 못해 작업을 하면서 내심 '온라인게임으로 개발됐으면'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옆에서 둗고 있던 목정균 작가 역시 "똑같은 배경을 갖고 있는 게임이라 하더라도 온라인과 모바일은 뚜렷한 차이를 나타내더라"며 "특히 모바일게임의 경우 콘텐츠를 담을 수 있는 용량에 한계가 있어 아쉬웠다"고 말을 보탰다.
◆ '시작부터 다른' 탄탄한 스토리 기대
이들에 따르면 '패왕기'의 이야기는 죽을 고비를 넘긴 주인공이(게임 이용자) 관에서 깨어나는 데서 시작한다.
그런데 주인공은 마치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기억과 정신은 물론이고 신체까지 '초기화' 돼 버렸다. 무공을 비롯해 그 어떤 것들이든 흡수할 수 있는 순수한 상태로 눈을 떴다는 것.
이후 가면을 쓴 정체 모를 사람이 주인공을 쫓아다니며 죽이려고 하는데, 주인공은 4대문파를 규합한 무림맹에 투신, 게임플레이를 통해 자신과 관련한 비밀을 하나둘씩 풀어 나가게 된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이와 관련 방 작가는 "'패왕기'의 주인공은 대사가 한 마디도 없는 특이한 설정을 갖고 있다"며 "오로지 지문과 혼잣말, 혹은 주변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주인공의 감정선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재미있지만 쉽지만은 않았던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주변인물들의 '너 OOO을 궁금해 하는 표정인데?' 등 대사를 통해 스토리를 이끌어 나갔다"면서 "또 게임 특성상 주인공 캐릭터의 성별이 나뉘어 지지 않았다는 점 역시 많은 고민을 해야했던 부분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주인공의 성별이 결정돼 있진 않지만 대전 액션과 함께 무협의 백미로 꼽히는 러브스토리를 빼놓을 순 없다.
성별 선택이 없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감정전달은 어렵지만 주인공을 흠모하는 듯한 분위기를 주는 캐릭터를 비롯해 서브캐릭터 간의 사랑이야기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담다 보니 각 캐릭터별 성격과 고유의 스토리 설정들이 필요했고, 자연스레 작업에도 오랜 시간이 들었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작업된 분량만 해도 약 500여명에 달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고.
목 작가는 "소설은 대사와 지문이 중요하지만 영화, 드라마, 그 중에서도 게임 시나리오는 톡톡 튀는 대사가 중요하다"며 "특히 모바일게임은 담을 수 있는 콘텐츠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캐릭터별 성격을 더욱 선명하게 그려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저레벨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나 캐릭터들에 더욱 많은 신경을 썼다"며 "또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게임의 특성을 고려,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확장성 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고 첨언했다.
특히 '패왕기'는 중국에서 '크로스파이어'로 대박신화를 일군 스마일게이트의 작품인 만큼, 시나리오 작업에 있어 중국 정통무협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았다.
목 작가는 "무협이라는 소재로 작업을 한다는 것은 중국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며 "중국식 무협소설은 물론 중국 드라마 등을 보면서 축적해 온 노하우를 '패왕기'에 쏟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무협에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은 미남, 구파에 속해 있으면 선한 사람, 반대로 마교는 악의 세력으로 그려지는 장르적 특징을 갖고 있다"며 "이러 오랜 세월동안 축적돼 온 무협의 특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신선한 맛을 내는 데에 중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 대전과 사랑…'무협'의 필수요소 곳곳 배치
스마일게이트의 개발력과 국내 정상급 필진들의 노하우가 한데 모인 대전 시뮬레이션 RPG '패왕기'는 5월 론칭을 목표로 현재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특히 '블레이드앤소울', '테라', '삼국지를 품다', '킹덤언더파이어2' 등 유명 MMORPG 개발에 참여했던 개발자 2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시 전부터 높은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수년간 거액의 자금은 투자한 MMORPG라면 성공을 장담 받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기술력 또한 점차 한계점에 다 달으면서 비슷비슷한 게임들이 나오고 있죠. 게임 콘텐츠 외 스토리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젠 콘텐츠, 이용자 피드백, 스토리 등 삼박자가 흥행게임의 필수요소죠."
한편 '패왕기'는 스마일게이트의 모바일 관계사인 팜플을 통해 서비스될 예정이며, 오는 5월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류세나 기자 cream53@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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