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2, 일단 해봐야 글로벌한 꿈도 가질 수 있어"
당초 이제동과 염보성, 전태양과 박수범 등 탄탄한 실력의 선수가 주축을 이루면서 이른바 '드림팀'으로 불리고, 심지어 우승권 진입까지 내다봤던 '제 8게임단'의 창단은 많은 e스포츠팬에게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그만큼 큰 법. 제8게임단은 1라운드 초반 KT롤스터와 공군에이스를 연달아 제압하면서 날아오르는 듯했지만 이후 6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이후 중요 경기에서도 자신들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채 제8게임단은 8승 13패를 기록하고 7위로 첫 번째 시즌을 마감했다.
선수들의 성적 역시 부진했다. 이제동(12승 6패)과 전태양(8승 7패)이 그나마 패전 소식보다 승전보를 알린 유일한 선수다. 이제동은 웅진의 김민철과 함께 저그 종족 다승 1위를 차지하면서 팀의 자존심은 지켰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제8게임단 선수들과 사령탑을 맡은 주훈 감독은 '대기업 팀 창단'이라는 부담감까지 떠안아야 했다. 결국 한 시즌이 끝날 동안 '반가운 소식' 없이 이들은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포스트시즌 우승팀을 결정지을 결승전이 남았지만, 첫 시즌을 마감한 제8게임단 주훈 감독의 소감이 궁금해 참을 수가 없었다. 프로리그 차기 시즌에선 스타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를 병행할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마음도 무겁겠지만 주훈 감독은 전혀 위축되지 않은 모습이다. 주 감독은 진지한 눈빛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선수들 모두 열심히 연습에 매진하고 있으니 다음 시즌에 더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각 팀의 감독은 그동안 스타2에 대한 발언을 최대한 아꼈다. 그러나 최근 블리자드와 한국e스포츠협회가 직접 협상에 나서면서 업계의 분위기가 급변했고, 자연스레 이런 부담감은 사라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 감독도 스타2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막바지 꽃샘추위가 절정을 이룬 지난 3일 기자는 제8게임단의 주훈 감독을 만나 프로리그 첫 시즌을 마친 소감과 스타2에 대한 전망 그리고 앞으로의 각오 등을 들어봤다.
▶ 시즌이 끝난 뒤 어떻게 지냈나?
"일주일 정도 푹 쉬었고 그 이후에 개인리그 예선전 등을 준비하며 연습하며 지냈다."
▶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번 시즌에 대해 총평을 한다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즌이었다. 시즌 들어가기 전 급하게 팀이 구성돼 준비기간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반 스타트는 괜찮아서 거기에 선수들이 안주했던 것 같다. 초반 6연패가 컸던 것 같다. 연패는 했어도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앞에 나선 선수가 잘해주면 뒤에서 마무리를 잘 해줬어야 했는데, 앞뒤가 잘 안 맞았다. 속된말로 '날빌'에 당하고 이런 것들이 한두 게임 되니 5전제라 만회하기가 힘들더라. 1라운드에 CJ와 STX에게 3대2 패배를 두 번 연속 당하고 나니 점점 마음이 급해졌고, 6연패가 되니 타격이 컸다. 나중에 가면서 나아진 것 같다. 초반에 못했던 선수들이 나중에 해준 것 같다."
▶ 처음 팀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자 '드림팀'이라 불렸다. 그러나 명성에 맞지 않게 부진했는데,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프로게이머들은 일주일만 연습을 안 해도 표가 난다. 모인 선수들 이름만 보면 드림팀이지만 연습 안한 기간이 2~3달 정도 됐다. 선수들이 아무리 네임밸류가 있어도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하면 실력 저하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심리적인 압박도 심했다. 모두 이름값이 있으니 거기에 걸 맞는 경기력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실력이 안 나오니 걱정들을 많이 했다. 시즌 전 연습게임에서 모두 패했다. 개막전에 SKT와 붙었을 때 첫 세트에서 (전)태양이가 이겼는데 결국 경기에서 패했고, KT에는 역전승을 거뒀다. 공군을 잡고 '올라왔나?' 싶었는데 유지하지 못했다. 한 시즌을 보내봤고 선수들도 스스로에 대해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고칠 것은 고치고 있으니 다음 시즌이 기대된다. 이번보단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 염보성이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보인 적도 있는데, 염보성이란 선수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시즌 끝난 뒤에 같이 목욕을 하며 이야기 나눈 적이 있다. 보성이가 전 팀에서 에이스 역할이었고, 경험이 많다보니 잘 풀리지 않을 때 극복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맡겼다. 하지만 의외로 선수 본인이 잘 알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던 부분이 많다고 이야기하더라. 그걸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얼마나 주겠냐는 질문에 많은 반성을 하더라. 이런저런 대화를 통해 그래도 가슴 속에 열정이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시즌2에서 불사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봤다. 시즌1 때와 다른 생활패턴을 보이고 있다. 점차 좋아지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다. 선수들 모두가 슬럼프를 한 번씩 겪었다. 시즌2에 들어가기 전 한 명씩 면담을 마칠 계획이다. 점점 좋아지는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더 좋은 팀워크와 경기력으로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주축 선수 6명(이제동, 박준오, 전태양, 염보성, 김재훈, 박수범)을 주로 기용했다. 이들에게 활약이 집중됐는데, 다음 시즌을 앞두고 선수를 보강할 계획은 없는지?
"보강은 힘든 점이 있다. 창단된다면 모를까 현재로써는 어려울 것 같다. 시즌2에서는 스타2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7전제로 가야하는데, 그에 따른 약간의 변화는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스타1만 한다면... 기존에 주로 출전하던 6명에 신예가 3명인데, 신예들이 6명을 따라잡기에 아직은 무리가 있다. 실력 차를 얼마나 빨리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빨리 성장해주면 고맙겠고 선수들도 그렇겠지만, 아직까진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 스타와 스타2 종목 병행에 대해 말이 많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어떤 걸로 해도 욕은 먹는다. 하나씩 해서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스타2 도입에 대해서 반대는 하지 않는다. 스타 같은 경우 '우리들만의 리그'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스타1을 완전히 없애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또 반대다. 유일하게 열리는 리그답게 정통성을 부여해 계속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 글로벌 흐름에 맞게 스타2는 필요하다. 병행이든 나눠서 하든 필요하다고 본다. 세계 각지에서 우리나라 팀에 들어오고 싶어 하고, 국내 팀들과 리그를 벤치마킹해 글로벌 리그가 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해외진출 가능성도 충분히 열어둬야겠고, 시장 자체가 충분히 커질 것이라 본다. 국내 e스포츠가 더욱 뻗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스타2 도입은 찬성한다."
▶ 스타2가 제8게임단이 좋은 성적을 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선수풀이 작다보니 큰 도움은 안 될 것 같다. 스타2 연습 시기도 늦었다. 다른 팀들은 시즌1 때부터 가능성을 두고 미리 연습을 했겠지만 우리는 그게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제일 늦게 시작했고, 적응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스타2를 하면 팀 창단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 보는가? 스타2를 하지 않아 창단에 실패했다는 루머도 있다.
스타1이라고 해서 창단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대화중인 기업은 몇 군데 있다. 아직 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병행되면 창단에 유리한 부분은 분명 있을 것이다. 종목이 뭐가 됐든 간에 연연하지 않고 팀을 창단 시켜 안정적으로 리그가 운영되고 참여하는 것이 목표다."

▶ 스타2는 해외대회가 많다. 선수들의 해외대회 참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실력이 된다면 나가야할 것이다. 그렇게 크게 문제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프로리그에서 스타2 도입의 가장 큰 메리트는 한국시장에서 아직까지 극히 일부분 마니아만 즐기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온게임넷을 통해 중계되지 않은 것도 하나의 측면인데, 자연스레 스타1 팬들도 스타2에 흥미를 갖게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해외대회는 양쪽 선수들이 자연스레 같이 경쟁할 수 있는 장이다. 해외대회에 대해서는 팀에서도 적극적으로 홍보를 같이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서 말했지만 글로벌한 대회에 나가는 것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인재들의 게임을 해외에 널리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한류열풍과 비슷하다. 일정이 맞물릴 수 있겠지만 서로 회의를 하고 일정 변경 등을 통해 같이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협회와 게임단이 상부상조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발전시켜야 한다. 일단 해봐야 글로벌한 꿈도 가질 수 있지 않겠나."
▶ 기존 스타2 선수들과 실력 차가 클 것 같은데?
"만약 병행이 된다면 선수들의 실력이 지금껏 스타2를 지켜봐온 마니아층에서 볼 땐 상당히 떨어져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1999년에 활동하던 선수들과 지금의 선수들은 실력 차가 크다. 하지만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다. 조금만 지나면 금방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GSL에서 활동 중인 선수들과 막 시작한 우리 선수들을 비교해보면 하늘과 땅 차이다. 하지만 경험의 차이는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이다. 이제동의 스타2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확실히 연습해보면 잘했던 선수들이 잘하는 것 같다. 감각이나 매크로 능력이 뛰어나다. 아직은 익숙지 않아 전략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있어 VOD 등을 분석하고 있다. 금방금방 치고 올라갈 것 같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돼서 힘들어했는데, 게임이 재밌으니 선수들이 점점 적응해 점수 올리기 쟁탈전도 하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로 마스터를 찍으려 하기도 한다. 단축키는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불편하진 않다. 하지만 전개속도가 빠른 스타2를 하다가 스타를 하면 랙 걸린 느낌이 나기도 한다. 지금은 스타2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스타1을 병행하면서 처음엔 어려웠지만 지금은 다들 적응한 상태다."

▶ 다른 팀들의 상황은 어떤가?
"각 팀 선수들의 스타2 실력을 아직 정확히 모른다. 한두 명 외에는 서로 아이디 공개도 하지 않는다. 한 가지, 마스터 상위가 각 팀의 선수들이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GSL에서 활동하는 선수들도 있겠지만 프로게임단 소속 선수들 대부분 마스터에 있다."
▶ 스타2 도입을 반대하는 스타 팬들이 많은데...
"기존 게임에 익숙해 있으니 '왜 굳이 스타2를 하느냐'고 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역으로 이제동을 좋아하는 해외 팬이 있는데, 이들이 이제동이 스타2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면 과연 어떤 서비스를 해줄 수 있을까? 어느 한쪽의 손만 들어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국내 팬들을 위해 스타만 하는 것도 좋은 판단일 수 있지만, 현재 스타는 해외에서 전혀 하지 않는 게임이다. 5년 뒤를 본다면, 유일하게 국내에서만 하는 게임이고 결국 우물 안 개구리가 될 것이다. 하다가 마는 e스포츠를 원하는 것인지, 스타2를 통해 글로벌한 대회를 치르며 세계의 유명 선수들과 대결하는 우리 선수들을 볼 것인지의 선택이라고 본다. 어떤 것이 최선이라 얘기할 순 없다. 나 역시도 스타2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스타가 더 친근하고 익숙하다. 막상 스타2를 하면서 느끼는 점은 '상당히 괜찮구나' 하는 것이다. 점점 괜찮아지고 있다. 거부감이 있을지언정, 진정으로 우리 선수들을 사랑하고 e스포츠에 애정이 있다면 종목을 병행하게 됐을 때 관심 갖고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아마 '생각보다 괜찮네'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한다. 기존의 팬들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성장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팬들의 비난은 언제나 있었다. 프로리그 방식을 5전제로 바꿀 때나 에이스결정전 폐지에도 말은 많았다. 하지만 7전제를 고수했다면 경기가 다소 처지는 느낌이 있었을 것 같다. 강팀이 약팀에 질 수도 있는 건데, 7전제는 선수풀이 다양한 팀이 유리하다. 그에 반해 5전제는 다이나믹하다. 물론 신인기용 등의 문제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재밌었다고 판단한다."
▶ 곧 KT롤스터와 SK텔레콤T1의 결승전이 열린다. 어떻게 예상하는가?
"두 팀 모두 일장일단이 있는 팀이다. KT는 많은 게임을 먼저 치르고 올라왔기 때문에 패를 까놓고 시작한다는 점에서 불리한 면이 있다. SKT 입장에선 전력 노출은 안됐지만 실전 감각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두 팀이 3연속으로 결승에서 맞붙어 서로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그날 어떤 선수가 '미치느냐'에 따라 많이 바뀔 것 같다.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SKT가 1, 7세트 맵을 선정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유리해 보인다. 다만 이영호를 에이스 대 에이스로 부딪힐 것인지, 버리고 갈 것인지는 박용운 감독의 몫이다. 제3자 입장에서 봤을 땐 일방적이진 않을 것 같고, 적어도 6세트 이상은 가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 마지막으로 제8게임단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 달라.
"좋아하는 팀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8게임단이라는 팀을 동정이라고 할까? 동정 아닌 동정, 좋은 기업 만나야 한다는 애정 어린 시선을 많이 느꼈다. 성적은 면목 없고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열심히 응원해주시는 것에 대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철저히 준비해서 시즌1보다 훨씬 더 좋은 모습으로 다가가는 것이 목표고 열심히 임하고 있다. 시즌2가 시작되면 든든하고 늠름한 모습으로 나타나도록 약속드리겠다."
[이시우 기자 siwoo@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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