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로 게임을 보는 데 있어서 캐릭터, 게임 시스템, 아이템 등 외형적인 부분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외형적인 부분에서 게임을 완성하는 화룡점정의 역할은 정작 다른 곳에 있었다.하늘에 떠다니는 구름, 발 밑에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잡초, 멀리서도 어떤 지형인지 알 수 있도록 보이는 멋진 산,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등 게임에서 실제 유저들이 플레이하는 공간은 아니지만 우리가 게임을 하면서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하는 모든 요소가 바로 배경 아트팀에 의해 완성된다.
엔씨소프트에서 11년간 근무중인 조용환 리드아티스트는 리니지2의 배경을 총괄한 베테랑이다. 이후 블레이드앤소울의 기획팀에서 레벨 디자인 업무를 거쳐 현재 30여명으로 이뤄진 배경팀 이끌고 기획, 캐릭터 등 다양한 팀과 업무 조율을 통해 블레이드앤소울의 완성도에 기여하고 있다.
금일(29일) 엔씨소프트 R&D센터에서는 블레이드앤소울의 완성도에 마침표를 찍는 조용환 배경 리드아티스트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Q. 보통 배경 아티스트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배경팀의 중요성을 어필한다면?
배경팀은 항상 배경으로 존재하다 보니 도대체 배경은 누가 만드는지조차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있을 정도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배경은 연극이나 뮤지컬에서 무대와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쉽다. 시나리오나 시간, 캐릭터의 특성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로 게임에서도 유저들이 보고 있는 캐릭터, NPC, 몬스터 등을 하나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 이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배경이다.
또, 배경은 기획에서 시나리오 컨셉까지 거의 완벽히 맞아야만 가능하다. 이동, 전투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전체적인 게임의 느낌을 결정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Q. 기존 서양 판타지와 달라 어려운 점이 없나?
기존에 해오던 것과 화풍이나 새로운 것들이 많아서 초기에 고민을 많이 했었다. 예를 들면 한국적인 미를 표현하기 위해 온돌, 문양, 단아한 선, 단청의 화려함 들이 있는데 이것들을 단기간 고민해서 디자인적으로 녹여내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무림 고수들이 객잔에서 만나는 컨셉을 많이 활용했다. 어설프게 한국적인 미를 구현하기 보다는 우리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길을 걸어갈 때 보게 되는 풍경들이 게임 곳곳에 소소하게 적용했다.

Q. 디자인에 참고하는 자료가 있는가?
일상적으로 접하지 못하는 부유체 등은 동서양 판타지 모두를 망라해 자주 등장한다. 이런 것들 것 디자인할 때는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 영화 심지어는 소설을 보면서 상상하기도 한다.
이렇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너무 상반되어 감성적으로 와닿게 하거나 늘 보던 것들을 반대로 배치해 새로움을 주거나 재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Q. 경공, 용맥 등의 이동으로 고려하는 부분이 있는가?
개발 초기에 경공은 일종의 반연출 느낌으로 기획됐지만 어느 날 자유롭게 경공을 한다는 결정을 듣고 많은 고민을 했다.
특히 지붕 위로 올라가면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보통은 최적화를 위해 지붕위는 제거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블소에서는 그럴 수 없었기에 그레이월드(또는 그레이존)으로 불리는 방식을 채택했다.
기획과 시나리오가 컨셉을 잡게 되면 이를 원화 작업을 우선 진행해 다양한 컨셉을 잡는다. 이 컨셉들을 조합해 해당 상황에 맞는 월드를 간략하게 구성하고 경공을 통해 올라가거나 뛰어내리는 포인트를 예상한다. 모든 포인트를 예상하기는 어렵기에 보여주고자 하는 장면을 우성 구성한 다음 여기에 맞춰 다시 원화 작업을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월드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Q. 배경에서 실제 장소를 모티브로 한 곳이 있는가?
블소에는 다양한 장소들을 모티브로 만들기도 하고 이를 재구성하거나 패러니 형태로 보여주기도 한다. 우선 가장 많이 봤던 수련계곡을 예로 들면 2가지 장소를 합쳐서 설정했으며, 특정한 뷰는 달력에서 참조한 경우도 있다.
무림 고수들이 뛰어내리고 무술 경험을 하는 분위기와 캐릭터를 컨트롤하면서 호쾌하게 뛰어내릴 수 있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 설악산의 뾰족한 윗부분과 중국 장가계를 합쳤다.
실제 게임상에서 수련계곡의 뛰어내리는 부분 바로 전에 초가집이 한 채 있는데 여기 우측에서 스크린샷을 찍으면 단풍나무와 함께 설악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Q. 향후 유명 관광명소를 차용할 계획은?
앞으로도 배경쪽에 우리 게임의 특징 중 하나인 날아다니거나 뛰어내리는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소는 구현할 계획이다.
Q. 캐릭터 디자인과 연계작업을 하는가?
배경도 독립적인 디자인 작업이다. 하지만 게임이 어색하지 않으려면 당연히 연계작업이 필요하다. 각각의 디자인이 다른 게임으로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면 특정 캐릭터의 특정 레벨에서는 빨간색과 검은 바탕의 옷을 위주로 디자인한다면 그 캐릭터가 있는 마을, 던전 등의 특성을 배경에서 살리게 된다.
또, 반대의 경우도 있다. 현재 레벨에 맞는 무기나 NPC만 들고 있는 무기 또는 상점에서 진열된 아이템들은 배경에서 마치 장사하는 것처럼 배치하기도 한다.
Q. 배경 콘텐츠의 비중은?
현재 배경을 담당하는 인원이 30여명이 넘는데 이는 전체 개발팀의 약 1/4정도 수준이다. 지금까지 약 20km정도의 배경이 완료된 상태이며, 게임의 특성상 타 MMORPG에 비해 면적대비 밀도가 높아 비어있는 부분이 없어 보이도록 작업했다.
Q. 스카이라인과 실루엣 그리고 하늘 그래픽 처리
지난 테스트까지 하늘 그래픽이 아이온 등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아직 테스트를 거치는 과정이기에 그런 것이다. 다음 테스트에서는 하늘 부분 처리에 상당히 고민한 흔적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또, 스카이라인은 처음부터 신경을 많이 쓴 부분 중 하나다. 블소가 액션성이 강하고 빠른 공격과 게임 속도를 가지고 있어, 일반적인 MMORPG와 같이 주로 바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 이동이 잦은 편이다. 언뜻 보이는 것이지만 자주 보이는 것이 스카이라인이라고 생각해서 이쪽을 최대한 살리는 쪽에 집중했다.
Q.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과 보람을 느낀 부분은?
어느 하나 대충한 것이 없이 모든 장소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난이도와 보람을 느낀 장소를 꼽자면 가장 처음 만든 무일봉이다.
이 장소는 처음에 머털도사의 누덕봉을 컨셉으로 잡아 좁은 공간에 소소한 삶을 표현하려고 했지만 유저가 로그인해서 처음 접하는 화면인데 너무 소소한 풍경을 보여준다는 것에 고민을 많이 했다. 때마침 경공이라는 컨셉이 등장했고, 갑자기 질주하면서 뛰어내리는 등을 한다고 설명을 들으니 튜닝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배재현PD에게 며칠만 시간을 달라고 이야기 한 뒤 기존 작업을 모두 취소하고 새롭게 만든 지역이 바로 무일봉이다.
경공을 해볼 만한 장소를 미리 설계하고 프로그램, 기획, 시네마 등 모든 부분을 연동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기도 했고 고생도 많이 했다.
Q. 계절변화나 환경변화를 고려하고 있는가?
기후 변화와 환경변화는 고려는 하고 있지만 아직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차후에는 던전에 들어가서 발생하는 상황에 따라 유저 입장에서 체험적으로 상황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계획하고 있다.
계절변화는 다소 무거운 부분이기에 고려만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스콜, 눈보라 등 부분적으로 급격한 변화는 조금씩 적용하고 있다.

Q. 캐릭터 디자인과 차이점이 있다면?
캐릭터는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하나의 캐릭터에 많은 것들이 집약되어 있다. 배경은 이런 스토리가 어우러질 공간을 설계하는 것으로 디자인이면서 설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환경디자인 또는 무대디자인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캐릭터에 방해되지 않고 오히려 돋보이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요소가 멋있는 배경이면 안 된다.
디자인 하다 보면 자신이 맡은 부분을 완벽하게 하려는 욕심에 던전은 물론 밥솥까지 최고의 수준으로 디자인 하지만 수천개의 오브젝트가 모두 최강의 퀄리티를 가지고 있으면 게임의 포인트를 잡을 수 없게 된다.
이를 위해 주인공을 더 돋보이는 형태로 조율하는 작업에 심혈을 많이 기울이며, 또 PC사양에 따른 배경도 고려하고 있다.
Q. 힘들게 만들었는데 게임상에서 금방 지나가 버려 아쉬운 것이 있다면?
무일봉은 그래도 초반 게임 소개하는 임무를 지니고 있어서 아쉬움이 덜하지만 시나리오상 지나가는 장소에 너무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는 부분에 기획팀과 많이 충돌하게 된다. 기획팀 입장에서는 메인 스토리와 연결된 부분은 양보하기 힘들고 배경팀은 모든 것을 다 중요하게 만들면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초반 지역들이 몇 시간 또는 며칠이면 지나가 버려 아쉽다.
반대로 배경 그래픽 때문에 기획을 고치는 경우도 있다. 제룡림 끝자락에 남해함대가 있는데 이를 파밍던전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중간에 에픽 던전으로 컨셉이 바뀌게 됐다. 이에 시스템적으로 구현되지 않은 지역으로 넘어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팀에서는 벽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배경팀에서는 게임의 재미를 위해 벽을 추가했을 경우 유저가 보는 시점에서 해골 건물이 보이고 안보이고의 큰 차이였다.
결국 담장을 살짝 넣거나 떨어지면 죽는 등 새로운 시스템을 추가해서 해결한 사례다. 앞으로 나올 장소 중에도 오로지 배경으로 기획을 수정한 지역이 한 군데 또 있다.

Q.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가?
귀엽고 섹시한 캐릭터는 도저히 못 그리겠더라. 또, 집안에 건축쪽 일을 많이 했던 주변 환경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결정적으로 어릴적 공간과 빛의 효율적인 설계로 아름다운 공간을 구성하는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고 이 분야에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캐릭터가 아니기에 국내에서는 자료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설정자료를 구해도 대부분 캐릭터나 캐릭터가 사용하는 총기는 엄청 자세히 나와 있지만 배경은 달랑 그림 한 장만 있는 식이었다.
환경 디자인이나 건축, 조명 등의 잡지를 조금씩 참고하면서 접근하는 방식으로 공부했으며, 중간에 잠깐 설계를 공부해보기도 했다. 일례로 리니지2를 개발할 당시에는 던전 설계를 위해 건축학과 학생을 뽑은 적도 있다.
이런 식으로 건축 환경 디자인을 계속 독학하다 보니 어려운 것은 생각보다 전문가만큼 깊이 있는 표현이었다. 캐릭터는 레벨에 따른 스펙이 정확히 나오는 편이지만 배경은 계속 조금씩 바뀌는 형태라 너무 재활용한다면 같은 풍경이 반복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부분에 대한 조율이 어려웠던 부분이다.
가장 어려웠던 부부은 최적화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배경팀에서 모든 오브젝트들을 수동으로 맞추기에 가장 피를 말리는 작업 중 하나다.
Q. 콘솔 버전의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가?
서로 다른 플랫폼이기에 PC 버전과 콘솔 버전은 따로 관리하고 있다. PC에서 최대한 최적화해서 콘솔팀에 넘기면 다시 한번 콘솔에 맞게 최적화를 하게 된다.
Q. 마지막으로 블소를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블레이드앤소울의 무림 강호에 어서 오십시오~
[김재희 기자 ants1016@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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