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요? 시행되면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으로 법이 침입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거죠. 가족간 친목도모를 위해 내가 내 아이와 함께 밤 12시가 넘은 뒤에 게임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현재 심야시간대의 청소년 PC방 이용이 금지돼 있는 것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정부가 단속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셈이죠. 가정 내 문제는 가정에서 해결해야하는데 법의 잣대를 들이대려 한다는 게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게임정책 분야 전문가로 잘 알려진 김민규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의 말이다.
한국게임산업진흥원(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건전게임문화본부장, 정책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한 김 교수는 '게임 중독'이라는 표현 대신 '과몰입'이라는 단어를 정책에 반영시킨 인물로도 유명하다.
지난달 30일 오후 수원 아주대 그의 집무실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셧다운제, 온라인게임 강국에 유죄선고한 셈"
김 교수는 '셧다운제'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지난 십 여년간 게임 콘텐츠와 함께 동고동락해 온 업계 관계자답게 그와 관련된 자신의 의견을 숨김 없이 드러냈다.
특히 '게임산업' 한 분야를 두고 한 정부기관은 이를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 차단하려하고 또 다른 정부기관은 산업적으로 육성하려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청소년보호를 명목으로 셧다운제를 주장·통과시킨 여성가족부와 국회는 게임의 부정적 단면을 강조하며, 사양산업으로 규정짓고 있습니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콘텐츠산업과' 등을 두고 게임을 경제효자 산업으로 키우자고 합니다. 규제의 대상이라더니 바로 옆 동네에서는 '귀한 몸' 대접을 받고 있는 거죠. 더욱이 규제 대상이 온라인으로만 국한돼있는데, 온라인게임 외 게임종류가 얼마나 많습니까. 실효성이요? 그저 답답할 뿐이죠."
특히 고부가가치 산업인 게임산업 발전을 막는 데도 셧다운제가 한 몫 톡톡히 할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국내에서 발목 잡힌 콘텐츠가 해외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국내 게임게임사들의 지난 1분기 해외수출액은 약 6,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약 40.4% 가량 증가했다. 이 같은 수치는 영화, 애니메이션 등 12개 콘텐츠산업의 평균 수출증가율(26.3%)보다 높다. 물론 시장 확대에 따른 증가 요인도 있지만 해외에서 우리 게임들이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는 자국 게임에 유죄를 선고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우리 게임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스스로 평가절하한 셈이죠. 특히 셧다운제는 세계 여러 국가에서 실패했던 전례가 있는 법률인데, 온라인게임 강국인 우리나라가 채택했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실제 그리스에서도 게임이용금지법을 만들었었는데, 2004년 결국 유럽 사법재판소로부터 제재를 받아 효력이 상실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위헌 논란이 일고 있는 까닭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라고 봅니다."

의식제고가 선결과제…'게임은 문화다'
또한 김 교수는 게임산업의 발전이 기술적인 면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게임사-학부모-자녀간의 유기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돼야 상호작용을 통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 현재의 고객센터보다 더욱 확대, 상호간 의사를 교류할 수 있는 형태의 창구가 마련돼야한다는 설명이다.
"지금과 같은 일방향적이고, 수동적인 고객센터가 아닌 부모와 자녀의 의견을 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게임사의 의견까지 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합니다. 이를 통해 게임 내 우려되는 문제의 접점을 찾고 게임 내에 구현하도록 하는 것이죠. 또 게임 내 이벤트 역시 교육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무협게임의 경우 시대배경과 관련한 문제풀이 이벤트를 내는 등의 다양한 접근방법이 있겠죠."
김 교수는 이 같은 노력에 앞서 게임산업과 게임문화를 동일 선상에 놓는 의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인식시켰다.
"게임은 문화의 한 축입니다. 게임에 대한 의식제고 없이는 발전·성장도 없고 그에 따른 폐해 정화도 있을 수 없습니다."
[류세나 기자 cream53@chosun.com] [ga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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