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을 갓 넘긴 최관호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취임 이후 매일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셧다운제)에 이어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최근 들어 게임업계 이슈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나온 것. 특히 이 법안 가운데 '게임사 매출의 1%를 강제 징수하겠다'는 내용까지 포함되면서 최 회장이 직접 나서서 챙겨야할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또 협회장직과 함께 네오위즈 CCO(최고업무책임자) 겸 네오위즈아이엔에스 대표 업무를 병행, 하루에도 몇번씩 양재동(게임산업협회)과 분당(네오위즈)을 오가는 생활이 이어졌다.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취임 100여일 만에 만난 최 회장의 표정은 이전보다 한층 밝아져 있었다. 더욱이 게임산업협회 회장직은 산적해 있는 현안들로 게임업계 인사들에게 '부담스러운 자리'로 통했던 터라 최 회장 얼굴에 만연해 있는 미소는 다소 의외였다.
"생각보다 할 만하더라. (웃음) 누구나 원하는 협회장 자리를 만드는 게 임기중 내 목표다."
사실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최 회장에게도 협회장 자리는 부담스러운 자리였을 터. 취임 당시 아이엔에스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과 셧다운제 등 민감한 현안들이 당면해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회장직 수락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회장 취임 직전에 결정된 셧다운제의 국회 통과는 십여년간 게임업계에 종사해 온 내 개인적 입장에서도 굉장한 모멸감을 느끼고 자존심이 상하는 사건이었다. 그래서 게임업계가 한목소리로 의견을 내야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현재 셧다운제 위헌소송 절차가 막바지에 이른 상태다. 최종적인 법률 검토를 마친 후 이달 중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2중, 3중 규제…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라"
- 밤 12시 이후 청소년들의 게임이용을 제한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게 게임업계 측 입장이다. 그러나 국내 정서는 '게임'이란 영역은 '오락거리', '사행산업'이기 때문에 규제해야한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비쳐지는데.
"문화의 흐름에 따라 시각차가 존재한다. 최근 미국 대법원이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폭력적 게임을 판매하거나 대여하는 금지한 캘리포니아주 게임법을 '위헌' 판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은 자율을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가까운 일본은 PSP, 닌텐도, wii 등 콘솔게임의 종류만해도 여러 가지이고 게임 외에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이문화가 형성돼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영역이 극소에 불과하다."
- 최근 공식석상에서 게임산업이 국내에서만 찬밥 대우를 받고 있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실제 지난 1분기 게임업계 해외수출액(약 6,000억원)이 전년동기 대비 40.4% 가량 증가하는 등우리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점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의 위상은 제자리 걸음 수준인데.
"국내 게임산업은 소위 말해 '밥 먹고 살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됐다. 대표적 장수 온라인게임인 '바람의나라'와 '리니지' 등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십여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동안 게임사들은 좋은 게임을 만들어 서비스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 왔다. 부정적인 면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게임업계도 이런 부분을 스스로 인정하고 과몰입을 막기 위해 게임 내 알림공지 설정,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각의 지적들에 대해 고민하고, 자정하는 시기라고 보면될 것 같다."
- 게임업계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꼽히는 부분이 바로 대형게임사와 업계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게임사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중견게임사인 엠게임,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등이 최근 좋지 않은 성적을 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일반적인 현상일 뿐이다. 하지만 게임산업은 여타의 산업군과 달리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만 있다면 허리에서 머리까지 올라가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중견기업들이 상위업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과도한 규약이 없어야 한다. 현재는 방해요소가 많다. 셧다운제만 하더라도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는 상위업체에게 셧다운제는 큰 타격이 없다. 결국 중소형업체들만 피해를 입게되는 셈이다."
- 규제를 완화한다면, '과연 스스로 잘 할까'라는 물음이 자연스레 따라올 것 같다.
"큰 틀에서의 규제만 있으면 된다고 본다. 일일 게임머니 충전 금액을 정해놓는 등 스스로 개선방안을 찾아나가는 중이다. 2중, 3중으로 제한할 경우, 천편일률적인 게임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 업계의 현실 전하는 '파수꾼' 자처
- 취임 이후 셧다운제와 그에 따른 위헌소송 준비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해왔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소회가 궁금하다.
"정신 없는 시간을 보냈다. 맡고 있는 직책들 하나하나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 부분들도 떠오르고…. 업계 전체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게되니 업계를 비롯한 사회각층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어 좋더라. 현재의 당면과제가 해결되면, 게임산업의 부정적인 면만을 주목하고,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싶다. 우리 편을 들어 달라는 건 아니다. 다만 업계의 현실을 전하고 싶을 뿐이다."
[류세나 기자 cream53@chosun.com][김수지 인턴기자 suji@chosun.com] [game.chosun.com]
※ 게임조선이 1999년 9월 10일 창간된 이후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난 12년간 아낌없는 사랑을 보내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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