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서브컬처계에 새로운 시도를 보여줄 수작으로 기대됐던 타이틀이죠. 캐릭터 수집형 RPG가 시도한 적 없는 다소 어둡고, 잔인하고, 피폐한 설정을 언뜻 내비치며 색다른 맛일 거란 기대감을 자아냈던 '스마일게이트'의 신작 RPG,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가 국내 첫 테스트이자, 출시 전 마지막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에픽세븐'으로 국내 시장에 유의미한 족적을 기록했던 '슈퍼크리에이티브'의 신작이기도 합니다.
이 게임을 설명하는 가장 큰 특징은 아무래도 '스트레스'와 '붕괴 시스템'이 가장 유명할 것 같네요. 우주적 재앙 앞에서 미소녀 캐릭터가 처참하고, 피폐한 모습으로 절망하고, 좌절하는 모습이 강조됩니다.

장르는 캐릭터 수집 RPG에 덱 빌딩 턴제 로그라이크를 더했다고 볼 수 있겠고, '다키스트 던전', '슬레이 더 스파이어'가 떠오르는 전투 시스템을 차용했습니다. 이미 검증된 맛의 장르를 버무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타이틀에서 모든 세계관 설정이 드러납니다. '카오스'는 게임 내 주 전장을 뜻하는데 미지의 공간이자 초자연적이며, 절망적인 상황이 펼쳐진 임의의 공간을 말합니다. '나이트메어'는 주인공 함장이 이끄는 함대이자 이동형 도시를 겸하는 거대한 방주 형태의 함선의 이름이며, '제로'는 '카오스'를 제거하고 지구의 기능을 복원하고자 하는 일종의 프로젝트이자 원대한 목표를 뜻합니다. 사실 각 단어가 의미하는 바가 충분히 어두운 일면을 뜻하므로 이중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인디 게임 쪽에서는 이미 '서브컬처'와 '덱 빌딩 로크라이크', 특히, '다키스트 던전'류의 하드코어 장르와의 결합 자체는 자주 있는 시도였습니다만 '슈퍼크리에이티브' 특유의 고퀄리티 애니메이션 연출까지 더해 이렇게 본격적인 개발비를 투입한 작품은 사실상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때문에 더 예쁘고, 더 생동감 있는 캐릭터들이 더 처절하게 싸우고, 더 처참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적인 측면은 데모 버전까지 공개된 3장까지는 세계관과 설정 풀어놓고, 인물만 등장시키다 끝나므로 크게 뭐라 평가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시작부터 주인공 일행이 한차례 전멸하며 이 게임이 보통의 서브컬처와 다르단 점을 뒤흔들어줍니다. 적어도 국내 모바일 게임계에서는 직접적인 묘사가 없었던 일명 '케찹' 연출도 나올 정도니까요.

다만, 세계관상 '라이프코어'라 불리는 이 말도 안 되는 기술력 덕분에 약간은 긴장감이 해소되는 느낌이 있긴 합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설정상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일단 CBT 버전에서 밝혀진 내용상 사실상 순간적인 강제 공간 이동에 신체 수복에, 기억 세척까지 기술력만 따지면 이제까지 나왔던 모든 SF 판타지 세계관 중 역대급 기술력을 보유했습니다.
아무래도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어쨌든 캐릭터들이 상담 몇 마디 혹은 뇌 세척 한 방에 다시 생글생글 웃으며 농담따먹기하고 그러다 보니 뭔가 게임을 플레이 하기 전에 기대했던 피폐하고, 고어한 설정은 약간 가상 현실 느낌에 주인공들이 뭘 굳이 그렇게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나 싶을 정도로 김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작중 캐릭터들이야 실제 죽음과 다름없는 경험을 하고, 신체 손상에 정신 붕괴를 겪는다지만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그래봤자 기술력으로 쌩쌩해지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다보니 무감각해진다고 할까요?

테스트를 주말 껴서 3일만 하다니!
CBT에서는 공개되진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등장인물들도 좌절하고, 플레이어도 좌절할 만한 페이탈리티 연출이 있다는 얘길 들은 것 같은데 정식 버전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중요한 전투의 재는 확실히 검증된 장르인 만큼 재미 요소가 확실했습니다. 특히, 카드 코스트가 0~2까지 꽤나 낮은 수치로 진행되고, 대부분 0 혹은 1 코스트로 연계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당한 난이도 조절이 돋보였습니다.
'번뜩임'을 활용해 고유 카드를 강화하여 전략 선택지를 넓히는 요소도 재미있는 부분이었고, 에고 스킬이나 각성 스킬 등 판도를 바꿀 만한 확실한 성능 연출도 RPG 기본을 챙기기에 좋았고요.

각 캐릭터는 대략 25종 정도의 고유 카드에 공용 카드를 포함해 150여 종의 빌드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하고, 최대 3명까지 출격하고, 여기에 '파트너' 캐릭터까지 합류하면 그 조합은 뭐 계산이 힘들 정도로 무궁무진하게 늘어납니다.
여기에 캐릭터 스킬 카드 선택 시 실사 크기의 캐릭터 뒷모습을 출력하는 세심한 연출조차 이 게임이 서브컬처 장르임을 잊지 않게 해주기도 하고요.

전투 모드의 SD 캐릭터가 아쉬울 수 있어서 살랑살랑 하는 뒷태 표현까지 신경 썼다.
또한, 단순히 캐릭터 뽑고, 스킬 카드나 던지는 수준을 벗어나 '세이브 데이터'라고 해서 직접 '카오스'를 탐험하며 '카드' 및 '장비'를 파밍하고, 이 데이터를 저장해서 조금씩 성장된 '카드'와 '장비'를 가지고 더 전략성 있는 플레이를 완성해 나갈 수 있는 파고들기 요소가 사실상 이 게임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캐릭터' 자체의 성장은 능력치 성장 및 스킬 카드 활용도를 높이는 식으로 이루어지고, 실제 전투에서의 효율은 이 세이브데이터 파밍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카드 세팅을 완성하는 것이 실제 반복 플레이의 목적이 됩니다.

반복 플레이를 통해 더 나은 세이브 데이터를 완성해 나갈 수 있다.
즉, 이 게임은 스테이지 밀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스토리를 보며 스테이지를 밀고 나면 이후에는 '카오스'에 반복 투입해서 각 요원들에게 '좋은 세이브데이터'를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유 카드의 존재로 어느 정도의 저점은 확보되지만 해당 조합의 고점을 뽑아 내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 공들여 깎아야 하는 셈입니다.

번뜩임과 공용 카드 파밍을 통해 캐릭터 스타일을 완성시켜나가는 느낌
아무래도 덱 빌딩 게임이다 보니 코스트를 낮추고, 카드 드로우를 늘리는 형태의 덱을 만드는 것이 가장 인기였는데, 다른 덱 빌딩 로그라이크 게임과 달리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는 게임인 만큼 밸런스 맞추는 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같은 캐릭터, 같은 조합이라도 완전히 게임 플레이 방식이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카드를 깎는 정도에 따라 전략의 활용도가 어마어마한 수준이며, 나쁘게 말하면 결국 특정 조합이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좋아져 버리는 모습에 밸런스 이슈가 있을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또, 나이트메어호는 방주 도시란 콘셉트가 있어 플레이어는 함장으로서 맡은 바 서브컬처 특유의 관리 및 커뮤니티 콘텐츠 역시 건재했습니다.



소재가 소재다보니 방주 관리와 요원과의 공감 콘텐츠가 이것저것 준비됐다.
트라우마 상담과 외출 같은 신뢰도 요소부터 시작해서 음식점, 카페, 정책 결정 등으로 닥쳐올 재난에 대비하기도 하고, 아직 해볼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캐릭터의 과거를 들여다보며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트라우마 코드 콘텐츠도 준비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캐릭터 돌파 효율이 주요 카드 성능과 관계되어 에고 발현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나, '파트너'조차 사실상 캐릭터 뽑기와 다름없는 투자를 해줘야 한다는 점, 카드 일러스트 정도 바뀌는 수준의 프리즘 모듈은 굳이 재화 뽑기여야 했나 하는 점 등 장르에 비해 매운맛이 있긴 합니다만 이건 운영이나 이벤트로 풀어 나가야할 부분으로 보이네요.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의 가장 큰 장점은 신선한 전투 시스템입니다.

기존의 카드 로그라이크의 룰을 다수의 캐릭터가 가진 무수한 조합으로 전략의 폭을 과감히 넓혔고, 이러한 내 전략의 사용을 개발사의 장기인 '애니메이션 연출'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못내 매력적입니다. 내가 원한 대로 스킬 연계가 멋진 연출과 함께 작렬하는 그 맛은 카제나만의 유니크한 매력입니다.
반대로 사실상 지금 버전이 거의 완성 버전으로 보이는데 정작 초반부 스토리 씬의 연출이나 설정 임팩트가 생각만큼 센 편은 아니어서 의아한 면은 있었습니다. 분명 연출 퀄리티가 좋은데 그 연출을 충분히 음미할 만한 부분이 부족하다고 할까요? 주제 자체가 순수 꽁냥꽁냥 소재는 아니기에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완성도 면에서는 게임을 해보는 순간 출시가 임박했음을 알 수 있었는데, CBT보다는 체험판 배포에 가까운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습니다.
때문에 얼핏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싶은 부분은 CBT 체험 버전의 절충 안으로 아직 평가 내리기에는 이르단 생각이 드니 이 역시도 롱런 게임을 서비스해온 '스마일게이트'-'슈퍼크리에이티브' 듀오의 노하우가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정식 출시 버전을 해봐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이런 기획이 통과될 수 있었다는 것부터 정말 슈퍼크리에이티브하네요.
개발/배급 슈퍼크리에이티브 / 스마일게이트
플랫폼 AOS / iOS / PC
장르 캐릭터 수집형 덱 빌딩 로그라이크
출시일 2025년 4분기 예정
게임특징
- 잘 만들었는데 아쉽고, 아쉬워서 더 해보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
플랫폼 AOS / iOS / PC
장르 캐릭터 수집형 덱 빌딩 로그라이크
출시일 2025년 4분기 예정
게임특징
- 잘 만들었는데 아쉽고, 아쉬워서 더 해보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
[김규리 기자 gamemk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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