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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올 추석엔 오붓하게 영화 속 주인공이 되자! 데드바이데이라이트

박성일 기자

기사등록 2018-09-21 15:05:25 (수정 2018-09-24 09: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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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중심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는 공포영화 속 살인마는 전능에 가까운 능력으로 주인공을 쫓는다.
 
영화의 끝이 아니면 주인공 일행의 모든 발악이 허사일 수밖에 없음을 아는 우리는 잔혹한 장면 속에 빠져들게 된다. 이 장르에는 주인공쯤은 가볍게 희생시켜버리거나 또 다른 살인마가 등장하는 등 과감한 연출이 시도되는 탓에 마지막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장르의 쾌감은 주인공 일행이 겪게 되는 '절망적인 상황' '지켜보는 것'에서 온다.
 
어디 가서 적다고 할 수도 없는 나이가 되어서도 난 왜 이럴까- 싶을 정도로 겁이 많은 본인은 공포에 대해 면역력이 부.조.카.다. 어두컴컴한 곳에 있자면 온갖 상상이 떠올라 쭈뼛쭈뼛. 기껏 좋아했던 과 선배와 놀이공원에서 좋은 분위기 끌어올리다가도 막판에 유령의 집에 들어가자고 조르는 것을 끝내 거절해 혼자 들여보낸 적도 있었으니까. (나온 후 잠실역까지 가는 그 긴 지하도를 말없이 걸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영화 한 편 제대로 본 기억이 없는 것은 물론 게임으로 치자면 '수왕기'조차도 왠지 무서워서 곧잘 함에도 포기하고 꺼버렸고, PS1 시절의 '바이오하자드', '사일런트힐', 뒤늦게 알게 된 PC판 '화이트데이' 등 이름 좀 있는 타이틀을 샀다가도 엔딩 한번 보지 못했다. 이 같은 공포는 1인칭 게임에서 특히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공포와는 거리가 멀다 할 수 있는 '엘더스크롤' 시리즈 역시 1인칭 시점으로 플레이가 힘들 정도였다.
 


살인마와 생존자의 숨막히는 심리전을 소재로 한 데드바이데이라이트

 

거창한 사담을 앞세우고 소개할 게임은 2016년작 공포-생존 게임, 데드바이데이라이트(Dead by Daylihgt, 이하 '데바데'). 비헤이비어디지털이 개발하고 스타브리즈 스튜디오가 유통을 맡았다. 
 
살인마가 되어 생존자를 잡아서 죽이거나(!) 생존자가 되어 살인마를 피해 달아나거나...
 
단순한 설명이었지만 게임기자이면서도 게임의 스펙트럼이 좁았던 본인에게 너무 새로운 설명이었다. 또한, 끝내 정복하지 못했던 공포 게임에 대한 갈망도 다시금 샘솟았다. 멀티플레이 게임이라는 것. 회사 동료들과 같이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한몫하기도 했다. 뭐에 홀린 것처럼 결제했다. 생각해보니 패키지 구매라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오래됐더라.
 
 


2016년 런칭 당시 게임 트레일러. 어떤 게임인지 한번에 알 수 있다.

 

 
생존자 4명과 살인마 1명이 매칭되어 벌어지는 비대칭 서바이벌. 지금은 명확하게 설명이 되지만 처음에는 그냥 술래잡기 공포 게임으로만 불렀었더랬다. 무슨 공략집도 아닌데 캐릭터 하나하나 소개할 수는 없으므로 단순히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살인마의 단순 나열로 시작해보겠다.
 
하키 마스크를 쓰고 거대한 트랩으로 사람을 옭아매는 살인마,
딸랑딸랑 죽음의 방울 소리를 내며 쥐도 새도 모르게 접근하는 유령,
흉측한 외모에 체인톱을 들고 장원을 질주하는 괴물,
더러운 붕대를 칭칭 매고 상한 성대로 쇳소리를 내는 간호사,
샤워 커튼을 젖히고 주방용 칼을 들이대는 신사 정장의 싸이코,
다 썩어가는 몸뚱이에 기묘한 마술로 사람을 홀리는 마녀,
전기톱을 들고 다수 무자비하게 썰어버리는 잔인한 식인종 레더페이스,
악몽 속으로 희생자를 끌어들여 칼날손으로 잔혹하게 살해하는 악마 나이트메어,
온갖 비인륜적 실험으로 그 자신조차 기형으로 뒤틀려버린 미치광이 의사,
인간을 사냥하며 비틀린 애정을 갖게 된 인간 사냥꾼,
돼지머리를 뒤집어쓰고 희생자의 고깃덩이를 찾아 헤매는 직쏘의 제자 피그,
인간을 고문하고 신체의 일부를 수집하여 컬렉션을 완성하고자 하는 광대,
미쳐버린 아버지에게 어머니를 잃고 그 자신도 희생당한 일본 여대생의 악령
 
 


가장 초창기 등장했던 살인마 3인

 
그뿐만 아니라 각 살인마별로 테마 맵도 존재하여 그 분위기를 더욱 극대화했다. 생존자들의 면면도 다 재미있고 개성이 넘치지만, 어차피 우리와 같은 사람이니까 생략. 이름과 간략한 소개를 봐도 알 수 있겠지만 살인마 중 일부는 오리지널로, 일부는 영화에서 모티브로 따온 캐릭터들로 각각 특징에 맞는 무기와 특수능력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블러드 포인트(점수)를 모아 블러드웹이라 불리는 데바데만의 스킬 트리를 열어가며 각종 추가 능력을 부여하거나 능력을 더욱 강화하는 형태의 퍽(일종의 스킬)을 지니고 있으며 여러 개의 퍽을 조합해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이러한 점은 각자 어떻게 이 끔찍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는지 희생양이 되어버린 생존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며, 플레이어들은 살인마 중 하나, 생존자 중 하나를 선택해 꾸준히 플레이 해가며 더 많은 포인트를 쌓아 더 좋은 퍽을 배워나갈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데바데에 RPG성을 부여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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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이 순간이 이 게임의 매력
 
 
게임의 내용은 매우 단순하다. 살인마는 자신이 섬기는 악마, 엔티티에 제물로 바칠 희생양이 필요하고, 생존자를 이를 피해 달아나면 된다. 넓은 장원 같은 곳에 갇힌 채 시작하기 때문에 발전기를 통해 전력을 가동시켜 잠겨 있는 거대한 쇠문을 열어 탈출해야 한다.
 
생존자는 폭넓은 시야각, 살인마의 시뻘건 안광, 심장 박동 소리와 살인마가 접근할수록 격해지는 BGM 으로 살인마의 위치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고, 살인마는 격한 행동을 했을 시 남게 되는 잔흔과 순수 카메라 방향과 동일시되는 1인칭 시야만으로 생존자를 추격해야 한다. 살인마의 이동속도는 생존자보다 빠르지만, 행동속도는 느리고 시야가 강제로 흔들리기 때문에 이 점을 활용한 교묘한 심리전이 게임 진행의 핵심이 된다.
 
맵에는 창문턱, 판자, 개구멍 등 다양한 시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자들의 탈출 도구이기도 한 '발전기'와 생존자를 죽음으로 몰고 갈 '갈고리 제단'. 생존자는 살인마를 피해 발전기를 수리해야 하고, 살인마는 생존자를 잡아 갈고리에 걸어 제물로 바쳐질 때까지 일정 시간 지켜야 한다.
 
 


발전기 수리가 중요 기믹으로 등장

 

이 단순한 룰에서 복잡함과 변수가 생기는 것은 바로 이 게임이 사람과 사람이 겨루는 게임이라는 것. 그리고 한 번의 완벽한 플레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십, 수백 번 반복하여 플레이하게 되는 게임이라는 점이다.
 
공포 영화를 보면 누군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기적으로 굴며 살아남을 수 있다면 다른 이를 희생시키는 것도 거리낌이 없는 인물도 있고 누군가는 영리하게 살인마를 피할 방법을 찾거나 동료를 도우려 한다. 혹 누군가는 이러한 무리의 흐름에 그저 순응하고 따르며 자신을 지켜주기만 바라는 이들도 있다.
 
결과적으로 4인이 협동을 하든 개인플레이를 하든 살아서 나가기만 하면 되는 이 게임은 그 상황이 고스란히 벌어진다.
 
누군가는 내내 살인마만 피해 다니고 적당한 데 숨어서 시간을 끌다가 다른 사람이 고생 끝에 문을 열면 점수를 어떻게 되든 일단 도망가는 데는 성공한다. 누군가는 동료가 잡혀 죽든 말든 동료가 죽어가며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발전기만 죽어라 고치면서 유유히 달아나기도 하고, 누군가는 잡힌 동료를 구출하기 위해 살인마 앞에 나서는 용감한 플레이를 하기도 한다. 그 모든 선택이 결국 살인마와 생존자 간의 수 싸움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데바데를 즐기는 방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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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숨는다고 해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데바데는 이러한 플레이에 대한 보상으로 여러 달성 점수를 두어 더 다채로운 플레이가 이루어질수록 게임이 끝났을 때 얻을 수 있는 점수에도 차등을 두었다. 누군가는 살아서 나갔지만 점수가 낮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끝내 잡혀 죽었지만, 높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생존자들은 서로를 치료하거나 함정에 빠진 동료를 구출할 수 있고 생존 점수 외에 이로 인한 추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이미 표적이 되어 있는 상대를 도와준다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은 알지만 본능적으로 여기에 끌리게끔 만든 셈이다.
 
즉, 누군가는 내내 살인마만 피해 다니고 적당한 데 숨어서 시간을 끌다가 다른 사람이 고생 끝에 문을 열면 점수를 어떻게 되든 일단 도망가는 데는 성공한다. 누군가는 동료가 잡혀 죽든 말든 동료가 죽어가며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발전기만 죽어라 고치면서 유유히 달아나기도 하고, 누군가는 잡힌 동료를 구출하기 위해 살인마 앞에 나서는 용감한 플레이를 하기도 한다.
 
 

 데드바이데이라이트 도주씬 모음
 
 
이는 살인마 역시 마찬가지. 한 명만 잡고 철통같이 지켜 죽이는 데 만족하고 끝낼 수도 있겠지만, 여럿을 잡기 위해서는 이를 미끼로 일부러 빈틈을 보여 구하기 위해 오는 다른 생존자를 연달아 처리할 수도 있다. 혹은 제물이고 뭐고 잡아놓은 생존자가 도망가든 말든 무작정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두들겨서 쓰러뜨리는 데만 재미를 느끼는 것도 플레이어 마음대로다.
 
 


살인마 Nurse 블링크 플레이 영상

 
 
숨바꼭질이 기본 모티브로 여러 추격&도망 능력을 빼고도 기본적으로 시야와 소리로 상황을 판단해야만 한다는 점은 이 게임이 날 것 그대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왼쪽과 오른쪽, 달리고 걷고 앉는 등 신중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심리전을 걸어 한 게임 내에서도 수많은 위험과 고비를 넘기고 아슬아슬하게 목적을 달성해나간다는 점에 있다. 쿵쾅쿵쾅 강렬한 비트와 함께 등 뒤에 살인마를 두고 도망가는 그 순간, 저 멀리 숨어 있는 생존자의 옷깃을 발견한 그 순간, 그 역할에 완벽하게 몰입하게 된다. 그야말로 공포 영화의 주인공처럼 숨죽이고 침도 제대로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데바데 역시 단점이라 할 수 있는 몇몇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 게임이나 존재할 만한 생존자-살인마 간의 밸런스 문제와 플레이어 간 실력 차이에 따른 벽이 존재하기 때문.
 
데바데의 모든 게임은 살인마의 숙련 정도에 따라 게임의 난이도부터 진행 양상이 모두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숙련자로 거듭나기에 어려운 것도 사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살인마가 살인마답지 않게 생존자의 플레이에 농락당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에 살인마 일부는 성능에 따라 '호구'와 결합한 별명이, 생존자들은 아예 '생존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게임의 콘셉트와 다르게 녹록치 않은 상황.
 
여기에 플레이어 간 실력 차이가 벌어지고, 또 악의적으로 저랭크존에 남아 소위 '인성질'이라 불리는 학살 및 농락을 일삼는 플레이어들이 성행함에 따라 신규 유저들의 유입률을 떨어뜨리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개발사 측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해나가는 상황이다.
 
 

 
 
글을 마치기 전에 얘기하자면, 본인은 지금 데드바이데이라이트를 플레이하고 있지 않다. 정확하게는 좀 더 오래전에. 네 번째 살인마인 너스(Nurse)가 등장할 때에 그 귀신과 같은 몰골과 성대가 나가 숨넘어가는 쇳소리를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더구나 이 친구는 특수 능력이 블링크라 팍팍 앞에 튀어나와서 마우스를 집어 던지게 만들고 그랬다. 그렇게 접속을 끊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매번 업데이트 트레일러를 챙겨보며 다시 해볼까 말까- 고민하게 만드는 녀석이 됐다. 마치 와우의 호드 유저들이 이젠 게임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실바나스 여왕님을 원망하고 있는 것처럼.
 
공포영화나 무서운 이야기 어디서 한 번쯤 들어봤음직 한 살인마들과 그들에게 쫓기는 생존자들. 이 게임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그리고 있고, 플레이어 스스로가 자신의 롤을 선택할 수 있게끔 해두었다. 유료 게임이라는 장벽만 넘는다면 충분히 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함정에 걸려 오도 가도 못 하는 생존자를 봤다면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또한, 당신이 위험에 빠졌을 때 당신의 동료들은 당신을 구출하러 와줄까? 혹은 그런 플레이어들을 보고 차근차근 농락하는 가학적인 면이 당신 깊숙한 곳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천편일률적인 캐릭터 수집, 뻔한 장비 강화, 당연시되는 과금 유도에 질려 있다면 천하의 겁쟁이도 푹 빠져 플레이하게 만든 수작을 추천해본다.
 
[게임조선 편집국 gamedesk@chosun.com] [gamechosun.co.kr]

박성일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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