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한정판! 이건 꼭 사야해!'
지금이 아니면 구할 수 없는 '잇 아이템'이라는 말에 큰 맘 먹고 결제를 완료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가 산 물건이 이 가게, 저 가게마다 발에 치이는 제품이었다면 당신의 기분은 어떨까.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제 13회 한국 국제 게임 컨퍼런스2013(KGC2013)'는 잘 포장된 상품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지난 25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KGC2013에는 유니티와 오큘러스가 각각 유니티 2D엔진과 가상현실 헤드셋인 '오큘러스 리프트 HD'를 국내시장에 처음 공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 국내 컨퍼런스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영국의 유명 게임개발사 킹(King)사의 '캔디크러쉬 사가' 관련 강연까지 준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행사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KGC2013에는 주연만 있을 뿐 조연은 없었다.
총 14개 트랙, 130여개의 강연 중 상당수는 NDC2013(3월), 게임테크2013(7월) 등 앞서 진행됐던 국내 게임 관련 컨퍼런스에서 이미 소개됐던 커리큘럼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전 강연 이후 변동사항을 추가로 업데이트를 한 경우는 그나마 나았다. 제목만 살짝 바꾼 세션이 있는가 하면 발표주제는 물론 강연 파워포인트(PPT)를 고스란히 재활용한 경우도 여럿 보였다.
키노트 등 몇몇 세션을 제외하면 강연 세션 대다수가 발표자의 자발적인 신청에 의해 구성되는 이는 곧 주최 측에서의 사전점검이 미흡했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올해 진행됐던 크고 작은 컨퍼런스에 참여했던 참관객이라면,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 재탕, 삼탕 우려내기식 강연을 듣고 온 셈이다.
또 일부 강연장에서는 1시간으로 정해진 발표시간의 절반 밖에 채우지 못하는 등의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KGC2013이 13년 명맥을 이어 온 국내 최대규모의 게임 컨퍼런스라는 점, 10만원을 호가하는 참가비를 내는 유료행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KGC는 굵직한 강연을 뽑아내는 데 성공했을지 몰라도 내실 면에서는 그야 말로 낙제점이다.
똑같은 내용을 들고 강연대에 오른 발표자의 책임도 없진 않지만 이를 점검하는 것은 오롯이 주최 측의 몫이다. 이제는 사흘간의 긴 여정, 100여개가 훌쩍 넘는 강연의 숫자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보다 행사의 본질적인 퀄리티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볼 때다.
[류세나 기자 cream53@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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