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26] 넥슨코리아 이지영, 게임 내러티브 기획에서 생성형 AI 활용과 인간의 재미 판단](https://www.gamechosun.co.kr/dataroom/article/20260616/222721/883535_1781592684.jpg)
넥슨코리아 기획자 이지영은 NDC 26에서 생성형 AI를 게임 내러티브 기획 실무에 도입했던 구체적인 사례를 공유하며, AI 시대에 인간 기획자가 가져야 할 역할과 재미 판단의 중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게임 내러티브 기획은 세계관 설정, 시나리오 작성, 퀘스트 기획의 세 가지 축으로 나뉜다. 이 기획 과정 전반에 생성형 AI를 활용해 본 결과, 기반 자료의 유무와 성격에 따라 결과물의 품질이 극명하게 갈리는 현상이 확인됐다.
세계관 설정 단계에서는 AI를 활용해 판타지 도시 설정을 구체화하는 시도가 성공적이었다. 179자의 프롬프트를 입력해 2분 만에 1만 2,000자의 기획서 초안을 도출했으며, 이 중 70%를 실무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처럼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가능했던 이유는 입력된 프롬프트 이면의 고맥락 기반 자료 덕분이었다. 개발진은 오랜 경력을 가진 기획자들의 5시간 이상 회의 녹취록, 구체적인 대사가 담긴 아이디어 기획서, 기존에 체계화된 타 도시 기획서 포맷을 AI에게 제공했다.
반면 캐릭터 설정 기획에서 동일한 프롬프트를 사용했음에도 실패한 사례가 있었다. 기반 자료의 분량은 충분했으나 특정 캐릭터에 대한 맥락과 서사 정보가 부족하여, AI가 엉뚱한 대사를 캐릭터의 대표 대사로 매칭하는 등 정합성이 깨진 문서를 출력했다. 실무적으로 회의록과 기존 기획서를 노션이나 MD 파일 형태로 데이터화해 관리하는 것이 AI의 초안 품질을 높이는 데 유용하지만, 결과물의 정합성과 개연성은 반드시 인간이 리뷰하고 보정해야 한다.

시나리오 작성 단계, 특히 유머와 에피소드 구현에서는 생성형 AI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인간이 작성한 대본을 바탕으로 톤을 수정하는 작업은 비교적 자연스러운 수정안을 도출했으나, 아예 새로운 코미디 에피소드를 창작하는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작법 이론과 세계적 유머 샘플을 데이터로 입력하고 수차례 피드백을 주었음에도 AI가 출력한 대사는 무맥락적이고 흥미를 유발하지 못했다.
이는 생성형 AI가 학습 데이터에 기반해 '평균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확률'과 '의외성 없는 방향'으로 문장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유머의 본질은 예측에서 벗어난 부조화와 의외성에 있지만, 확률에 기반한 AI는 이를 설계하는 데 구조적인 한계를 보였다. 인간 기획자가 '더 웃기게 만들어달라'는 식으로 감정과 재미 판단을 AI에게 위임해서는 안 되며, 웃음의 맥락을 설계하고 구조를 지정해 주는 판단 주체 역할을 유지해야 한다.

퀘스트 기획 단계에서는 AI의 강력한 '수행 능력'을 데이터 작업 효율화에 집중시켰다. 기획자가 기획서 표기법을 퀘스트 데이터 구조와 직접 매칭할 수 있도록 규칙을 세우고, 기존의 퀘스트 시스템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실무에서는 기획자가 자연어로 트리트먼트를 작성하면 AI가 복잡한 데이터 규약에 맞게 기획서를 변환하도록 구조화했다.
더 나아가 NPC 에이전트, 아이템 에이전트 등 기획 작업 단위별로 가이드를 부여받은 'AI 에이전트'들이 언리얼 엔진 내에서 에셋을 검색하고 속성을 지정해 최종 퀘스트 데이터를 자동 생성하도록 구현했다. 기획서 입력만으로 인게임에서 NPC 대화, 이동, 몬스터 처치 조건이 정상 작동하는 빌드가 자동으로 추출되는 효율성을 확인했다.
이 같은 시도를 통해 내러티브 기획자가 데이터 반복 작업에 쏟던 시간을 줄이고, 연출의 긴장감이나 대사 속도 같은 플레이 감각을 다듬는 폴리싱 작업과 재미의 본질을 고민하는 원천 기술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발표자는 현실의 복잡한 개발 상황, 라이브 게임의 운영 이슈, 조직 내의 실시간 맥락 변화 등을 AI가 스스로 인지하고 종합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문자의 발명 당시 인류가 기억력 퇴화를 우려했으나 더 고도화된 사고력을 발전시켰듯, AI 역시 인간의 창의성을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역할을 변화시키는 도구일 뿐이다.
AI 시대의 창작자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은 수많은 콘텍스트를 읽어내는 통찰력, 재미의 본질을 풀어내는 상상력, 결과물을 가려내는 판단력, 그리고 생각을 정확히 전달하는 표현력이다. 최종적인 재미의 가치를 판단하고 인간에게 감동을 전하는 주체는 언제나 인간 기획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