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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물열전] 팀 체리피커, 4인 개발팀이 9주 만에 D1AL-ogue를 만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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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주연과 조연, 다양한 등장인물이 있듯이 게임에서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게이머의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특히, 대작이라 평가받는 게임은 영화 이상의 스토리와 캐릭터성으로 많은 게이머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작품 밖에는 기획자, 프로그래머, 일러스트레이터 등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피땀 흘려 만든 게임은 게이머에게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을 선사하며 일상의 피로를 잠시 잊게 만들어 줍니다.
 
때론 주인공, 때론 친구, 때론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부터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킨 개발자들까지 게임에 관련된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했습니다.
 
[편집자 주]
 
[인물열전] 팀 체리피커, 4인 개발팀이 9주 만에 D1AL-ogue를 만들기까지
 
 
인디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이머마다 그 이유가 다르겠지만, 역시 '참신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흥행을 위해 잘 계산된 AAA급에선 자주 찾아보기 힘든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인디 게임 특유의 감성은 게이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팀 체리피커와 그들이 만든 D1AL-ogue가 그러하다. 원형 매치 3 퍼즐로 안드로이드를 수리하는 독특한 콘셉트, 빛조차 구독하는 독특한 디스토피아 세계관, 그리고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스토리까지 그야말로 매력 덩어리 그 자체였다. 덕분에 출시 후 스팀 평가 '압도적으로 긍정적'을 기록 중이다.
 
D1AL-ogue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게임조선은 D1AL-ogue를 개발한 팀 체리피커와 인터뷰를 나누고 그 경험을 들어봤다.
 
Q. 먼저 팀 소개를 부탁한다.
 
허태현: 안녕하세요, 크래프톤 정글 게임랩 4기 수료생들을 주축으로 결성된 4인(기획_허태현, 프로그래밍_이근주, 아트_민준홍, 글/그림_이상윤) 인디 게임 개발팀 팀 체리피커입니다. 전작인 'D1AL-ogue'를 함께 개발했던 기존 멤버 중 한 명(지효재)은 아쉽게도 대학 복학으로 잠시 팀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빈자리에 전작 스토리에 도움을 주셨던 글·그림 작가님께서 정식 팀원으로 합류하셨습니다. 현재는 새로운 4인 팀으로 차기작인 'D1AL-ogue+'를 한창 개발하고 있습니다.
 
 
Q. 팀 구성이 꽤 특이하다. 팀 결성부터 게임 제작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궁금하다.
 
이근주: 저희는 크래프톤 정글 게임랩 과정을 진행하며, 스팀 출시를 목표로 하는 마지막 단계인 '에픽 프로젝트'에서 각자의 게임 성향에 따라 매칭된 팀원들입니다. 총 4명으로 9주 안에 게임을 기획하고 개발해 실제 스팀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D1AL-ogue'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이상윤: 저는 원래 개인 작가로 활동하던 중이었습니다. 정글 게임랩이라는 환경에서 개발하던 4인의 팀원분들이 제게 연락을 주셨죠. 이야기의 완급 조절이나 결말의 허무함에 대한 피드백을 원하셨는데, 아예 새로 쓰거나 응원만 할 수밖에 없는 결과물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팀의 비주얼적 성취나 일면식도 없는 타인에게 피드백을 요청하는 대담함 같은 열정을 굉장히 높게 평가해 새로운 이야기를 써주기로 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게임 플레이는 이미 완성된 이후였기 때문에 많은 스토리 변경은 불가했으나, 미셸이라는 캐릭터나 결말, 그리고 그 빌드업 등을 약 2주의 시간 동안 구현해 낼 수 있었습니다.
 
Q. 크래프톤 정글랩을 통해 게임을 개발했다고 들었다. 어떤 지원이 있었는지, 또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이근주: 가장 큰 도움은 '에픽 프로젝트'라는 과정 그 자체였습니다. 9주라는 짧고도 타이트한 시간 안에 게임 개발부터 스팀 출시까지의 모든 사이클을 실전처럼 경험해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는 물리적 지원과 더불어, 팀원들과 치열하게 논의하며 한정된 자원 속에서도 최고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과정이 큰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허태현: 크래프톤 정글 게임랩은 저희가 오로지 개발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든든한 환경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특히 본격적인 스팀 출시 과정인 '에픽 프로젝트'에 돌입하기 전, '게임의 재미란 무엇인가'에 대해 본질적으로 탐구하고 학습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이 부분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기술적인 개발 방법을 배우는 것을 넘어, 유저에게 어떤 경험과 즐거움을 줄 것인지 고민하는 법을 먼저 배울 수 있었거든요. 이러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9주 안에 기획부터 정식 출시까지 끝마쳐야 하는 에픽 프로젝트를 거치며 개발 성향이 잘 맞는 지금의 팀원들을 만나 결성할 수 있었습니다.
 
 
Q. 스팀에서 압도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소감을 듣고 싶다. 게이머들의 반응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허태현: 저희 게임은 'VA-11 HALL-A'나 'Coffee Talk' 같은 비주얼 노벨 게임들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는데요. 감사하게도 해당 장르를 좋아하시는 팬분들께서 많이 찾아주셨습니다. 그중에서도 "이 장르에 또 하나의 큰 산맥이 등장했다"며 저희 게임을 그 명작들과 나란히 언급해 주신 리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상윤: 개인적으로 너무 짧은 시간 안에 쓰인 글이었기 때문에 40~50점짜리 글이라고 여겼고, 비판받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호평을 받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제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정확히 지적해 주신 '부정 피드백'들입니다. 긍정적 피드백 중에서도 제가 문제라고 동의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꼽자면 인물의 깊이 문제나 지나치게 많은 줄바꿈 등이 있습니다. 특히 줄바꿈은 게임에 문제가 발생할까 염려해 엄청나게 자주 쪼개 놓았는데 스스로도 큰 문제라 여겼거든요. 한 번에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지 못하는 선형적이고 반복적인 구조에 대한 지적도 글을 쓰며 한계라고 느꼈던 점이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Q.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주는데 무료다. 무료로 출시한 이유가 있을까?
 
민준홍: 'D1AL-ogue'는 팀의 첫걸음이자, 크래프톤 정글 게임랩의 '에픽 프로젝트'라는 교육 과정의 결과물입니다. 저희의 일차적인 목표는 상업적 이윤 창출보다는, 9주라는 시간 안에 완성도 있는 게임을 만들어 스팀이라는 글로벌 플랫폼에 출시하고 유저분들의 생생한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분이 부담 없이 게임을 즐기시고 의견을 남겨주실 수 있도록 무료로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허태현: 우선 국비 지원 사업인 크래프톤 정글 게임랩을 통해 제작된 게임이라는 점이 컸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우리의 첫 작품이 유저분들께 온전히 닿을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료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자잘한 문제들이나 진입장벽을 만들기보다는, 최대한 많은 분께 저희의 가능성을 보여드리고 평가받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했습니다. 대신 무료로 출시한 첫 작품 'D1AL-ogue'가 유저분들께 성공적으로 인정받는다면, 그 과분한 응원을 원동력 삼아 볼륨과 퀄리티를 대폭 키운 차기작을 정식으로 개발해 판매하자는 저희만의 뚜렷한 목표이자 계획을 세우고 출발했습니다.
 
 
Q. D1AL-ogue는 어떤 게임인가? 인상적인 제목인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허태현: 사이버펑크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내러티브 중심의 퍼즐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제목은 '다이얼로그'라고 읽는데요. 원형 그리드를 회전시키는 조작인 '다이얼(Dial)'과 주요 테마인 '대화(Dialogue)'를 결합한 중의적인 표현입니다. 특히 'D1AL'은 옛날 다이얼 전화기 특유의 아날로그적 감성과 주인공이 사용하는 1세대(1st-gen) 구형 장비의 투박함을 상징합니다.
 
Q. 세계관이 특이하다. 흔한 디스토피아적 사이버펑크긴 한데 ‘빛을 구독’하는 개념이 신선했다. 어떤 방식으로 영감을 얻었는지, 세계관 구축 과정이 궁금하다. 혹시 게임의 분위기나 시스템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넣지 못한 설정 같은 것도 있을까?
 
지효재: 인게임에서는 오전과 오후 두 번 손님이 찾아오는데, 게임 배경 이미지는 창밖이 온통 밤이었습니다. 이를 자연스럽게 설명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핀란드의 '극야' 현상을 다룬 유튜브 영상과, 장마철에 햇빛을 보지 못해 몸이 처졌던 제 경험을 결합했습니다. 여기에 사이버펑크 특유의 클리셰인 '거대 권력에 억압받는 삶'을 녹여, 빛마저 구독해야 하는 설정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분위기를 해칠까 봐 덜어낸 것이 있다면 너무 무겁고 자기 파멸적인 이야기들입니다.
 
Q. 이브들의 디자인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모티브도 꽤 명확하게 느껴지는데 어떤 부분을 신경 써서 디자인했는가? 디자인에 어울리는 성격을 구축하는 것도 꽤 고민했을 것 같은데 캐릭터는 어떤 식으로 제작했나?
 
민준홍: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미소녀의 '매력'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입니다. 서브컬처적인 문법을 바탕으로 기존 성격에 일종의 반전을 주는 '갭모에' 요소를 집어넣으려 했습니다. 프레이는 '마법소녀 오타쿠', 리엔은 '얀데레', 오르카는 보이시하지만 수줍음이 많다는 설정을 부여해 서사와 비주얼을 연결했습니다.
 
이상윤: 글쟁이 입장에서 캐릭터 성격은 '프레이=소꿉친구, 리엔=얀데레' 처럼 특정 코드로 전달받았습니다. 일종의 메뉴 주문과도 같았죠. 하지만 같은 메뉴를 주문받았다고 같은 음식이 나오지는 않는 법입니다. 평이한 제육덮밥 주문에도 건조한 기사식당 제육과 국물이 많은 제육이 있듯 말이죠. 메인 서사에서 필요한 요소, 캐릭터가 전달해야 할 세계관 정보에 맞추어 주문받은 캐릭터를 필요와 수요에 맞게 재구성했습니다.
 
가령 초기에 주문받은 리엔은 폭력적이고 집착적인 전형적 얀데레였습니다. 저는 그런 부분을 좀 밀어내고 다정하고 성실한 면모를 크게 강조했습니다. 짧은 러닝타임의 게임에서 명확한 매력 전달 없이 폭력적인 모습만 강조하면 그저 '얀데레를 표현하는구나' 이상의 정보를 전달할 수 없고 불쾌감을 느낄 사람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Q. 이브들이 처음 보여주는 수리 부위가 전부 다르다. 각 부위를 택한 이유는? 개발자들의 취향일까?
 
민준홍: 처음에는 단순히 로봇의 '등'을 열고 수리하는 콘셉트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캐릭터가 추가되면서 계속해서 같은 부위만 보여주기엔 아쉽고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꼈죠. '가녀리고 깨끗한 등'이라는 일종의 페티시즘에서 연장하여 배(가슴을 보여주기 위한)나 꼬리(둔부를 보여주기 위한) 등 저희 개발자들도 좋아하고 대부분의 사람이 본능적으로 끌릴 만한 부위를 중점으로 기획했습니다.
 
이상윤: 제가 알기로는 한 개발자의 취향이 다수 들어갔습니다. 일단 저는 아닙니다.
 
 
Q. 원 모양의 매치 3 퍼즐을 택했다. 순환하는 원 모양, 그리고 퍼즐을 맞추는 것뿐만 아니라 필요한 곳에 정확히 배치해야 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런 방식을 택한 이유는?
 
이근주: 기존 사각형 그리드에서 벗어나 '원형 그리드'를 채택한다면 시각적 신선함과 새로운 조작감을 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이얼을 물리적으로 회전시키고 안쪽과 바깥쪽 궤도를 오가며 수리 위치의 모듈을 교체하는 조작 방식이, 플레이어에게 실제 안드로이드 엔지니어가 되어 기계를 만지는 듯한 몰입감과 손맛을 선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Q. 매치 3 퍼즐 외 수리라는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고민했던 방식이 있을까?
 
허태현: '캐릭터와의 교감'과 '수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경험에 집중했습니다. 단순히 퍼즐만 푸는 게 아니라 대화의 맥락 속에서 상대를 이해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가 되도록 했죠. '완벽한 수리'를 달성했을 때만 볼 수 있는 엔딩이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찾아내는 요소를 넣었습니다. 초기에는 회로를 잇는 미니게임이나 부품을 정교하게 조립하는 시뮬레이션처럼 '수리'라는 행위를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아이디어들도 당연히 고려했습니다.
 
하지만 테스트를 거듭할수록 그런 방식들은 캐릭터와의 대화를 통해 쌓아 올린 감성적인 호흡을 끊고 분리된 '과제'처럼 느껴진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저희가 추구한 것은 기계를 고치는 손맛이 아니라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는 교감의 경험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매치 3 퍼즐을 '수리' 행위의 은유적인 장치로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화를 통해 캐릭터의 헝클어진 내면을 이해하고 이어서 퍼즐을 풀며 그 문제를 해결해 주는 지금의 방식이야말로, 유저분들께 가장 온전한 치유의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최적의 디자인이라고 확신했습니다.
 
 
Q. 게이머들의 높은 관심에 후속작 개발을 발표했다. 스토리 분량이 8배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은가?
 
허태현: 늘어난 분량만큼 1편에서 미처 다 보여드리지 못한 거대 권력이나 극야, 크로마틱 제니스에 얽힌 설정들과 매력적인 이브들의 시시콜콜한 일상 에피소드를 풍성하게 담아보고 싶습니다.
 
이상윤: 전작의 경우 후반부 반전 전까진 게임 플레이를 하며 해결해 나가야 할 견인 장치, 즉 '서사'라고 할 만한 것이 부족했습니다. 그저 소소한 농담이나 성적인 시추에이션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후반부 갈등에 도달하는 느낌이었죠. 후속작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 목표입니다. 좀 더 편하게 말씀드리면 작품에 '흥미진진함'을 더하고 싶습니다. 작중 배경이 되는 도시가 왜 햇빛을 잃었는지, 도시 밖의 삶은 어떠한지 등 그저 겉돌던 배경 설정이 메인 서사에 깊이 관여하기 시작할 겁니다. 참고로 8배 분량이라는 건 게임의 전체 길이가 4배 늘어나고 대화문당 길이가 약 2.5배 정도 길어지면서 나온 계산입니다.
 
Q. 공지를 통해 선보인 캐릭터들의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든다. 미셸을 제게 주십쇼. 장인어른. 아트 측면에서 어떤 부분을 신경 쓰며 만들고 있는가? 만들면서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이 있다면?
 
민준홍: 미셸을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요즘 사위 희망자가 꽤 많아졌네요. 아트 측면에서는 새롭게 디자인된 캐릭터들의 세련미를 살리면서도 기존 작품의 고전적인 감성을 살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만들면서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이라면 역시 미셸의 포트레이트가 아주 요망하게 잘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윤: 이야기하기 전에 미셸은 모두의 것입니다. 나누지 않으면 안 됩니다. 게임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질 친구기 때문이죠. 전작에선 글만 썼는데 이번 작에 들어서며 그림에도 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디자인 호평 감사드립니다. 일단 뚜렷한 매력 포인트가 첫 번째입니다. 미셸의 경우엔 모자로 확실하게 시선을 빼앗고, 다소 노골적인 부분들을 기계 묘사로 포장해 주입해 놓은 상태입니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관점이 있지만 첫인상을 결정짓는 것은 대부분 본능이 관여하니까요. 이야기는 길고 오래 걸립니다. 캐릭터의 이야기가 분명 매력적일 수는 있지만 그 이야기를 듣게 만드는 것은 '디자인', 즉 비주얼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자리에 앉아 귀를 기울여야 듣지 않겠습니까.
 
 
Q. 앞으로 계속 게임을 만든다면 어떤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싶은가?
 
민준홍: 기존 팬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만한, 깊이 있는 세계관과 확고한 매력을 가진 게임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아주 편안한 무드를 주는 코지(cozy)한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포인트를 확고히 하고 유저분들과 그것을 나누고 싶습니다. 다이얼로그에 대한 팬분들의 반응이 큰 힘이 됐고, 이 원동력을 통해 게임이라는 형태로 계속해서 유저분들에게 이야기해 나가고 싶습니다.
 
허태현: 저희 게임이 영감을 받았던 'VA-11 HALL-A'처럼 독특한 메커니즘과 내러티브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히지 않고 계속해서 회자되는 그런 명작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이상윤: 당장 확신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계속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팀원들 대부분 게임 플레이적으로도 더 확장되고 재미있는, 그리고 반복 플레이성이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몇 가지 좋아하는 게임이 있고 그 게임의 강점을 가진 다른 장르를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소울라이크 시리즈나 엘든링, 슬레이 더 스파이어, 발더스 게이트 등 유명한 게임들을 좋아하고 닮고 싶은 부분이 많습니다.
 
제 개인적으론 '패스 오브 엑자일(PoE)'을 수천 시간 플레이했는데, 한 리그마다 수백 시간씩 잡아먹는 플레이 타임 문제 때문에 정작 개발 도중엔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틈틈이 가볍게 즐길 수 있지만 PoE의 즐거움을 주는 게임'에 대한 수요가 발생했고, 현재는 그러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무리를 하며 완전히 새로운 도전을 하기보단 튼튼하게 기반을 다져 나가며 개발을 확장해 나갈 생각입니다.
 
Q. 마지막으로 게이머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민준홍: 응원해 주시는 마음과 신뢰를 배신하지 않도록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근시일 내에 인사드리겠습니다. 항상 유저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부끄럽지 않은 좋은 게임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이상윤: 후속작은 올해 안에 발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어렵고 대담한 목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러분의 기대가 있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연말에 뵙겠습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성수안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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