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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리뷰

[찍먹] 사람 속에 피는 꽃, 피어선 안 되는 곳에 피어난 꽃의 서늘한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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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뿌리채 뽑혀 꽃 피우지 못했기에,"
"나의 매일은 너의 장례식이 되었다."
"네 향기가 떠올라 괴로울 때마다,"
"다른 이를 꺾어 네 영정 앞에 바쳤다."
 
몇 장의 이미지와 미묘한 상황 설정만으로도 이토록 긴장감 있는 연출이 가능합니다. 그야말로 매력적인 아이디어와 내러티브의 힘으로 공연을 이끌어 가는 매력적인 추리 어드벤처 게임, '팀 안개꽃'의 '사람 속에 피는 꽃'이 7월 25일 스팀에 정식 출시됐습니다.
 
시점은 가상의 1980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지하실에서 깨어난 주인공의 앞에는 기둥에 묶인 한 여성이 있습니다. 기억을 잃고 지하실에 갇히게 된 주인공은 이 의심스러운 여성과 협력하여 무사히 이곳을 탈출해야 합니다. 지하실에 숨겨진 비밀, 잃어버린 기억의 단서, 의심을 거두기 힘든 이 미묘한 관계가 계속되면서 두 인물의 과거가 하나, 둘 밝혀집니다.
 

제한된 공간에서 짜임새 있는 단서들을 제공한다.
 
'사람 속에 피는 꽃'은 내러티브에 집중한 퍼즐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맵은 지하실로 한정적이고, 등장하는 인물도 2명뿐. 여기에 심지어 여성 '모란'은 기둥에 묶여 있는 신세죠. 즉, 플레이어는 지하실에 많지 않은 문제를 스스로 수집한 단서와 '모란'이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하나, 둘 풀어나가야 합니다.
 
두 사람이 불편한 관계임을 숨기지 않는다.
 
기억을 잃은 상태이므로 '모란'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쨌든 둘 모두 자유를 위해 지하실을 탈출해야 한다는 목적만 공유한 채 이 아슬아슬한 협력 관계를 계속해 나가야 합니다.
 
이 게임에 영리한 점은 바로 이 상황 설정을 이용한 리소스의 최적화 부분입니다.
 
대사의 7할은 '모란'의 대사이며, 일러스트라 부를 만한 부분도 사실 '모란'의 상반신 외에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모란'의 표정, 시선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죠.
 

묶여 있는 모란과의 대화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기둥에 묶여 큰 움직임을 보일 수 없는 '모란'과의 대화가 갖는 흡입력이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이자 가장 긴장감 넘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모란'은 충분히 신비한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외형, 성격적인 면에서 스릴러에 딱 어울리는 캐릭터성을 보여줍니다. 바로 이 '모란'의 매력이 '사람 속에 피는 꽃'이 갖는 매력을 그대로 말해주는 요소로도 보입니다. 
 

자유로운 행동이 가능한 것은 주인공이지만 '모란'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
 
매력적이나 의심스럽고, 속이 다 보이는 뻔뻔한 태도임에도 '모란'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는 이 상황 설정.
 
감탄이 나올 정도의 탄탄한 기획력과 이를 실현시키는 탁월한 문장력과 연출력이 바로 특장점입니다. 때문에 한정적인 장소에서, 한정적인 대화, 한정적인 이벤트가 반복되어 일어남에도 상당한 여운을 남깁니다.
 
독특하고 영리한 연출로 부정적인 감정을 상쇄하거나 극대화한다.
 
사실 시작부터 두 사람과의 관계는 어느 정도 밝혀진 채 시작합니다. 때문에 예상할 수 있는 파국과, 혹시 모를 반전에 시종일관 긴장을 놓치지 못하게 되며, 퍼즐의 형태 역시 적당한 방탈출 난이도로 게임 플레이 시, 필기도구를 지참하거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두는 정도로 큰 스트레스 없이 진짜 추리하듯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고맙게도 '상황 정리 노트'를 제공하므로 현재 중요한 단서가 된 부분은 그때그때 정리해 나갈 수 있습니다.
 
퍼즐은 직관적인 편이지만 '힌트'만 가지고는 이야기 진행을 할 수 없다.
 
또한, 답만 외워서 수수께끼를 풀어내어 진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충분한 스토리, 게임 내에서는 '잃어버린 기억'의 단서를 찾지 못하면 시스템상 진행이 되지 않도록 적절한 빗장 수비를 보여줍니다. 즉, 플레이어는 지하실 탈출의 열쇠를 찾으면서도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기 위한 2가지의 행동을 병행하게 됩니다.
 

지하실 탈출의 단서를 풀어내면서 기억도 하나씩 되찾으며 차근차근 파국으로 치닫는다.
 
'사람 속에 피는 꽃'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감각적인 연출입니다.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습득하는 정보는 등장인물들의 기억이자 트라우마이기에 꽃 혹은 낡은 브라운관 TV 화면의 노이즈처럼 다소 난해할 수 있는 형태로 상황을 묘사할 뿐만 아니라 이를 뒤따르는 쓸쓸하면서도 숨 막히는 BGM에 효과음 선정까지 상황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줍니다. 
 

기억은 과거이기에 더 슬프게 와닿는다.
 
이 게임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부정적 감정을 다룹니다. 그것은 혐오로 발전하고, 학대, 폭력으로 누군가를 상처 입히게 되며, 그 상처는 누구 한 명의 개인에게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쇄적인 작용으로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기억을 잃었기에 결성된 이 불안한 듀오의 결말에서 플레이어가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것, 혹시 내가 놓친 것이 있었나- 되돌아가고 싶은 그 감정은 우리가 혐오에 맞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해줍니다. 적어도 이 게임은 '진엔딩'을 위해 몇 번이고 반복할 가치가 있습니다.
 

두 기억의 혼재에서 오는 서스펜스의 완성이 돋보인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게임이란 꽃으로 피워내는 기획력, 여기에 게임 플레이라는 매력적인 장치를 통해서 풀어내는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력까지, 우리가 이래서 게임이란 매체를 사랑하게 되었구나- 싶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개발/배급 팀 안개꽃 / 사이코플럭스
플랫폼 스팀
장르 내러티브 추리 어드벤처
출시일 2025년 7월 25일
게임특징
- 진엔딩을 위해 기꺼이 다시 플레이하게 만드는 매력, 아니, 마력.
 
[김규리 기자 gamemkt@chosun.com] [gamechosun.co.kr]

김규리 기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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