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은 이렇게 말한다. ‘지겨운 게임은 어차피 30분을 하나 30시간을 하나 지겹다’라고.수많은 게임이 출시되는 요즘, 단 30분이라도 게이머들의 소중한 시간을 지키기 위해 게임조선이 나섰다. 장르 불문 게임 첫인상 확인 프로젝트, ‘30분해드리뷰’게임조선이 여러분의 30분을 아껴드리겠습니다.[편집자 주]
인디 게임을 취재할 땐 언제나 마음이 설렙니다. '이번엔 또 어떤 놀라운 아이디어로 새로운 재미를 보여줄까?'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때론 자유롭고 때론 개성적인 인디 게임의 모습은 수많은 대작 사이에서도 보석처럼 밝게 빛납니다.
플레이엑스포에서 만난 '별의 키니: 우주 가마솥 대작전(이하 별의 키니)'가 딱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수박 게임과 로그라이크라는 익숙한 소재였지만,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었죠. 감사하게도 개발팀 키니맘즈가 플레이엑스포에서 선보인 개발 빌드를 보내주셨고, 다시 한번 별의 키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별의 키니는 마녀의 가마 솥에 여러 재료를 넣고 섞어 우주적 존재들에게 스튜를 대접하는 게임입니다. 게임 방식은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수박 게임처럼 블록을 떨어뜨리는 것이며, 재료들이 서로 부딪히거나 없어지면서 점수를 만들어내 손님이 원하는 수준의 요리가 만들어집니다. 개발팀은 여기에 로그라이크라는 양념을 첨가해 계속 게임에 손이 가게 만들었습니다.
별의 키니에는 수십 가지 재료가 등장합니다. 재료는 사과나 문어 다리, 달걀 같은 일반적인 식재부터 오크와 스켈레톤, 병사, 엘프 같은 독특한 것들까지 만나보게 됩니다. 이들 재료는 특별한 능력으로 점수를 폭발시키거나 서로 시너지를 일으켜 새로운 효과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병사류 재료와 몬스터류 재료를 함께 넣으면 몬스터류 재료가 영영 사라지는 대신 병사류 재료의 점수 창출 능력이 상승하는 식이죠.
요리를 끝낼 때마다 게이머는 새로운 재료를 얻게 됩니다. 무작위로 등장하는 재료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재료를 섞어 다시 재료를 받거나 아예 재료 받는 것을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특별히 효과를 사용하지 않거나 게이머가 직접 재료를 삭제하지 않는 이상 재료는 계속 비축할 수 있지만, 요리를 할 땐 최대 20개 재료가 무작위로 등장합니다.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선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재료를 20개 안쪽으로 구성하는 소위 '덱압축'이 필요한 것이죠.
우주적 존재들은 하루에 한 번씩 5일 동안 방문하며, 마지막 주말은 상점에서 특별한 유물을 구입하거나 특정 재료를 보충하게 됩니다. 열심히 만든 요리로 많은 돈을 벌어 상점에서 아이템을 사며 자신만의 재료 덱을 구축하는 것이 이 게임의 기본 재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덱을 만들었을 때 화수분처럼 솟아나는 점수는 도파민을 폭발시키기에 충분합니다.
만약 손님이 제시한 요리 점수에 미치지 못한 요리를 만들었다면 그 즉시 게임은 종료됩니다. 날이 지날수록 손님들이 요구하는 요리 점수는 점점 높아지기 때문에 시너지가 약한 덱은 금방 영업 종료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재료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자신이 가진 재료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 계속 생각해야 하죠. 간단하지만 나름 전략을 생각해야 하는 '맛'이 살아있다고 하겠습니다.
아직 개발 중인 게임인 만큼 앞으로 채워가야할 부분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요리를 할 때 게이머의 상호작용이 더 들어가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 빌드에선 요리 시작을 '딸깍'하면 요리가 자동으로 솥에 쏟아지는 구조라 게이머는 그저 점수를 바라보는 것 외엔 할 일이 없거든요. 수박 게임에서 중요한 요소인 '떨어뜨리는 위치'를 좀 더 다듬으면 긴장감을 한층 더하고 요리라는 콘셉트의 풍미도 더욱 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임의 방향성이 확실하고, 보여줄 재미가 충분히 느껴지는 만큼 가능성이란 별이 반짝였던 게임이었습니다. 정식 출시인 2026년 1분기까지 발전될 모습이 기대되네요. 로그라이크로 재탄생한 수박 게임이 얼마나 큰 재미를 선사할지 기다려봅니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