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예쁜 캐릭터 나오는 격겜해보고 싶다: ★★★★★
진지하게 랭겜도 할 거다: ★★★☆☆

게이머들 사이에서 격투 게임과 리듬 게임, 슈팅 게임은 어려운 장르로 손꼽히곤 합니다. 빠른 움직임을 간파할 수 있는 동체 시력과 상황에 맞춰 최선의 움직임을 도출해야 하는 판단력, 이를 실행으로 옮길 때 필요한 반응 속도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 세 장르는 뛰어난 신체 능력을 요구하는 장르인 만큼 흥미는 있어도 선뜻 손대지 못하는 게이머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격투 게임의 경우 낮은 난도에선 반복 플레이로 패턴을 외워버리면 되는 리듬 게임이나 슈팅 게임과 달리 혼자 플레이할 때도 매번 상황이 바뀌는 만큼 진입 장벽이 더 높게 느껴지곤 합니다.

​여기 평소 격투 게임에 흥미가 있었지만, 손대지 못하셨던 분들께 추천드릴 만한 격투 게임이 있습니다. 2023년 12월에 출시된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 라이징'입니다. 사이게임즈가 10년 동안 운영 중인 웹게임 '그랑블루 판타지'의 풍부한 캐릭터와 2D 격투 게임 장인 아크시스템 웍스가 만나 탄생한 수작이죠. 게다가 일부 캐릭터 한정으로 거의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무료 체험판이 제공되고 있어 부담없이 찍먹해보기 좋죠. 그리고 전작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에서 호평받은 간단한 조작법 덕분에 초보도 쉽게 입문할 수 있죠.

​체험판에선 기본 캐릭터로 주인공 '그랑'을 기간 제한 없이 플레이할 수 있고, 매주 로테이션 형태로 캐릭터 3명이 무료로 제공됩니다. 제한 콘텐츠는 스토리 제2부와 제3부, 프라이빗 매치, 그리고 꾸미기 콘텐츠로 흔히 컴까기로 부르는 싱글 모드나 VS 모드, 캐릭터를 연습해볼 수 있는 트레이닝 모드, 다른 게이머와 실력을 겨루는 랭크 매치, 경쟁형 미니 게임인 그라바톳 등 핵심 콘텐츠는 대부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무료 플레이로 즐기는 게이머도 많습니다.

무료 체험판은 그랑+로테 3명 플레이 가능

스토리 2, 3부와 프라이빗 매치를 제외하면 사실 상 격투 게임으로서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무료 체험판을 설치하고 게임을 시작하면 굉장히 간단한 커맨드가 게이머를 반겨줍니다. 격투 게임에서 흔히 사용하는 236p나 623p처럼 3~4개의 키를 순서대로 입력할 필요 없이 동시에 2~3개 키만 누르면 자연스럽게 강력한 기술을 발동할 수 있죠. 격투 게이머에겐 이동 키와 공격 키를 조합해 여러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쉽게 느껴질 수 있어도 이동과 공격에 더해 '조합'까지 생각해야 하는 방식은 일부 게이머들에겐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런 게이머들에게 이동 키는 이동, 공격 키는 공격으로만 사용해도 자연스럽게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은 굉장히 쉽고 친절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게임 내에서 격투 게임에 대한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고, 이를 바로 시험해볼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트레이닝 모드에서 매뉴얼을 열면 캐릭터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커맨드부터 캐릭터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설명한 캐릭터 설명서,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본 콤보까지 굉장히 세세한 부분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정보를 여러 단계로 구성된 트레이닝 모드에서 시험해볼 수 있죠. 초보자 입장에선 여기까지만 해도 격투 게임을 하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가드와 반격 같은 기본 플레이부터 고유 액션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연마 가능

격겜치곤 커맨드가 굉장히 간략하다

캐릭터 운영법부터 콤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매뉴얼

물론 배우기 쉽다는 것이 게임이 쉽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격투 게임의 진입 장벽인 신체 능력 문제는 여전하고, 게임에서 알려주지 않은 테크닉이나 캐릭터 밸런스 문제까지 가면 좋은 격투 게임이라고 말하기 망설여집니다. 특히 랭크 게임에서 니아나 시스, 제타, 란슬롯, 지크프리트에게 시달려보신 분들은 할 말이 많으실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보다 월등히 강한 캐릭터가 있고, 시스템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을 깨닫는다면 게임에 대한 의욕이 뚝 떨어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을 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래픽과 연출일 것입니다. 수많은 격투 게임 개발사가 다양한 이유로 3D 개발을 추구하고 있는 현재 2D를 고집하는 곳은 아크 시스템 웍스 정도입니다. 물론 3D를 2D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지만, 2D 격투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들에겐 충분한 것입니다. 그리고 아크 시스템 웍스의 그래픽과 연출 실력을 집대성한 것이 바로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 라이징이죠.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연출은 격투 게이머, 특히 서브컬쳐를 좋아하는 게이머를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입문은 쉬운데 다른 게이머와 '대전'으로 가면 음...

그래도 연출 퀄리티가 워낙 뛰어나서 보는 맛에 하게 된다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 라이징에는 대전 격투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특히 부가 콘텐츠인 그라바톳!은 대전을 꺼려하는 게이머도 생각보다 재밌게 즐길 수 있습니다. 폴가이즈를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 라이징으로 옮긴 듯한 그라바톳은 약 10분 내외 가벼운 미니 게임 수준으로 무작위 요소도 많기 때문에 실력이 부족해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거든요. 문제가 있다면 격투 게임 내 미니 게임이기 때문에 매칭이 잘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죠. 일본 서버나 북미 서버 저녁 시간을 노리지 않는다면 10분짜리 미니 게임 한 번 하려다가 30분을 기다려야할 수도 있습니다.

폴가이즈를 떠올리게 하는 그라바톳

재밌지만 매칭이 안되는게 흠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 라이징은 무료 체험판과 낮은 입문 난도로 초보자가 부담 없이 해보기에 적당한 게임입니다. 그래픽과 연출은 격투 게임은 물론 웬만한 게임하고 비교해도 손색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로테이션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캐릭터를 해보는 식으로 플레이한다면 보는 맛 하나 만으로 오랫동안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혼자 즐길 격투 게임이 필요하다면 이만한 선택지도 또 없죠.

​대신 다른 사람과 경쟁에서 재미를 느끼시는 게이머라면 캐릭터 밸런스 면에서, 특히 퍼시벌이 취향에 맞는 게이머라면 실망을 느끼실 확률이 높습니다. 이 부분도 무료 게임에서 랭크 게임을 통해 체험해 볼 수 있으니 환불을 노린 구매보단 체험판 플레이를 추천드립니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손에도 맞고, 진심으로 대전을 즐길 수 있다면 그때 구입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캐릭터 예쁘고 가볍게 하기엔 이만한 게임이 또 없다

이제 무료 체험판을 설치하고 매칭을 돌리자!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